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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81

(사)토박이말바라기와 함께하는 쉬운 배움책 만들기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81-돈, 값, 각시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5해(1952년) 만든 ‘셈본 1-2’의 78쪽, 79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78쪽 첫째 줄에 ‘장사놀이’가 나옵니다. 이 말은 얼마 앞에 알려드린 말이라서 눈에 익은 말일 것입니다. 보는 바와 같이 옛날 배움책에서는 ‘시장놀이’, ‘가게놀이’라는 말이 아닌 ‘장사놀이’라는 말을 썼다는 것입니다. 배움책에서는 안 쓰지만 하지만 많은 곳에서 ‘쇼핑놀이’라는 말을 쓰는 것을 보면 또 이렇게 토박이말이 밀려나나 싶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섭니다.

 

 

둘째 줄에 ‘돈’이 나옵니다. ‘돈’을 왜 ‘돈’이라고 했는지 물으면 사람들은 흔히 ‘돌고 도는 것’이라서 ‘돈’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 ‘돈’의 말밑(어원)과 아랑곳한 풀이로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돌’이라는 뜻을 가진 ‘돋’에서 쇠붙이인 ‘돈’으로 바뀌었다는 풀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옛날부터 우리가 ‘돈’처럼 썼던 것들이 고기, 쌀과 같은 것이나, 금, 은, 동과 같은 쇠붙이였기 때문에 ‘무게’를 재는 하나치(단위)인 ‘돈쭝’에서 ‘돈’이 되었다는 풀이입니다. 여러분은 어느 것이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시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 줄에 ‘값’이 나옵니다. ‘값’은 ‘사고파는 몬(물건)에 매겨 놓은 셈(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파는 사람은 값을 올리고 싶고, 사는 사람은 값을 낮추고 싶기 때문에 그 사이에 밀고 당기는 흥정이 붙기 마련입니다. 이렇게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벌이는 실랑이를 ‘에누리’라고 하지요. ‘가격’, ‘프라이스’, ‘할인’,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넘쳐나지만 아이들이 장사놀이를 할 때 이런 말도 알려주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79쪽 다섯째 줄에 ‘각시’가 나옵니다. ‘각시탈’, ‘신랑각시’ 할 때 아는 ‘각시’라는 말은 ‘새색시’를 가리키거나 ‘아내’를 달리는 이르는 말로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옛날 배움책에 나오는 것은 그런 뜻이 아님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말모이(사전)에 보면 ‘조그맣게 색시 모양으로 만든 인형’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저는 이 말이 요즘 우리가 흔히 쓰는 ‘인형’을 갈음해 쓸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옛날 배움책을 보면서 요즘 우리가 쓰지 않는 말을 옛날 배움책에 썼다는 것을 아는 데 그치지 않고 알게 된 말을 오늘날 우리 말글살이와 요즘 배움책에 살려 쓰고자 하는 마음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4352해 들여름달 하루 삿날 (2019년 5월 1일 수요일) ㅂㄷㅁㅈㄱ.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