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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아이가 태어나면 찬물로 씻어주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187]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兒旣生矣當洗(아기생의당세)         아이 태어나면 마땅히 씻어야 할 터

盆中貯來淸水(분중저래청수)         동이에 맑은 물 담아 오거라

水雖冷兮兒莫啼(수수랭혜아막제)  물이 비록 차더라도 아이야 울지 말라

百病消除堅骨理(백병소제견골리)  온갖 병 없애고 뼈와 피부를 튼튼히 하려는 것이란다

北方苦寒又多風(북방고한우다풍)  북쪽 지방 너무 춥고 또 바람이 많아

耐寒耐風從今試(내한내풍종금시)  추위 바람 참는 것 나서부터 경험하게 하네

 

이는 조선 후기 문신 이계(耳溪) 홍양호(洪良浩)가 지은 한시 ‘아기생(兒旣生)’으로 한시집 《북새잡요(北塞雜徭)》 62수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시는 북관(北關, 함경도 지방 가운데 마천령 이북 지역) 사람들의 독특한 삶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홍양호는 그의 책 《북새기략(北塞記略)》에서, “아이가 배에서 나오자 곧바로 동이물에 넣어서 피를 씻어내는데, 이것을 ‘태열(어린애가 태 안에서 받은 열이 태어나서도 있는 병증)을 없애준다.”’고 기록했는데, 따뜻한 물이 아닌 차가운 물로 아이를 씻어내는 이 방식은 북관 사람들의 고유한 생활방식라고 합니다.

 

 

홍양호는 사헌부대사헌ㆍ평안도관찰사ㆍ이조판서를 지냈으며, 홍문관ㆍ예문관 두 곳의 대제학을 겸임하는 것은 물론 문장이 바르면서 능숙하고 규범이 있어서 당시 조정의 벼슬아치 가운데 그를 따를 사람이 없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계집》 37권 외에 《육서경위(六書經緯)》·《군서발배(群書發排)》·《격물해(格物解)》·《칠정변(七情辨)》·《해동명장전(海東名將傳)》·《고려대사기(高麗大事記)》·《북새기략(北塞記略)》 등 많은 책을 남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