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叱牛聲出白雲邊(질우성출백운변) 이랴 저랴 소 모는 소리 흰 구름 속에 들리고
危嶂鱗塍翠揷天(위장린승취삽천) 하늘 찌른 푸른 봉우리엔 비늘같은 밭골 즐비하네
牛女何須烏鵲渡(우녀하수오작도) 견우직녀 왜 구태여 까막까치 기다릴까?
銀河西畔月如船(은하서반월여선) 은하수 서쪽 가에 조각달이 걸려 있는데
이 시는 연암 박지원(朴趾源)이 지은 “산행(山行)”이라는 한시입니다. 지은이가 산길을 가면서 아름다운 정경을 동화처럼 노래한 것이지요. 하늘을 찌를 듯한 푸른 산봉우리에는 계단식 다랑이논이 비늘 같이 즐비합니다. 그런 풍광 속에서 멀리 흰 구름 속에 소 모는 소리 들리는데 서쪽 하늘 은하수에는 조각달이 배처럼 걸려있습니다. 지은이는 견우직녀에게 까막까치가 다리를 놓아줄 칠석까지 기다리지 말고 저 조각배를 타고 은하수를 건너라고 귀띔합니다.
연암 박지원은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소설가로 청나라 고종의 칠순연에 사신단을 따라가 열하(熱河, 청나라 황제의 별궁)의 문인들, 연경(燕京, 북경의 옛이름)의 명사들과 사귀며 그 곳 문물제도를 보고 배운 것을 기록한 여행기 《열하일기(熱河日記)》를 썼습니다. 《열하일기》를 현대어로 뒤쳐서 책을 펴낸이들은 한결같이 '세계 최고의 여행기'라는 훈장을 달아줍니다. 박지원은 요동벌판 하늘과 땅 사이에 탁 트인 경계를 보고 “훌륭한 울음터로다! 크게 한 번 통곡할 만한 곳이로구나![호곡장(好哭場)]”라고 외쳤다고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