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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판교의 쌍용 거(巨) 줄다리기 놀이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성남시의 향토문화재인 <이무술 집터 다지는 소리>를 소개하였다. 새로 집을 지으면서 액(厄)을 물리고, 복을 비는 기원과 함께 지경다지기를 할 때, 화합과 협동을 위해 소리를 하게 되는데, 첫째 순서는 <동아줄 디리는 소리>이고 두 번째 순서는 <가래질 소리>라는 점, 형식은 선창자가 본절(本節)을 부르고 나면, 지경꾼들이 후렴구로 응답하는 ‘메기고 받는 형식’이며, 느린 4박의 굿거리장단으로 이어진다는 점, 작업과 소리를 이끌고 있는 선창자(선소리꾼, 또는 앞소리꾼)가 독창으로 본절을 메기는 방법은 평(平), 고음(高音), 저음(低音)으로 숙여 내는 창법 등이 있다는 점을 얘기했다.

 

이어서 지경다지기 소리, 양산도와 방아타령, 자진방아 타령, 이어차 소리 등이 모두 위와 같이 이어지다가 마지막 순서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판굿(풍물놀이)과 풍년가, 방아타령 등을 부르는 뒷놀이가 펼쳐진다는 점, 주거 문화가 현대화 되어 이제 집터 다지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그 소리들의 재현은 사라지는 전통을 되살리는 작업이어서 꼭 필요한 작업이라는 점 등을 이야기 하였다.

 

이어서 이번 주에는 성남시 판교(板橋)지역의 ‘쌍용 거(巨)줄다리기’ 이야기로 이어간다. 시(市)로 승격되기 이전의 성남지역은 경기도 광주군의 한 면(面)단위로 주로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농경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민속놀이들은 대체로 가족의 건강과 마을의 안녕,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민속이 일상생활 속에 뿌리내려 왔던 것이다.

 

성남지역의 대표적 민속놀이라고 하면, 앞에서 소개한 이매동의 '이무술 집 터 다지는 소리' 와 분당 구미동의 '오리뜰 농악', 그리고 판교 지역에 전승되어 온 ‘판교 널다리 쌍용거 줄다리기' 등이 있다.

 

판교(板橋)라는 지역 이름에서 판(板)은 널빤지를 뜻하는 글자이고, 교(橋)는 다리를 의미한다. 그래서 판교, 곧 우리말로는 ‘널다리’, 혹은 ‘너다리’, ‘너더리’라고 불러왔다.

 

예로부터 정월 대보름날이 되면 이 지역에는 온 마을 사람들이 하나가 되어 전통적인 민속놀이, ‘쌍용거 줄다리기’가 유명했으나, 지역이 도시화 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민속놀이는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1980년도에 성남문화원이 앞장서서 지역 원로들의 기억을 바탕으로 이 놀이를 복원시키게 되었고, 그 이후, 경기도 민속 예술축제 등에 출전하는 등, 활동을 펼쳤으나 판교 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인해 또 다시 중단되기에 이르렀다.

 

 

《성남시사》, 또는 성남문화원이 작성한 《낙생 마을지》를 참고해 보면, 판교에 전승되어 오는 <널다리 쌍용거 줄다리기>는 정월 대보름날 너더리(판교동)에서 행해졌던 민속놀이로 소개되어 있다. 지역의 원로 주민인 김광영씨의 증언에 따르면, 판교동에는 1970년대 초반 경부고속도로가 나기 전에 신작로를 따라 길게 장터가 형성되어 있었고, 이곳에서 정월 대보름날 줄다리기가 행해졌다는 것이다.

 

행사 준비는 대보름이 되기 여러 날 전부터 마을의 남자들이 당산나무 아래에 모여 굵은 줄을 꼬았는데, 주민 7~8명이 약 1주일 동안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수십 미터가 넘도록 꼬았다고 한다. 경부고속도로가 생기면서부터는 너른 논이 없어져 마을 뒤의 샛길에서 줄을 준비하였는데, ‘쌍용거 줄다리기’를 위해서는 작은 새끼줄 18가닥을 엮어 중(中)줄을 만들고, 다시 중줄을 엮어 대(大)줄을 만들었으며, 남근(男根)형의 '청룡줄'과, 여근형의 '황룡줄'로 구분하였다고 한다.

 

정월 대보름날 저녁, 줄다리기를 하기 전, 주민들은 마을 안길에 쌍룡의 용두를 맞대어 놓고 당산나무 앞에서 축문을 읽으며,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마을고사를 지낸 다음, 청룡줄을 황룡줄에 끼우고 비녀목을 꽂아 두었다고 한다. 특히 이곳에서는 여성 황룡줄이 두 번을 이겨야 풍년이 들었다는 속설이 전해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마을의 안녕과 화합을 위해 줄다리기 놀이를 해 온 마을은 한 두 곳이 아니다. 지방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로 만장과 풍물패를 앞세우고, 주민들이 함께 흥을 돋우며 행해졌던 대표적인 민속놀이일 것이다. 이 놀이가 모두 끝나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고, 풍물패가 꽹과리, 장고, 북을 치고, 쇠납(태평소)을 불면서 한 마당 놀이판을 펼친다. 음식준비도 마을의 주민들이 합심하여 공동으로 준비하며 청룡줄과 황룡줄을 태워서 강이나 냇물에 흘려보내 액운을 물리치는 의식을 끝으로 줄다리기는 마무리 된다.

 

판교 신도시 개발과 더불어 이 줄다리기 민속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데, 성남문화원에서는 새롭게 보존회를 재정비하고 성남시의 지원을 받아, 2010년 정월대보름부터 한국농악보존협회 성남시지회, 성남농협 주부농악단, 판교동 입주자 등 300여명이 흥겹게 시연하게 되었고, 그 이후에도 성남시 40돌 기념 성남시민 체육대회, 제19회 성남 농업인의 날, 식전행사 등 판교동에서 재연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액운을 예방하고 마을 주민들이 화합하여 풍년을 기원하는 특성을 지닌 ‘판교 널다리 쌍용거 줄다리기’는 시 승격 46돌이 된 성남시가 더더욱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를 기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이 담겨 있으며, 가장 의미있는 민속놀이로 자리매김 해 가면서 앞으로 그 자리를 굳건하게 지켜 나갈 것이다. 전통의 귀중함을 재인식하고, 시민의 힘으로 이를 지켜나가는 성남시(城南市)야말로 이제 전통을 중시하는 대표적인 도시로 부상하게 될 것이 너무도 확실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