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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궁궐 관월당 건물, 가마쿠라에서 한숨짓다

[맛있는 일본이야기 490]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단청으로 채색된 이 건물은 원래 서울 조선왕궁에 있던 것으로 1924년(대정13년) 스기노 기세이 씨에 의해 이곳에 기증되었습니다. 가마쿠라 33관음 영장(靈場)의 23번째 절인 이곳에는 에도 후기 작품으로 추정되는 목조 관음보살입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이는 지난 20일(월), 가마쿠라 대불로 유명한 가마쿠라 고덕원(高德院)에 갔을 때 조선 궁궐이었던 관월당(觀月堂) 앞 표지판에 일본어로 적혀 있던 글이다. ‘한국 궁궐의 한 건물이었던 관월당을 이곳에 기증했다고?’ 곱씹을수록 불쾌하다. 무슨 물건도 아니고 궁궐 건물을 뜯어다가 생뚱맞게 멀고먼 일본땅 가마쿠라 절간 안쪽에 복원(?)해놓고 그 안에는 에도시대 불상을 안치했다니...

 

 

 

“이 선생님이 가마쿠라에 오신다고 해서 저희가 이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이게 그 자료입니다.” 와타나베 다케지(渡邊武二)씨 부부가 내게 건넨 자료는 관월당 사진과 일본어로 된 관월당의 유래였다. 와타나베 다케지 씨는 처음 만나는 분이지만 그의 부인인 와타나베 야스코(渡邊泰子) 씨와는 오랜 인연이 있다. 야스코 씨는 도쿄 한 복판에서 현재 열리고 있는 ‘3.1독립운동 100년을 생각하며 – 동아시아 평화와 우리들(3.1独立運動100年を考える–東アジアの平和と私たち)-’ 전시회 기획에 동참한 고려박물관 조선여성사연구회 회원이다.

 

“관월당을 볼 때마다 한국인들에게 죄송한 마음입니다. 궁궐이 이렇게 헐리었으니 한국인들이 일제국주의 아래서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을지 짐작하고도 남는 일이지요.” 와타나베 부부는 관월당 앞에서 진심으로 과거 일제국주의 만행을 사죄했다.

 

조선궁궐이었던 관월당이 어떤 경위로 가마쿠라 고덕원까지 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데, 그 열쇠를 쥔 스기하라 키세이(杉野 喜精, 1870- 1939)는 일본의 실업가로만 알려져 있을 뿐 그가 어떻게 해서 관월당을 가마쿠라 고덕원에 기증했는지는 와타나베 씨가 건네준 자료에도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와타나베 야스코 씨는 도쿄 고려박물관 회원으로 이들은 《잃어버린 조선문화 유산 –식민지하에서의 문화재 약탈, 유출, 그리고 반환, 공개-》라는 책을 내는 등 일제침략기의 침략상황을 일본에 알리는 일을 지속하고 있다.

 

가마쿠라 고덕원의 관월당과는 약간 이야기가 빗나가지만 《잃어버린 조선문화 유산 –식민지하에서의 문화재 약탈, 유출, 그리고 반환, 공개-》에는 오구라 다케노스케(小倉武之助, 1870-1964)가 한국의 값나가는 유물을 1,110점이나 손에 넣었으며 구체적으로는 조각 49점, 금속공예 128점, 도자기 130점, 칠공예(漆工藝) 44점, 서적 26점, 회화 69점, 염색작품 25점, 토속품 2점, 고고시대 유물 557점 등을 밝히는 등 약탈 문화재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해놓고 있다.

 

양심 있는 시민단체인 고려박물관 회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는 와타나베 씨 부부의 환대 속에 이날 가마쿠라 여행은 의미 깊었다. 필자가 가마쿠라에 갔던 날은 또 한사람의 고려박물관 회원이 함께 했는데 나가츠 에츠코(永津悦子) 씨로 나가츠 씨는 재일동포인 최명란 씨를 소재로 한 책을 쓰고 있었다. 이날 필자가 만난 이들은 모두 한국의 역사와 한국인의 삶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가마쿠라 대불(大佛)을 비롯하여 유서 깊은 천년고찰 하세데라(長谷寺)를 걸으며 모처럼 가마쿠라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도쿄로 돌아오는 시간 내내 고덕원(高德院)의 조선왕궁 건물이었던 관월당이 마음에 걸렸다. 더욱이 관월당 건물이 남의 땅 불교 절 한 모퉁이에서 단청이 벗겨진 채 고국을 그리워하며 긴 시간 한숨 쉬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더욱 아렸다.

 

【참고 전시 안내】

*전시 이름 : ‘3.1독립운동 100년을 생각하며 – 동아시아 평화와 우리들-’

*전시 기간 : 2019년 2월 28일(수)~6월 23일(일)

*전시 장소 : 일본 도쿄 신오쿠보 고려박물관 전시실

*전        화 : 도쿄 03-5272-3510

 

고려박물관은 도쿄 신오쿠보 한국수퍼 ‘광장’ 맞은편에 있으며 한국어가 가능한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 일본 고려박물관(高麗博物館)은 어떤 곳인가?

"1. 고려박물관은 일본과 코리아(한국·조선)의 유구한 교류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전시하며, 서로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며 우호를 돈독히 하는 것을 지향한다. / 2. 고려박물관은 히데요시의 두 번에 걸친 침략과 근대 식민지 시대의 과오를 반성하며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여 일본과 코리아의 화해를 지향한다. / 3. 고려박물관은 재일 코리안의 생활과 권리 확립에 노력하며 재일 코리언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전하며 민족 차별 없는 공생사회의 실현을 지향한다."는 목표로 설립한 고려박물관은 (이사장 무라노 시게루) 1990년 9월 <고려박물관을 만드는 모임(高麗博物館をつくる会)>을 만들어 활동해온 순수한 시민단체로 올해 28년을 맞이한다.

 

고려박물관은 전국의 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자원봉사자들의 순수한 봉사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 관련 각종 기획전시, 상설전시, 강연, 한글강좌, 문화강좌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