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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한여름 밤, 도깨비와 함께 막걸리를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3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새 집으로 이사 온 밤.

비 오고 바람 불고 천둥 하던 밤.

뒷산에 뒷산에 도깨비가 나와,

우리 집 집웅에 돌팔매 질 하던 밤.

덧문을 닫고 이불을 쓰고,

엄마하고 나하고 마조 앉어, 덜덜 떨다가,

잘랴고 잘랴고 마악 들어누면, 또,

탕 탕 떼구루루-퉁!

 

위는 잡지 《동광》 제39호(1932)년 11월 01일)에 실린 윤석중의 동화시 “도깨비 열두형제”입니다. 열대야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한여름입니다. 이때쯤이면 어릴 적 긴긴 여름밤에 모깃불 놓고, 옥수수를 쪄먹으며 옛날이야기, 도깨비 이야기 따위를 듣던 일들이 생각이 납니다. 도깨비 이야기에서 나오는 도깨비 모습을 보면 '키가 팔대장 같은 넘', '커다란 엄두리 총각', '다리 밑에서 패랭이 쓴 놈', '장승만한 놈'이라고 표현합니다. 예전 우리에게 전승되던 도깨비 이야기를 보면 도깨비의 모습도 우리와 친근하지만 성격은 더 그렇습니다.

 

도깨비가 좋아하는 것 가운데는 씨름이 있지요. 장에 나갔다가 술에 거나하게 취해서 돌아오는 사이 도깨비와 씨름을 했다는 이야기는 우리가 어렸을 적 많이 듣던 이야기입니다. 대개는 밤새 씨름을 하다가 새벽이 되어서 왼발로 걸어 도깨비를 쓰러뜨려서 나무에 묶어 놓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다음날 아침에 가보면 묶어져 있는 것은 빗자루몽당이나 도리깨 장치 따위였다고 하지요. 도깨비는 씨름 말고도 술과 여자 그리고 메밀묵과 수수팥떡, 막걸리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도깨비는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 절대 해코지하지 않습니다. 대신 따돌림을 당하면 화를 내고, 체면을 중시하는가 하면 말피를 가장 무서워합니다. 또 대체로 인간적이며, 교훈적입니다. 또 현실에서 실현하지 못하는 사람의 욕망을 대리만족하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전 그림책의 도깨비를 보면 머리에 뿔이 하나 달리고 커다란 도깨비방망이를 들고 있으며 포악하기도 했습니다. 그건 우리 도깨비가 아니라 뿔 하나 달린 일본 도깨비 “오니”지요. 일제강점기를 거치는 동안 우리의 옛날이야기에도 일제가 스며들어 있는 것이지요. 열대야에 잠 못 드는 밤 한국의 도깨비와 함께 막걸리라도 마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