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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50여 종류의 부채, 첩이라 불러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3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요즘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립니다. 그런데 한여름 에어컨이 없었던 조선시대엔 부채가 사람들의 유일한 위안거리였지요. 특히 궁궐에서는 부채를 만들어 임금께 바치는 첩선장과 원선장이란 장인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잡지 《별건곤》 제14호(1928년 07월 01일 펴냄)에는 송작(松雀)이란 사람이 쓴 “붓채와 애첩(愛妾)”이라는 다음과 같은 글이 보입니다.

 

“붓채는 친할수록 시원하고 상쾌하며 품 속에 느어도 실치 안코 손에 잡을사록 정이 붓는다. 산아운 더위를 쫏고 청량한 바람을 주며 타는 햇빗을 가리우고 모긔, 파리 등을 다 모라낸다. 잠자는 민중을 깨워주고 고적한 사람을 위로하여 준다. (중간 줄임) 신랑은 도홍선(桃紅扇)을 가지고 상제는 포선(布扇)을 가지며 무당과 광대는 채색선(彩色扇)을 가지고 기생은 화초선(花草扇)을 가진다. (중간 줄임) 현재 시중에서 판매하는 것만 하야도 종류가 약 50여종이 되는데 그중에는 태극선(太極扇), 비취선(翡翠扇), 도홍선, 파초선(芭蕉扇), 홍일선(紅日扇), 반월선(半月扇), 백운선(白雲扇), 합죽선(合竹扇), 미선(尾扇), 상아선(象牙扇), 공작선(孔雀扇), 칠선(漆扇) 등 별의별 붓채가 다 잇서서 우리 보통 사람으로는 이름도 잘 모를 것이 만타.”

 

 

이 글에서 우리는 예전 참 많은 부채 종류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옛날 접부채는 쌀 한 섬 값은 치러야 샀다는 얘기도 있었지요. 부채에 사용하는 대나무와 한지는 모두 ‘음(陰)’의 기운을 갖고 있기에 옛 선비들은 부채를 ‘첩’이라 부르며 갖은 치장을 하고 애지중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채의 사치와 폐해는 이미 태종 때부터 끊임없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예조에서 1ㆍ2품은 붉은 비단 원선, 3ㆍ4품은 남빛 모시 원선, 5품은 새털로 장식한 학령선, 그 이하는 장식 없는 쥘부채를 쓰는 것이 좋겠다고 했을 때 태종은 그보다 더 간소하게 하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도 이후 조선시대 내내 화려한 부채는 골치거리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