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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물에 떳구나 배나무, 십리 절반 오리목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3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지경다지기의 작업과정이 힘들기는 하나, 절대 소홀히 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사상누각(砂上樓閣)을 이야기 하였다. 제4과장은 휴식을 취하며 펼치는 마당놀이의 순서로, 여기서 부르는 민요가 서울, 경기지방의 노동요인, <양산도>와 <방아타령>등이란 점, 이 노래들은 간단 소박한 가락과 단순한 장단이 특징이고, 노랫말에서도 직설적인 표현이 많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이번 주에는 경복궁 지경다지기의 제5과장인 <자진 지경다지기> 이야기로 이어간다. 이 과정에서는 모든 참여자들이 자진방아타령을 부르며 자주 자주 지경을 다지는 과정인데, 역시 경기민요의 자진방아타령과는 다른 형태로 서울. 경기지방의 노동요인 <자진 방아타령>을 부른다.

 

<자진>, <잦다>란 말은 ‘동작이 재다’ 또는 ‘빠르다’는 뜻이다.

 

참고로 전통적인 우리음악의 형식 중에는 만(慢)-중(中)-삭(數)이 대표적이다. 곧 처음에는 느리게 시작하여 점점 빠르게 진행되는 형식으로 <자진>은 곧 그 삭(數)에 해당되는 말이다.

 

예를 들어, 기악의 독주음악으로 널리 알려진 산조음악은 느린 <진양>장단으로 시작하여 중간 속도의 <중모리>로 이어지고, 다시 그 가락은 빠른 속도인 <자진모리>로 이어가는 것이다. 또한 남녀창 가곡에 있어서도 처음에는 느리게 나가다가 점점 빠른 농(弄)조, 낙(樂)조, 편(編)조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음악의 형식 중에서 느리게 시작해서 빠르게 진행되는 형태는 하나 둘이 아니다.

 

 

여기 노동요에서 <자진방아타령>을 부르는 까닭도, 작업의 속도를 더더욱 빠른 장단에 맞추어 자주자주 지경을 다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 노랫말을 들어보면 구수하면서도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재미있는 구성이다. 앞부분을 옮겨 보면 아래와 같다.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먼데 사람은 듣기도 좋게,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가까운데 사람은 보기도 좋게,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지경 소리를 하여나 보세,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와가 백간을 지을 적에,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어떤 잡목 드렸느냐,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붕붕 울려라 북나무요,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물에 떳구나 배나무요,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십리절반 오리목이요.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양반 앞에 상 나무요,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부처님 앞에 호양목이요,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아래가 퍼져 떡갈나무,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위가 퍼져 광대싸리,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갖은 잡목 들여놓고,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어떤 편수 드렸드냐.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옛날 편수는 구편수요.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시방편수는 신편수인데,

   후렴 ※ 에여라 지경이요. 신편 구편을 다 드렸구나.(아래 줄임)

 

이어서 더 빠르게 잦은 방아타령을 부르며 다진다)

 

   ※ 떳다 떳다, 새소리 떳다, ~에~에헤요 에헤요,

       에이에에 에헤야, ~어야~어허야, 에헤리 떳다.

       1. 떳다 떳다 정월이라, 십오일에 액맥이 연이 떳다.

       2. 떳다 떳다 이월이라, 한식날 종다리 한 쌍이 떳다.

       3. 떳다 떳다 삼월이라, 삼짓날에 연자 한 쌍이 떳다.

 

 

경복궁 지경다지기의 제 6과장은 더 더욱 잦게 지경을 다지는 과정이어서 후렴구의 <이엿차>를 본 떠 이엿차 과장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 노랫말을 보면 4자 1구의 규칙적인 노랫말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 이엿차~~

      동방에는 청제지신, 남방에는 적제지신

      서방에는 백제지신 북방에는 흑제지신

      중앙에는 황제지신 오방지신 하감하사

      강남은 오백리요 요동은 칠백리라.(이하줄임)

 

경복궁 지경다지기의 재현 과정 속에 나타나고 있는 노동요는 처음 느린 속도로 땅을 다지기 시작하다가 점차 속도를 내는 만-중-삭의 형식을 취하면서 소리를 통해 구성원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보면서 노동요의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경다지기를 마친 일꾼들은 제7과장, 뒷놀음의 순서를 맞이한다. 중건당시 참여했던 역군들이 불렀다고 하는 <경복궁 타령>을 부르며 풍물굿에 맞추어 자기 마을의 깃발을 앞세우고 들어온다. 이어서 그 동안의 힘들고 지루함을 잊고 신명나게 춤을 추며 한바탕 뒷놀음으로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