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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띄는 공연과 전시

일본 원작 소설, 유라시안 오페라로 부활한 '산쇼다유'

동자아트홀서 10월 9일, 저녁 7시 마지막 공연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어제(8일) 저녁7시, 서울 동자아트홀에서 ‘유라시안 오페라 산쇼다유’ 공연이 열렸다. 이날 공연한 <산쇼다유>는 일본의 소설가 모리 오가이(森鷗外, 1862~1922) 원작을 감독이자 작곡가인 카와사키 준이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원작은 헤이안시대(794~1185)를 배경으로  아버지를 찾아나선 한 가족이 인신매매로 어머니와 두 남매가 생이별을 하게되어 수전노인 ‘산쇼다유’ 집안으로 팔려가 겪는 이야기인데 이는 1954년 미조구치 겐지가 영화화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끈적이 있다.

 

어제 공연한 ‘유라시안 오페라 산쇼다유’는 원작이나 영화와는 또 다른 감흥을 주어서인지 객석은 숨소리하나 없이 조용했다. 막이 오르자 화면 가득히 한 여인이 춤을 춘다. 온 몸을 비틀며 이어지는 춤사위는 어린 남매와 헤어져 사도섬으로 팔려가 눈먼 장님이 된 어머니 같기도 하고 수전노 집안에서 수년간 노예살이를 하며 탈출을 꿈꾸다 결국은 물에 뻐져 죽는 여주인공 안주 같기도 하다.

 

 

‘유라시안 오페라 산쇼다유’ 는 원작이 일본 소설인 만큼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무대 중앙의 대형 화면에 이해하기 쉬운 설명이 있어 보기 편했다. 배우들이 일본어로 말하면 화면 자막은 한국어와 영어로 설명이 나왔고 한국어로 하면 일본어와 영어 자막이 떠 해당 언어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게 구성되었다.

 

 이날 공연의 구성은 모두 10장으로 나뉘었는데, 탄생, 이별, 인어, 장님, 혹한, 만남, 1937, 재앙, 심(沈), 종착지로 이어지는 동안 배우들의 연기와 음악 연주자들의 연주가 환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번 작품을 감독한 카와사키 준은 “한국과 중앙아시아의 신화와 전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연결 지어 보았다. 이를 표현하려고 무대를 근대, 현대로 옮겨 가면서 일본의 소설을 재해석하고자 했다. 이번 작품은 일본, 한국,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예술가들이 모여 만든 국제 프로젝트다. ”라고 했다.

 

작품의 줄거리 가운데, 헤이안 말기 어수선한 사회 속에서 인신매매와 이를 통해 배를 불린 수전노 집안에서 죽을때까지 노예로 살아가야했던 헤이안인(平安人)과 1937, 스탈린의 명령에 따라 소련 정부가 연해주의 고려인(한국인)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켜 수많은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불러왔던 것은 사실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작품에서는 이러한 사실들이 서로 얼키고 설켜있다. 왜 그랬을까? 필자는 그것을 카와사키 준 감독이 갖고 있는 “인간에 대한 따스한 시선”이라고 읽었다.  카와사키 준 감독 자신이 말했듯이 “일본의 전통 작품에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연결했다.”라는 말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1천 년 전 일본의 헤이안시대(794~1185)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진화되고 부활하여 오늘 한국 땅에서 새로운 주제를 가미한 ‘음악 오페라’로 선 보였다는 것은 매운 신선한 시도라는 생각이다. 고전을 고전으로 두면 고전일 뿐이지만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면 현대물이 된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것은 ‘일본적인 것에 한국과 러시아 카자흐스탄적인 것을 가미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유라시안 오페라 산쇼다유’ 는 신선하다. 사실 필자는 대학에서 모리 오가이(森鷗外)의 원작인 <산쇼다유(山椒大夫)>를 강의하고 미조구치 겐지 감독이 만든 영화도 학생들과 여러번 보았다. 그러던 중, 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에서 보내온 ‘유라시안 오페라 산쇼다유’ 안내문을 보고 가장 먼저 예약 신청을 했다. 이 작품을 어떻게 오페라로? 더군다나 유라시안 오페라? 로 만들었을까 궁금했기 때문이다.

 

2시간 가까운 공연을 보면서 일본 원작 소설을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조금 난해하고 어려웠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런 우려는 대형 스크린에 충분한 해설이 있어 해결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겨울바다를 바라다 보며, 내가 집을 떠나 죽으면 푸른 바다에 내 뼛가루를 뿌려달라는 자막이 의미심장하게 들려온다. 사랑하는 남편과 헤어져 남매를 데리고 찾아 나섰다가 인신매매에 걸려들어 산산조각난 한 가족의 비극적인 삶과, 일제침략으로 정든 고향을 떠나 연해주로 이주했다가 다시 스탈린의 강제 이주 명령으로 하루 아침에 혹한의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 버려졌던 고려인들!

 

서로 견줄 수 없는 상황이겠지만 ‘생이별’, ‘재앙’ 등의 면에서는 수긍이 되는 부분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일본의 고전을 현대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거기에 한국과 유라시아의 역사와 신화, 전설과 연결 시켜보려는 실험정신은 신선한 작업으로 보인다.

 

<유라시안 오페라 산쇼다유> 공연 안내

2019년 10월 9일 (마지막 공연) 저녁 7시~

서울 동자아트홀 02-397-2820 , 전석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