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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화가가 화가 자신을 그려 넣은 “태종대도”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61]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울툭불툭한 암석들이 있는 깊은 골짜기 시내가 옆 바위에서 갓을 벗고, 바지를 무릎까지 감아올리거나, 웃통을 벗어젖힌 채 더위를 식히는 두 선비가 있습니다. 그런데 두 선비들이 바라다 보이는 건너편의 바위 위에도 한 선비가 갓을 쓰고 단정한 모습으로 앉아 있지요. 그 앞에는 두루마리 한 권이 여백인 채로 펼쳐져 있고, 선비는 붓을 든 채 건너편을 물끄러미 바라다봅니다. 어쩌면 이 선비는 건너편 광경을 그리려는 화가 강세황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이 그림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첨재 강세황이 그린 ‘송도기행첩(松都紀行帖)’ 가운데 “태종대도(太宗臺圖)‘라는 그림입니다. 그림 속의 선비를 강세황의 모습으로 상상하는 것은 자화상을 그린 화원의 하나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지요. 서양의 경우 유명한 화가들은 흔히 자화상을 자주 그렸습니다. 그러나 조선시대 내내 자화상을 그린 화가는 거의 없습니다. 오로지 강렬한 자의식을 가진 두 화원 곧 강세황과 윤두서만 있을 뿐이지요.

 

강세황은 영조임금이 그의 아들에게 “네 아버지가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문이 들리는데, 점잖은 선비가 그림을 너무 좋아하다가 흠이 잡힐 수 있으니, 너무 몰두하지 말라고 전하거라.”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는 감격하여 며칠을 울어 눈이 퉁퉁 부었다는 일화가 전합니다. 벼슬도 못한 그를 임금이 챙겨주는 것에 감동했는데 보통 물러나 쉴 나이인 61살에 정조임금의 배려로 노인과거를 보고 장원급제를 하였습니다. 그 뒤 능참봉(왕릉을 지키는 벼슬)으로 시작하여 6년 만에 정2품 한성부판윤에 오르는 초고속 승진을 했지요. 늙어서 오히려 치열한 삶을 살았던 강세황의 ‘태종대도’ 그래서 우리는 범상치 않게 그 그림을 들여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