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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춤을 추며 소리를 하며, 김단아 명창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4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경기 좌창 중의 <십장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춘향이가 신임 사또의 수청 요구를 거역한 죄로 다섯 번째, 여섯 번째, 일곱 번째의 매질을 당하며 항변하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 중 <오>자로 시작되는 용어들은 오매불망(寤寐不忘), 오관참장(五關斬將), <육>에서는 육국유세, 곧 춘추전국시대에 여섯 나라의 임금을 설득하여 합종(合從)시켰다는 소진이도 춘향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과, 혼인 때에 갖추게 되는 여섯 가지 의식이란 의미의 육례연분 이야기, <칠>로 시작하는 칠리청탄(七里淸灘)은 길고도 맑은 강물을 가리키는 말로 여기에 춘향을 내던져도 반드시 이 도령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얼마 전, 강화군이 주최한 전국국악경연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적이 있었다. 이 대회는 역사가 그리 오래된 대회는 아니나 참가인원이 400여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 있는 대회로 성장해 가고 있다. 여기서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김단아 명창을 만나 옛날이야기를 나눈 것이 기억에 남는다.

 

김 명창은 경기소리와 고전 춤을 함께 전공하고 있는 예인이다.

 

김 명창은 내가 교육청이나 공무원연수원 등지에서 전통음악과 관련한 강의를 진행할 때, 경기민요, 혹은 판소리 고법의 초대 손님으로 참여해서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의 이름은 김영순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동명이인(同名異人)이 많아 ‘김단아’라는 새 이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녀는 초등학교 2학년 어린 시절부터 이미 전통무용에 입문한 재주꾼이었고, 그래서 국악예중, 고교에 진학하여 6년 동안 고전무용을 전공하였으며, 고등학를 졸업한 뒤에는 내로라하는 인간문화재 급 명무들을 찾아 본격적으로 승무며 살풀이와 교은 고전무용을 익히게 되어 상당한 수준에 오른 사람이다.

 

 

그런데 춤을 추면서도 자연스럽게 들어오던 춤 반주음악이 몸에 배인 탓인가? 본격적으로 경기명창들에게 민요를 배워 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의 이수자가 되었고, 또한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5호 고법(장단)의 이수자의 자격도 취득하였다. 소리꾼으로서의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지금도 김혜란 명창에게 경기소리를 다듬고 있으면서 더 넓은 예술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동방 대학원 문화예술 콘텐츠학과에서 석사학위도 받아낼 정도로 이론과 실기를 갖춘 국악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를 경기명창으로 칭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것은 그가 고 안비취 명창을 기리는 뜻에서 시작된 제1회 <비취 전국경기민요 경창> 명창부에서, 그 많은 경쟁자들을 뒤로하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는 점, 그리고 얼마 전, <제39회 전주대사습놀이> 민요부 경연에서 당당하게 장원에 올라 그 공력을 인정받았다는 점이 등이 그 배경이 될 것이다. 특히, 그녀는 춤과 소리세계를 넘나들며 소리꾼들에게는 안무를, 그리고 춤꾼들에게는 소리를 지도해 주고 있어서 소리와 춤의 교량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며 미소를 짓는다.

 

“한해, 한해 소리공부에 심취해 가면서 공감이 되는 것은 노래의 가락이나 장단, 시김새 등 음악적 요소도 훌륭하지만, 일차적으로는 경기소리의 가사가 마음에 와 닿는다는 거예요. 그 노랫말들의 구구절절한 사연들이 가슴에 와 닿을 때, 제 마음속의 희로애락은 요동치기 시작하지요. 그 속에서 건강을 지키는 힘을 느끼게 되고,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되고, 아 그래서 저는 소리 하는 걸 멈출 수가 없어요. 춤추고 소리한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축복받은 일인지!”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렇게 순수할 수가 없다. 앞으로 그는 경기소리의 12좌창과 민요는 물론이고, 무속(巫俗)소리 중에서도 ‘이별가’ 느낌이 짙은 ‘조상거리’라든가, ‘창부타령’ 느낌이 나는 ‘대감타령’ 같이 가(歌)무(舞)악(樂) 요소가 짙은 작품들을 더더욱 공부하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그리고 이를 소재로 하는 뮤지컬 작품을 구상해서 대중들과 함께 소통하고, 감동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시도해 보겠다는 것이다. 하루속히 그녀의 계획이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기 기대한다.

 

 

다시 십장가 이야기로 돌아와 이번 주에는 춘향이가 사또의 수청 명령을 거절한다고 해서 여덟 번째의 매를 맞는 대목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한다.

 

앞에서는 사또에게 대항하는 투의 노랫말이 많았으나 종반에 와서는 기력을 잃었는지, 아니면 사또의 반응이 없기에 그러한지, 대항의 세가 점점 약해져서 항의를 포기하는 분위기이다.

 

여덟 번째의 제 <8>에서 춘향이가 조용히 외치는 사설내용은 다음과 같다.

 

“팔자도 기박(崎薄)하다. 팔괘(八卦)로 풀어 봐도 벗어날 길 바이없네. 팔년풍진초한시(八年風塵楚漢時)에 장량 같은 모사라도 팔진광풍(八陳狂風), 이 난국을 모면하기 어렵거든, 팔팔결이나 틀렸구나. 애를 쓴들 무엇하리.”

 

팔자가 기박(崎薄)하다는 표현은 지금의 내 운수가 내 의지로는 헤쳐 나가기 어렵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또한 팔괘(八卦)란 '음양(陰陽)'의 세계관을 토대로 그 구체적인 삼라만상의 세계를 여덟 개의 괘로 나타낸 것이다. 음과 양은 물질의 궁극적인 본질이다. 다시 말해, 자연계 구성의 기본이 되는 하늘ㆍ땅ㆍ못ㆍ불ㆍ지진ㆍ바람ㆍ물ㆍ산 등을 상징한다. 그리고 8개의 도형은 길고 짧은 선을 이용해 온갖 세상 만물을 설명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시는 다음과 같다.

 

건(乾:☰)ㆍ태(兌:☱)ㆍ리(離:☲)ㆍ진(震:☳)ㆍ손(巽:☴)ㆍ감(坎:☵)ㆍ간(艮:☶)ㆍ곤(坤:☷).

 

이 가운데 우리나라 태극기에도 건, 곤, 감, 리의 네 가지 괘가 그려져 있는데 그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는 의문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