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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경복궁 지경다지기 소리

[서한범의 우리음악 이야기 434]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박상옥명창이 불러준 장기타령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그는 현재 서울시 무형문화재 휘모리잡가의 예능보유자로 어려서부터 지역의 농요라든가, 상여소리, 일반 민요창 등을 동네 어른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배운 바탕위에 벽파 이창배 스승으로부터 다양한 경기소리를 배워 남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는 소리꾼이라는 이야기, 그가 불러주는 소리 속에는 힘이나 음색, 강약의 조절이 자연스럽기에 그렇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그가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는 <경복궁 지경다지기>에 관한 곧 여기에 들어있는 소리와 춤, 놀이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다. <경복궁 지경다지기>라는 말에서 경복궁(景福宮)은 서울 종로구에 있는 조선시대의 궁궐의 이름이고, 지경다지기란 집을 지을 때, 집터를 단단하게 다지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경복궁 지경다지기> 소리란 경복궁을 지을 때, 땅을 다지며 부르던 노래와 동작이나 춤 등을 가리키는것이다. 이것을 보존하고 있는 박상옥 명창은 제자들과 함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바로 경복궁 지경다지기 소리나 춤, 놀이 과정 등을 재현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인데, 경복궁이 서 있는 서울시에서는 별 관심을 두고 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경복궁지경다지기 소리>는 흥선 대원군이 경복궁을 지을 당시, 전국에서 차출된 일꾼들이 함께 부르며 일하던 당시의 놀이과정을 재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임진왜란 이전, 곧 조선 전기에 해당되는 기간, 조선 왕조의 법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오던 경복궁은 임진왜란 때 불에 탔다. 그 이후 270여 년 동안 재건되지 못하다가 흥선대원군이 들어서서 이전 건물과는 달리 1.5배 크기로 재건해서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이다.

 

경복궁을 중건할 당시, 제일 먼저 땅을 다지고 공고히 하는 작업을 시작함에 있어서 문명의 이기(利器)들을 사용하지 못하던 그 시절에 노동에 참여한 일꾼들은 어떻게 땅을 다지고 건물을 세웠을까? 이 과정에서 어떤 노래를 부르며 작업을 진행했고, 작업의 능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형태의 노래를 불렀으며, 어떤 장단으로 고된 노동의 과정을 이겨냈을까?

 

 

1987년, 박상옥과 그 일행 100여명이 복원한 서울의 경복궁 지경다지기 소리의 구성은 ① 궁터 고르기, ②동아줄 디리기, ③ 초지경다지기, ④ 마당놀이, ⑤ 자진지경다지기, ⑥ 자진지경다지기(이엿차), ⑦ 뒷놀음 등 다양한 과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과장마다 특유의 소리와 춤은 전통적인 서울의 소리로 인정받은 작품이다.

 

우선, 여기서 제1과장인 궁터 고르기 소리(가래질소리)를 소개한다. 각종 깃발을 앞세우고, 동네 풍물패를 따라 입장해서 각방위에 맞게 오방기를 세우고, 가래질꾼의 가래질 소리와 터 고르기가 시작 되는데, 처음 모갑이(우두머리 소리꾼)가 ‘오험차 다루세’를 덩더쿵 장단으로 부르면 다함께 후렴구로 오험차 다루세를 부른다. 그 다음 모갑이가 ‘이 씨 한양 등극 시에’를 메기면 다 함께 동일한 후렴구를 받는다. 노작요의 대표적인 형식인 메기고 받는 형식으로 이어간다

 

제1과장(궁터 고르는 소리-가래질소리)

※ 오험차 다루세 이 씨 한양 등극 시에

※ 오험차 다루세 삼각산 내린 줄기

※ 오험차 다루세 학의 등에 터를 잡아

※ 오험차 다루세 그 공3지에다 터를 닦아

※ 오험차 다루세 경복궁을 이룩하세(이하 줄임)

 

 

제2과장(지경줄 디리기)

디리기란 말은 ‘줄을 꼰다’라는 의미이다. 가래를 세워놓고 그 위에 얹어놓고 짚으로 세 갈래로 잡고 오른쪽으로 돌아서 우측사람에게 넘겨주는 동작을 하는데, 이 때 지경줄 디리는 소리는 역시 덩더쿵 장단을 조금 여유 있게 타면서 부르는 것이다.

 

- 지경줄 디리는소리

※ 디리세 디리세 지경줄을 디리세

강남은 홍 씨 마마 우리나라는 이 씨 마마

※ 디리세 디리세 지경줄을 디리세

강남은 대한국이요 우리나라도 소한국 이요

이 씨 홍 씨 넘나들던 십이제국은 열두 나라

※ 디리세 디리세 동아줄을 디리세

조공을 받으러 다니시던 호구별상에 부인마마 (아래 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