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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마음에서 마음으로 통하는 교감(交感)의 원리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1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박자가 아닌, 또 다른 시간의 단위로 <숨>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호흡은 비단, 정가나 민요, 송서ㆍ율창, 등 일부 성악에서만 강조되는 음악적 조건은 아니라는 점, 기악합주곡에도 해당되며 특히 <수제천>과 같은 불규칙 장단으로 이어가는 연주에서는 매우 중요한 음악적 요소라는 점, 송서나 율창도 박자와 장단이 불규칙적이어서 『숨자리』, 곧 호흡의 약속은 창자들 사이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앞에서 예를 든 수제천과 같은 불규칙적인 장단구조를 지닌 악곡들이나 또는 송서ㆍ율창과 같이 무(無)장단으로 이어지는 성악이나, 또는 춤에 있어서 숨을 쉬는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숨자리가 하나의 악구를 나타내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수제천 한 장단의 소요시간을 예로 들면, 가장 빠르게 연주되는 장단은 약 40초, 제일 느리게 연주되는 장단은 49초 정도로 <쌍-편>, <편-고>, <고-요>, <요-쌍> 간의 시간이 매 장단 다르다. 이처럼 일정한 박자에 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선율을 시작하고 맺을 수 있는 것은 호흡, 곧 한 장단을 몇 숨에 연주하느냐에 숨자리에 달려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불규칙 장단, 또는 무장단의 악곡들은 왕세자의 거동이나 의식음악, 또는 행악으로 쓰였던 음악이었기 때문에 때로는 느리기도 하고, 또는 빠르기도 한 음악이었다. 이러한 특징을 지닌 음악들은 우선 숨자리를 정확하게 지켜 나가는 것이 연주의 성패와 직결된다.

 

송서나 율창의 제창시에도 숨자리에 대한 약속은 정확하게 지켜야 한다. 1~2명이라도 숨에 대한 약속을 어긴다면 그 제창은 잘 훈련된 집단의 소리라 평가받을 수 없다. 숨자리의 정확한 이행이 합주나 제창의 성패를 좌우하게 마련이다.

 

불규칙적인 장단이나 무장단으로 진행하는 합주에서 숨자리보다 더 중요한 음악적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나는 각 연주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시간에 대한 「교감(交感)」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감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음악적 요소일까? 이는 간단하게 설명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선, 예를 하나 들어보기로 한다. 신호등이 없는 네거리를 자동차로 통과하려고 하는데, 신호체계나 또는 교통 안내자의 안내가 없다면 사고를 낼 확률이 높을 것이다. 기악합주나 성악의 경우, 교통 안내자라면 지휘자의 역할이 될 텐데, 지휘자 없는 연주단을 떠 올려 보면 비교가 될 것이다.

 

쉽게 떠오르는 해결 방법을 제시해 본다면, 먼저 온 차가 먼저 가고, 뒤에 온 차는 그 다음에 간다는 원칙을 세워서 실행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한 박자 늦추어 상대를 먼저 보내고 난 뒤, 내가 가겠다는 양보의 정신이나 남을 배려하는 생각이다. 사람의 생명이 귀중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양보하는 정신이 교통사고를 유발하지 않고 문제 해결에 접근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 되리라 생각된다.

 

합주나 제창, 특히 무박자나 불규칙 장단구조에 의한 음악에서 <교감>이란 바로 상대와 내가 마음으로 소통하려는 감정일 것이다.

 

수제천의 경우, 상징적 의미의 지휘자는 있으나, 음악의 실제는 피리 연주자 가운데 목피리(수석주자)와 장고 연주자의 교감에 의해 진행된다. 이 두 연주자는 전반적인 박자의 완급, 강약 처리, 호흡의 조절 등으로 음악의 실제적인 합주를 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피리연주자들은 목피리와 교감을 나누고, 목피리는 장고 연주자와 교감을 갖는다. 목피리와 장고주자의 교감에 따라 음악의 성패가 판가름 난다고 볼 수 있다. 이 교감은 양자의 서로 다른 길, 곧 피리는 장단을, 장단은 피리의 선율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교감은 불가(佛家)의 이심전심(以心傳心)과 통하는 감정이 아닐까 한다.

 

 

말이나 글을 쓰지 않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하는 소통의 세계, 구체적이고 정확한 약속은 없었다고 해도 서로가 마음으로 통하는 무언의 소통 세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되면 불규칙이나 무장단 음악을 여러 연주자가 함께 연주할 경우, 교감으로 해결이 가능하리라 믿는다.

 

나는 가끔 축구 경기를 보면서 축구 선수들 사이에도 교감은 매우 중요한 승리의 요건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축구팀을 만들기 위해 축구강국 11개 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선수 1인씩 선발하여 팀을 만든다면 가장 강력한 팀이 될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것과 같은 원리이다.

 

실전과 같은 연습과정을 수없이 거치면서 동료 선수의 공이 내가 뛰고 있는 방향이나 발 앞으로 전달이 될 것이라 믿고 달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내가 보내는 공이 동료선수가 뛰어가는 거리나 발 앞으로 전달이 될 것이라고 믿고 공을 차야 한다. 공동훈련을 통한 경험과 신뢰를 공유하지 못한다면 절대적으로 강팀이 될 수 없다. 서로간의 믿음을 바탕으로 하는 교감의 세계를 이해할 때, 세계 제일의 강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장단이 없는 음악을 함께 연주함에 있어서도 같은 원리가 작용된다.

 

오랜 경험을 축적해 온 연주자들의 감각이 아니고는 불규칙이나 무장단의 악곡을 함께 연주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