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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10집 안 되는 작은 골에도 충렬이 있는 법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43]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경기민요와 고전춤으로 유명한 김단아 명창의 소개와 십장가의 여덟 번째 매질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였다. 김단아는 제1회 <비취 전국경기민요 경창> 명창부 대상, <전주대사습놀이> 민요부 장원이라는 경력이 말해 주듯 무용과 소리를 겸비한 예인이며 현재 국가무형문화재 경기민요 이수자와 서울시 문화재 고법(장단)의 이수자로 활동한다는 점을 얘기했다.

 

특히 무속(巫俗)소리 가운데 ‘조상거리’나 ‘대감타령’ 같은 가(歌)무(舞)악(樂) 요소가 짙은 노래들을 소재로 작품을 구상해서 대중들과 함께 소통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소개하였다. 십장가의 여덟 번째 매질과 관련된 사설에는 팔자, 팔괘(八卦) 등이 나오는데, 8괘란 '음양(陰陽)'의 세계관을 토대로 그 구체적인 삼라만상의 세계를 나타내고 있으며 태극기에도 건, 곤, 감, 이의 네 가지 괘가 그려져 있다는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경기좌창으로 불리는 십장가의 아홉 번째 매질을 당하는 대목 이야기로 이어간다. 춘향이가 아홉 번째 매를 맞고 하는 말은 “구차한 춘향이가 굽이굽이(구비구비) 맺힌 설움, 구곡지수(九曲之水) 어니어든 구관 자제만 보고 지고.”다. 이 대목은 자신의 처지가 매우 구차하다는 심경을 밝히면서 이 도령을 만나 볼 수 있다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마지막 열을 맞고 하는 말의 사설은 다음과 같다.

 

“십악대죄 오늘인가, 십생구사 할지라도, 시왕전(십왕전)에 매인 목숨, 십육 세에 나는 죽네. 비나이다, 비나이다, 하나님 전 비나이다. 한양 계신 이 도령이 암행어사 출도하여 이내 춘향을 살리소서.”

 

위에서 십악대죄(十惡大罪)는 중국의 당나라 이전부터 정해져 내려오는 10개의 큰 죄를 말함이다. 대략 열거해 보면 도둑질을 비롯하여, 간사함, 거짓말, 꾸며댄 말, 험담, 이간질, 분노, 그릇된 생각, 정절 훼손 등이 포함되며 이 죄는 그 뒤 명나라에 와서도 십악대죄로 정착되었고, 중국 뿐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여러 형법이 이것을 따랐다고 한다. 중국의 영향을 받은 고려나 조선에서도 이러한 형법 체계를 기본으로 백성들을 다스려 왔던 것이니 당시 힘없는 백성들이 세상을 살았다고 하는 과정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하는 점을 새삼 느끼게도 만든다.

 

열이 태어나 아홉은 죽는다는 십생구사(十生九死)란 표현도 재미있다. 삶의 확률이 열 가운데서 하나라는 의미인 구사일생(九死一生)과 같은 뜻으로 생존율 10%를 강조하는 말이다.

 

또한 시왕전(十王前)은 글자 그대로 저승에 있다는 진광대왕을 비롯한 초강대왕, 태산태왕, 평등대왕 등 10명의 대왕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춘향이가 스스로 한탄하는 소리조는 수청을 거역한 죄를 지어 이미 죽음을 눈앞에 두게 되었고, 요행이 살아남는다 해도 저승사자에 매인 목숨이니 이를 한탄하며 절망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희망이라면 하나님께 빌어서 이 도령이 암행어사가 되어 춘향을 살리러 오는 길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을 한 가닥 희망으로 삼고 노래하는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이 대목의 원전이라 할 수 있는 판소리 춘향가의 사설은 이 대목을 어떻게 전개시켜 나가는가 참고해 보기로 한다. 김세종제 조상현이 부르는 소리제이다.

 

‘십’자 낱을 딱 붙여 놓으니, 십장가로 아뢰리다. “십실 적은 골도 충렬이 있삽거든, 우리 남원 교방청의 열행이 없사오리까? 십생구사 허올진대, 십망일장 날만 믿은 우리 모친이 불쌍허오. 이제라도 이 몸이 죽어 혼비중천 높이 떠서 도련님 잠든 창전의 파몽이나 허고지고”

 

위 사설에서 십실(十室), 즉 10집도 안 되는 작은 마을에도 충렬이 있다고 하는데, 남원 교방청(敎坊廳)의 열행(烈行), 곧 장하게 정절을 지켜온 기녀가 왜 없겠느냐고 항의한다. 십생구사(十生九死)는 앞에 경기소리 노랫말에서 나온 말이고, 십맹일장(十盲一杖)은 10여명의 맹인이 하나의 지팡이에 의지한다는 뜻이니 하나의 물건으로 여러 사람이 요긴하게 쓰는 경우를 뜻하는 것처럼 나에게 의지하고 있는 우리 모친이 불쌍하다는 말, 이제라도 죽어 혼비중천(魂飛中天) 높이 떠서 도련님 잠든 창전의 파몽(破夢), 곧 꿈을 깨어나게 하겠다는 내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십장가의 각 단락별 가사의 의미를 찾아보았다.

 

 

경기지방의 잡가로 불리고 있는 노래들은 대부분이 도드리장단으로 진행된다. <십장가> 역시, 느린 6박의 도드리장단으로 부르고 있다.

 

도드리장단이란 ‘되돌아든다’, ‘반복한다’라는 뜻이며 한자어로는 환입(還入)이라고도 부른다. 6박으로 구성된 도드리장단에서 제1-2박은 합장단(오른편 왼편을 동시에 침), 제3박은 채편(오른편의 채로 치는 주법), 제4박은 북편(왼편의 손바닥으로 울리는 주법), 그리고 제5-6박은 채굴림 주법으로 구성된다. 문자로 쓰면 쌍(雙)2박, 편(鞭)1박, 고(鼓)1박, 요(搖)2박으로 구성되는 장단형이다.

 

예로부터 경기좌창은 피리나 대금 등 선율 악기의 반주가 따르지 않고, 주로 장고 장단에 맞추어 소리를 하는데, 장단의 흐름이 느릴수록 음을 꾸미거나 잔가락을 많이 넣는다. 형식은 10대의 매질에 따라 10장 형식이고, 여기에 인입(引入)장의 시작형 마루가 첨가되는 유절형식이다. 선율진행은 라(la)-도(Do)-레(Re)-미(Mi)의 상행형 선율과 라(La)-미(Mi)-레(Re)의 하행 선율이 중심을 이루고 있을 정도로 단조로운 편이다. 종지는 반드시 라에서 미로 내려와 레에서 끝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