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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12좌창 가운데 한 곡인 ‘출인가’ 이야기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20]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경기소리의 전승 체계와 관련된 이야기로 3인의 예능보유자 인정 제도를 1인으로 통합 운영하면서 위축되고 있는 전승 현상이 매우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지정당시 3인의 보유자들은 각기 다른 스승의 특징적 소리제를 형성해 왔기에 인정이 된 것이라는 점, 이를 1인으로 통합하는 체제로 전환한 뒤 경기민요 전승자들의 포기가 늘고 있다는 점, 따라서 문화재청 담당자들은 이 문제에 대한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 주기 바라고, 그래서 경기소리가 다시 한 번 중흥을 이룰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고민해 주기 바란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12좌창 가운데 한 곡인 ‘출인가(出引歌)’라는 노래를 소개해 보도록 한다. 이 노래는 오랜 기간 묵계월 명창이 전승해 준 악곡으로 유명하다. 출(出)은 나간다는 뜻, 인(引)은 끌다, 또는 잡아당긴다는 뜻이므로 <나가서 잡아당기는 노래>라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출인가라는 노래 제목에서 가는 사람을 못 가게 잡아당긴다는, 곧 이별의 아쉬움을 느끼게 한다. 긴잡가, 대부분의 가락이 그런 것처럼 5음, 곧 ‘솔, 라, 도, 레, 미’의 5음 구성이며 잔가락이나 경과음에 따라 다소 분위기가 달라진다.

 

첫 단락의 노랫말은 다음과 같다.

 

“풋고추 절이 김치, 문어, 전복 곁들여, 황소주 꿀 타,

향단이 들려 오리정으로 나간다. 오리정으로 나간다.

어느 년, 어느 때, 어느 시절에, 다시 만나,

그리던 사랑을 품안에 품고, 사랑, 사랑, 내 사랑아,

에~ 어화 둥게 내 건곤(乾坤).

이제 가면 언제 오뇨, 오만 한(限)을 일러주오.

명년 춘색, 돌아를 오면, 꽃 피거든 만나 볼까.

(후렴)놀고 가세, 놀고 가세, 너고 나고,

나고 너 고만, 놀고 가세. (중략)

 

위 노랫말 속에 ‘향단’이나 ‘오리정’ 등과 같은 말이 나오고 있는 점으로 보아 판소리 춘향가의 한 대목을 경기소리제로 부르는 노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나 그렇지는 않고, 일반적인 남녀의 사랑을 노래하는 가운데 춘향의 이야기를 끌어 온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출인가는 모두 3마루 형식이다. 각 마루마다 후렴구로 “놀고 가세, 놀고 가세, 너고 나고, 나고 너 고만 놀고 가세”가 붙어있어 구별이 되고 있으나 마지막은 후렴 없이 맺고 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노랫말 “오늘 놀고, 내일 노니 주야장천에 놀아 볼까, 인간 칠십을 다 산다고 하여도 밤은 자고, 낮은 일어나니 사는 날이 몇 날인가.”하는 대목에서는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본래 이 노래는 12좌창 가운데 한 곡인 ‘선유가(船遊歌)’라는 노래 뒤에 별조로 취급되던 노래였다가, ‘출인가’라는 제목으로 세간에 퍼진 노래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곡조의 흐름이나 구성음, 종지음, 악곡의 분위기 따위가 선유가와 유사하고 장단의 형태도 6박의 도드리 장단형으로 동일하다.

 

이별을 주제로 하는 노래들은 슬픔을 전제로 한다. 판소리와 같은 극적인 음악에서는 진계면의 성음으로 울음을 우는 소리가 중심을 이루는 것이 일반적이다. 춘향가의 이도령과 춘향의 이별대목이 그러하고, 아버지 두고 팔려가는 심청가의 이별 대목이 또한 그러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 경기의 소리제는 슬프다고 해도 그 감정이 비통에 이르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단정한 음악적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처럼 되어 있다. 경기 민요의 이별가를 들어봐도 그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잠시 김세종제 춘향가를 통해 오리정 이별 대목을 감상해 보기로 한다. 여기서는 춘향이가 이별하기 위해 오리정에 나가지 않았음을 아니리(창이 아니라 말로 처리하는 형태)로 설명하고 있는데 그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아니리> 그 때 춘향이가 오리정으로 이별을 나갔다고 허되, 그럴 리가 있겠느냐, 내행차 배향 시의 육방 관속이 오리정에 가 늘어 있는 듸, 체면 있는 춘향이가 서방 이별헌다 허고 오리정 삼로 네거리 길에 퍼버리고 앉아 울 리가 있겠느냐, 꼼짝달싹도 못 허고 담안에서 이별을 허는 듸,”

 

그 다음이 느린 진양 장단으로 이별을 고하는 ‘와상 대목’이다.

 

“와상 우에 자리를 펴고 술상 차려 내여 놓으며 이왕의 가실테면 술이나 한잔 잡수시오. 술 한 잔을 부어 들고, 권군갱진일배주(勸君更盡一杯酒) 허니, 명조상이노막막(明朝相離路漠漠)을 여관한등(旅館寒燈) 잠 못 들 제, 권할 사람 뉘 있으며 위로 헐 이가 누 있으리, 이 술 한잔을 잡수시고 한양을 가시다가 강수청청 푸르거든 원함정을 생각허고 마상으 뇌곤하여 병이 날까 염려오니 행장을 수숩허여 부디 편안히 행차를 허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