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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공밥을 먹는 것은 시인의 수치라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06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田家聞布穀(전가문포곡)  농가에 뻐꾸기 울음 들리니

   耒耜日就治(뇌사일취치)  쟁기 들고 날마다 밭 갈러 가네

   相呼種春麥(상호종춘맥)  봄보리 심으라고 서로 부르니

   東作自玆始(동작자자시)  봄 농사 지금부터 시작이로다

   而余長京洛(이여장경락)  그런데 나는 서울에서 자라

   生不識田事(생불식전사)  날 때부터 농사일을 모른다네

   明農古有言(명농고유언)  농사에 힘쓰겠다던 옛 성현의 말씀

   素食詩人恥(소식시인치)  공밥을 먹는 것은 시인의 수치라네

   今我不努力(금아불노력)  지금 내가 농사에 노력하지 않으면

   歲暮將何俟(세모장하사)  해 저물 때 장차 무엇을 바라겠는가?

 

이 시는 조선 후기 예조참의와 대사간을 지낸 농암(農巖) 김창협(金昌協, 1651년 ~ 1708)이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나오는 ‘목흔향영(木欣向榮) 천연시류(泉涓始流)’ 구절을 써서 지은 시로, 귀양 온 아버지를 따라 세상을 멀리 하려는 뜻을 읊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봄이 와 뻐꾸기 노래 들리므로 이제 봄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지요. 비록 서울에서 자라 농사일을 모르지만 공밥을 먹는 것은 시인의 수치라면서 지금 농사를 게을리 하면 노년에 궁핍함을 알기에 서투른 농사를 시작하려 한다는 고백입니다.

 

 

김창협은 명문 집안 출신이기는 하지만, 20대 중반 기사환국(己巳換局)때에 아버지가 진도(珍島) 유배지에서 사약을 받고 죽은 뒤 벼슬을 포기하고 산중에 숨어 살면서 시를 짓고 학문을 하며 유람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김창협의 또 다른 시에 보면, ‘진황의 만리장성 보지 않고는, 남아의 의기 높아지지 못하리. 가난한 집에 작은 어선 띄워 놓고, 도롱이 입고서 홀로 살아가리.’라고 하여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됨을 얘기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