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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벽에 이케바나(꽃꽂이)를 설치하는 일본인들

[맛있는 일본이야기 484]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지난 12일(금) 아침, 교토 시조 거리를 걷다가 만난 커다란 건물 벽에 설치된 꽃꽂이 앞에 발이 멈췄다. 보랏빛 서양란 몇 송이와 안개꽃 그리고 소나무로 꽃꽂이를 해둔 건물 외벽을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번씩 발걸음을 멈추고 감상하기 바쁘다. 가히 꽃꽂이(이케바나)의 나라답다. 꽃꽂이 작품이 있는 곳에는 무라카미 겐지의 시 ‘생명은 빛난다’도 걸려 있었다.

 

초목이 자라나는 모습 / 거기에 비추는 / 다양한 생명의 소중함 /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에 마음을 기대어 / 인생의 만남을 즐긴다.

 

일본의 꽃꽂이를 이케바나(生け花) 또는 카도우(花道, 華道)라고 부르는데 카도우라고 부르는 것은 단순한 꽃꽂이라기보다는 수행의 의미를 내포한다고도 한다. 차도(茶道)처럼 도 ‘道’자가 붙으면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 짙다.

 

 

일본의 꽃꽂이는 불교의 전래로부터 그 시작을 보는데 부처에세 꽃 공양을 한데서 유래한다는 게 정설이다. 일본인들의 꽃사랑은 헤이안시대(794-1185)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의 수필집인 마쿠라노 소우시(枕草子) 등의 문학작품에도 등장할 정도로 일본의 꽃꽂이 역사는 1천년 이상으로 길다.

 

카도우(花道, 華道)는 무로마치시대(1336-1573) 중기에 교토 쵸호지(頂法寺) 승려에 의해 확립 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승려가 연못 주변에 살았기에 연못스님(이케보)라고 불렸다. 이 이케보는 훗날 일본 꽃꽂이 계의 한 류파(流派)로 자리 잡게 된다.

 

 

에도시대(1603-1868)에 중기에 들어서면 그때까지 상류계급과 무사계급이 즐기던 꽃꽂이가 일반 서민들에게도 확산된다. 오사카 등의 관서지역에서는 미쇼류(未生流)계열이, 도쿄 등 관동에서는 코류(古流) 계열이 유파를 만들었으며 이 두 개의 유파 말고도 이후 일본의 꽃꽂이 업계에서는 다양한 파로 나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역사를 지녀서인지 일본 여성들은 꽃꽂이에 남다른 정성을 쏟고 있다. 가정에 꽃을 꽂는 것이야 말로 더 말할 필요가 없지만 도심속 건물의 외벽 공간을 꽃꽂이로 장식한다는 발상이야말로 일본이 아니고는 흉내 낼 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