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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오늘은 처서, 젖은 내 마음 말려볼까요?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95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하늘에 내걸린 흰 빨래가 / 바람에 몸 흔들며 눈부시다 / 가을볕이 너무 좋아 / 가만히 나를 말린다 / 내 슬픔을 / 상처 난 욕망을 / 투명하게 드러나는 / 살아온 날들을“ 이 시는 박노해 시인이 쓴 <가을볕>입니다. 오늘은 처서(處暑), 24절기 가운데 열넷째이지요. 흔히 처서를 말 할 때 ’땅에서는 가을이 귀뚜라미 등에 업혀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 타고 온다.’라고 할 정도로 그 위세를 떨치던 여름이 가고 가을이 드는 때입니다. 처서 무렵엔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라는 속담처럼 해충들의 성화도 줄어들고 대신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지요. 그래서 처서에 비가 오면 독의 곡식도 준다고 합니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處暑雨]’라고 하는데, 처서비에 ‘십리에 천석 감한다.’라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라고 하는데 처서에 비가 오면 그동안 잘 자라던 곡식도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뜻이지요. 예부터 부안과 청산은 대추농사로 유명한데, ‘처서날 비가 오면 큰 애기들이 울고 간다.’라는 말이 전해옵니다. 대추가 맺히기 시작하는 처서를 전후하여 비가 내리면 열매를 맺지 못하게 되고, 그만큼 혼사를 앞둔 큰 애기들의 혼수장만 걱정이 앞서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이때가 되면 선비들은 여름철 동안 눅눅해진 책을 말립니다. 이를 포쇄라고 하는데 포쇄 방법은 우선 거풍(擧風) 곧 바람을 쐬고 아직 남은 땡볕으로 포쇄(曝曬)를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음건(陰乾) 그늘에 말리기도 하지요. 조선시대에는 《왕조실록》을 보관한 사고에 포쇄별관을 보내 실록을 포쇄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이때 농부들은 곡식이나 고추를 말리고, 부녀자들은 옷을 말립니다. “건들 칠월 어정 팔월”이라는 말처럼 잠시 한가한 농촌에서는 처서 때의 포쇄가 중요한 일이었지요. 그럼 우리도 지난여름에 푹푹 젖은 마음을 남은 땡볕에 포쇄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