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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손으로 두드리고 만지면서 만들던 메주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220]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속을 썩히는 / 저 향긋한 향 /

어머니, 아버지

가슴 속에 든 곰팡내 나는 / 퍼런 멍처럼

네모난 / 메주

한 / 덩이”

 

정순철 시인의 시 <메주>입니다. 이번 주 토요일은 24절기 가운데 ‘대설(大雪)’로 이즈음 우리 겨레는 메주 쓰기가 한창입니다. ‘콩으로 메주를 쒀도 곧이듣지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은 아무리 당연한 사실을 말해도 믿을 수 없지요. 이 속담이 전해지던 우리 겨레에게 ‘콩으로 메주 쑤는 일’은 우리 삶에서 너무나도 ‘당연한 일’, 어느 집이건 논두렁에 심어두었던 콩을 갈무리하여 음력 10월부터 11월 무렵 메주를 쑵니다.

 

 

‘메주’라는 말을 문헌에서 찾아보면 12세기에 펴낸 《계림유사(鷄林類事)》에 ‘장왈밀저(醬曰蜜沮)’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것이 바로 메주입니다. 또 조선 후기의 실학자 한치윤이 쓴 《해동역사(海東繹史)》에서는 발해(渤海)의 명산물로서 책성(柵城)의 시(豉)를 들고 있는데 ‘시’는 한자 자전 《설문해자(說文解字)》에 따르면 ‘배염유숙(配鹽幽菽)’, 곧 콩을 소금과 함께 어두운 곳에서 발효시킨 ‘메주’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메주 쑬 때 메주 모양을 만드는 것으로 ‘메주틀’이란 것이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마을 뒷산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나무로 뚝딱뚝딱 만들었을 지극히 평범한 ‘메주틀’이지만 이제는 박물관 진열장에 모셔져 있지요. 어느 집이건 있었을 법한 메주틀은 국립민속박물관에 겨우 4점이 있을 뿐입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메주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 집에서만 메주틀이 필요했을 뿐 보통 집에서야 그저 쫀득한 콩덩이를 양손으로 잡고 도마 위에서 밑바닥이 평평하도록 두드리고 만지면서 메주를 만들었던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