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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의 토박이말 이야기

'토양이 비옥하고'를 쉽게 말하면?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102

[우리문화신문=이창수 기자]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102 걸다 가라 익힘 옮기다 누름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사)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오늘은 4284해(1951년) 펴낸 ‘우리나라의 발달 6-1’의 19, 20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19쪽에 첫째 줄에 ‘땅이 걸고’가 나옵니다. 흔히 많은 곳에서 ‘토양이 비옥하고’라고 하는 말을 많이 봐 온 사람들한테는 낯선 말일 것입니다. ‘걸다’는 말은 ‘흙이나 거름 따위가 기름지고 양분이 많다’는 뜻으로 쓰기도 하지만 ‘말이나 솜씨가 거리낌이 없고 푸지다’는 뜻으로 더 많이 쓰기 때문에 더 낯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차려 놓은 먹거리가 푸짐할 때도 쓸 수 있는 말이니까 잘 알아두셨다가 자주 써 보시기 바랍니다.

 

둘째 줄과 셋째 줄에 걸쳐 나오는 ‘온 나라 사람들이 힘써 일하여 살림이 넉넉하여지고’도 쉽게 풀어 쓴 말이라 반가웠습니다. ‘전 국민이 열심히 노력해 풍족한 생활을 하고’와 같이 어려운 말을 쓰지 않아 좋았습니다. 이럴 때 ‘가멸다’는 토박이말을 쓰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여섯째 줄에 나오는 ‘여섯 가라’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그렇고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에게는 ‘6가야’라는 말이 더 익은 말일 것입니다. 옛날 책에 가야(加耶), 가야(伽倻), 가라(迦羅), 가라(加羅), 가량(加良), 가락(駕洛), 가락(伽洛), 임나(任那)와 같이 여러 가지로 적혀 있는 것을 볼 때 본디 한자말이 아니라 토박이말 이름을 한자로 적은 것이라고 보는 것 옳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본디 무엇이라 부르던 것을 이렇게 적었는지 더 궁금합니다. 말을 적을 글자가 없었던 것이 더욱 안타깝기만 합니다.

 

아홉째 줄에 ‘터에 벌어져 있던’이라는 말도 보입니다. ‘땅’과 ‘터’가 뜻이 다르고 쓰임이 다른 것을 아는 저로서는 요즘 많이 쓰는 ‘~의 땅’보다 ‘터’가 더 알맞은 말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고 ‘영토’라고 하지 않은 것과, ‘벌어져’라는 말도 ‘분포해’라는 말이 아니라 참 좋았습니다.

 

열셋째 줄에 나오는 ‘익힘’이란 말은 요즘 우리 아이들이 ‘배움’만 하고 ‘익힘’을 하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저에게는 더욱 반가운 말입니다. 한 때 ‘탐구 문제‘ 또는 ’심화 학습‘이란 이름으로 주어졌던 물음들인데 저는 이 말이 참 좋습니다.

 

20쪽 여섯째 줄에 나온 ‘싸움’도 참 반가웠습니다. 흔히 ‘전쟁’, ‘전투’라는 말을 많이 쓰는것과 견주어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열둘째 줄에 있는 ‘옮기고’도 ‘천도’라는 한자말이 아니라서 참 쉽게 느껴졌고. 열넷째 줄에 있는 ‘길렀으므로’도 마찬가지로 반가웠습니다.

 

열다섯째 줄에 있는 ‘누름’이라는 말도 ‘압력’이라는 한자말을 쓰지 않아도 하고 싶은 바를 똑똑하게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같아 참 좋았습니다. 이렇게 두 쪽을 보아도 요즘 책과 달리 쉽게 쓰려고 마음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옛날 책을 모두 모아 살핀다면 더 많은 것들을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쉬운 배움책을 만드는 바탕을 다지는 일을 서둘러야 할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4352해 온가을달 스무닷새 삿날 (2019년 9월 25일 수요일)

토박이말바라기 이창수

 

※이 글은 앞서 경남신문에 실은 글인데 더 많은 분들과 나누려고 다시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