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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고봉과 퇴계, 8년 동안의 치열한 논쟁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1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지금 깨우쳐주신 말씀을 받으니, 경계되고 두려운 마음을 이길 수 없습니다. ‘우리의 잘못은 바로 진실한 공부는 하지 않고 한갓 말로만 서로 경쟁하는 데 있으니, 만약 이 병의 원인을 알고 돌이켜 노력한다면,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신 말씀의 뜻은 선생께서는 겸손해서 하신 말씀이지만 제게는 바로 병에 맞는 약입니다. 지금 다행히 알게 되었으니 감히 스스로 기뻐하고 있습니다.”

 

“그대의 편지 속에 ‘사직하지 않으면서 늘 불편한 마음을 품고 있는 것보다 차라리 사직하여 난처하게 되더라도 처음에 먹었던 마음에 한이 되지 않는 것이 낫다.’라고 한 말은 참으로 절실하고 종요로운 논리입니다. 그러나 제 경우에는 사직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로 힘을 다해 사직을 청했다가 난처한 일이 생기기까지 하여 그 때문에 지금 다시 사직하지 못하는 것일 뿐입니다.”

 

 

위는 젊은 학자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이 26살이나 나이가 많은 대학자 퇴계(退溪) 이황(李滉)과 주고받은 편지 일부입니다. 그들은 이황이 58살 되던 해에 시작되어 8년 동안에 걸쳐 치열한 ‘사단칠정(四端七情)논쟁’을 합니다. 인간에게 순수한 도덕적 품성(四端)과 인간적 감정(七情)이 어떤 관계에 있으며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관한 고도의 철학적 논쟁이지요. 이 논쟁을 통하여 ‘사단칠정’ 말고도 주요 철학적 주제들에 대해 두루 논쟁함으로써 이후 한국 성리학의 전개와 흐름에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논쟁이 이제 갓 고시에 급제한 젊은이가 요즘으로 치면 국립대학 총장격인 성균관 대사성이며 대학자에게 직격탄을 날린 편지를 쓰면서 시작되었다는 것이지요. 지금의 민주적인 시대라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 당시에 벌어진 것입니다. 고봉은 깍듯이 예의를 지키면서도 퇴계의 학문적 권위에 눌리지 않고 예리하게 자신의 논지를 주장했으며, 퇴계는 고봉의 학식을 존중하고 그의 논리를 상당 부분 받아들여 자기 생각을 수정하기까지 했으니 두 학자의 품성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