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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뒷산타령과 자진 산타령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3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산타령의 두 번째 악곡, 앞산타령에 관한 이야기로 산타령의 <앞>이 뜻하는 의미는 서울의 앞에 있는 여러 산을 노래한다는 의미, 또는 순서상 앞에 부르기에 붙여진 이름이며, 그 시작은 모갑이의 선창으로 자유롭게 시작하고 여럿이 받는 형식이란 이야기를 하였다.

 

메기는 소리는 가장 높은 음으로 질러내며 독창자의 다양한 목구성과 다양한 기교를 알게 된다는 이야기, 본절 1의 <과천 관악산>으로 시작할 때, <과>를 생략하고 <천>을 관에 붙여 <천관> 그리고 <악산>으로 불러 그 의미가 통하지 않게 부르는데, 성악곡이란 노랫말에 곡을 붙인 것이기에 노랫말의 전달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도 하였다.

 

이번 주에는 앞산타령에 이어 뒷산타령과 그 뒤로 이어지는 자진산타령 이야기를 하겠다. 뒷산타령은 서울을 중심으로 해서 그 뒤편에 있는 산을 부른다고 해서 또는 앞산타령을 먼저 부르고 난 뒤, 이어서 부르는 노래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앞산타령이 길게 뻗는 비교적 곧은 소리인 것에 비해 뒷산은 글자마다 주무르듯 가락을 넣거나 다양한 시김새를 구사해서 맛깔스럽게 부르는 노래이다. 그래서 놀량이나 앞산, 또는 자진 산타령에 견주어 슬픈 느낌이 들어있기도 하고, 그런가 하면 염불조와 같은 불교음악의 느낌도 들어있다.

 

 

뒷산타령의 시작은 본절(本節)을 안내하는 도입부가 있어서 독창자가 ‘나지나 산이로구나’를 낮은 음으로 조용하게 내면, 모든 소리꾼들이 다 함께 ‘에- 두견아 에헤에 지루에 에도 산이로구나’를 같이 받는다.

 

도입부 시작부분에서 특이한 점은 독창자는 낮은 음역의 가락을 제시하는데 반해, 제창자들은 비교적 높은 가락으로 받는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독창자가 끝 음을 낮게 뻗어 주는데 반해, 제창자들은 옥타브 윗음이 아닌 7도 위의 음으로 받는 점이 특이하다. 보통은 받는 소리가 본절의 끝 음과 동일음이거나, 또는 옥타브 윗음이나 아래음, 혹은 4도나 5도의 상 하행 음들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기 뒷산타령에서는 그도 저도 아닌, 7도 윗음이어서 매우 이채롭게 들린다. 만일 혼자 받는 경우라면 그 음정 잡기가 만만치 않으리라 생각된다.

 

이 뒷산타령도 도입부가 나오고, 앞산타령과 같이 본절과 후렴구로 구분되고 있는데, 독창자가 본절의 시작부분을 메기면, 나머지가 받는 형식, 곧 독창부분과 제창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는 형식이다.

 

본절 1의 노랫말인, “강원도 금강산의 유점사 법당 안에 느릅나무 뿌리마다 서천서역국서 나온 부처 오십삼불이 분명하다”를 독창자가 메기고 나면, 이를 받아 여러 제창자들이 다 함께 후렴귀인 ‘동소문 밖 썩 내달아--도봉망월이 천축사라’로 받는다는 말이다.

 

 

이처럼 본 절을 혼자 메기고 여럿이 후렴을 받는 형식은 이미 앞산타령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메기고 받는 형식>과 동일한 형태이다. 그러나 여럿이 제창으로 받는 가락이 일정한 후렴구가 아니란 점이 특이하다. 형식 뿐 아니라, 장단형태에 있어서도 2박이나 3박형 장단이 수시로 교차하는 점도 앞산타령과 비슷하며 전체적인 빠르기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앞산타령과 뒷산타령이 크게 대조를 이루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바로 선율의 진행 형태라 하겠다. 다시 말해, 앞산타령은 고음(高音)이 많이 나오고 있고, 이러한 고음을 표현함에 있어서도 힘 있고 강한 발성으로 씩씩하고 활기찬 느낌을 주는 점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뒷산타령의 가락은 이에 견주면 낮은 음역으로 구성된 선율이 많으며 비교적 부드럽고 조용하게 연결되는 편이어서 앞산타령의 선율 진행과는 대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노랫말에 있어서도 앞산타령에 나오고 있는 산의 이름은 관악산, 도봉산 외 여러 지역의 산 이름과 함께 절이나 강의 이름이 거론된 반면, 뒷산타령은 금강산, 계명산, 오서산, 삼각산, 종남산, 수락산, 백두산, 소요산, 수양산, 남산, 북악산, 용문산, 인왕산, 송악산, 등의 이름이 나타나고 있다.

 

벽파의 《가창대계》에는 뒷산타령의 가사로 6절을 싣고 있으나, 황용주는 3절을 더 찾아서 9절을 《한국경서도창악대계》에 소개하고 있다.

 

앞산과 뒷산타령에 이어 마지막 곡은 자진 산타령이다. 잦은 산타령이란 곧, 빠르기의 만(慢)-중(中)-삭(數) 가운데 삭에 해당되는 빠르기를 나타내는 말이므로 빠른 장단으로 부르는 노래라는 뜻이다. 이 곡 역시 앞산이나 뒷산처럼 장절형식으로 독창부분과 제창부분으로 구분된다.

 

 

시작은 독창자가 “청산의 저 노송은” 부분을 부르면 “꺽어져서 누웠느냐.”부터는 제창으로 부르는데, 이 대목부터 서서히 빨라지다가 후렴구인 <바람이 불려는지> 에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치고 나간다.

 

모갑이의 지휘에 따라 전원이 소고를 치면서 발림을 맞추어 가면, 신명은 절정에 오르는 듯 더더욱 흥청거리는 멋을 느낄 수 있다. 사설의 내용도 다양한 편이어서 명산의 경개와 함께 춘향가나 심청가, 공명가나 초한가에 나오는 가사의 일부를 인용하여 쓰고 있다.

 

산타령은 정가(正歌)나 무악(巫樂), 잡가(雜歌)나 민요가락과도 또 다른 독창적인 창법으로 신명을 일으키는 대중의 소리이다. 함께 부르며 뜻을 같이 할 노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산타령이야말로 높고 시원한 목청과 다양한 발림, 그리고 장단형으로 대중을 동화(同和)시켜 온 대중의 독특한 소리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