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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시조창에도 판소리처럼 중고제가 있는가?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5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한국춤문화유산 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한 <중고제> 관련 세미나 이야기 중, 정노식의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에 소개된 중고제는 동편도 아니고, 서편도 아닌 그 중간이며 염계달, 김성옥의 법제를 많이 계승하여 경기, 충청간에서 유행한 소리제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또한 중고제는 평조(平調)대목이 많고, 정가풍의 창법을 쓴다는 점, 장단을 달아놓고 창조(도섭)로 부르며 글을 읽듯, 몰아간다는 점, 말 부침새도 비교적 단순하게 구사하는 소리제라는 점, 그러나 안타깝게도 음반에만 담겨 있을 뿐, 소리꾼으로 이어지는 실제의 전승은 단절되었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지난주에도 소개했던 바와 같이 <중고제 악가무>라는 말에서 중고제가 판소리의 한 유파(流波), 곧 경기지방과 충청지방에서 많이 불리던 중부지방의 소리라는 점은 확실하다. 또한, 이 소리제는 전라도 지방의 동편제나 서편제 판소리와는 달리, 정가풍의 특징적인 창법의 소리제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동편이나 서편 판소리와는 다른 음악적 유파로 분류되는, 혹은 중부권이라는 지역적 의미를 담고 있던 이름이지만, 또 다르게 해석되는 점은 어느 특정 시대를 가리키는 의미도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어느 분야의 시조(始祖)가 있다면 중시조가 있고, 일상에서 쉽게 비교하는 고참(古參)-중고참 등의 개념으로 보면 고제의 다음 시대로 인식되는 시대적 개념으로 중고제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조선 영 정조시대, 최초로 불린 판소리를 고제(古制)라고 한다면, 중고제는 최초의 고제 형태가 아닌, 변화되고 발전된 모습을 갖게 된, 어느 정도 후대에 불리던 소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중고제>라는 용어를 충청지역의 악(樂)ㆍ가(歌)ㆍ무(舞)에 공통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용어인가? 하는 점, 구체적으로 판소리 외에 기악의 줄풍류나 산조 음악에, 중고제 줄풍류, 혹은 중고제 산조, 또는 중고제 시조, 중고제 춤과 같이 여러 장르에 보편적 개념으로 중고제라는 명칭이 사용되지는 않았기에 적절치 않다고 본다.

 

시조창의 경우, 충청지방의 시조창을 중고제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같은 충청도이지만 충청북도는 거의 경제(京制)시조의 권역이고, <내포제 시조>는 충청남도의 서해안 일대에서 불려져 온 시조창으로, 특히 서산이나 태안, 홍성, 당진을 중심으로 하는 시조창은 <윗내포시조>, 부여, 공주, 청양을 중심으로 그 일대에서 불러온 시조창은 <아랫내포제 시조>라고 구분 명칭이 있었다.

 

 

가람 이병기는 《가람 문선(文選)》에서 시조 분류와 관련하여 “말하자면, 경성(京城)에는 정악기(正樂妓), 판시조, 위댓시조, 사계((四契)집 시조니 하는 따위가 있었고, 지방에서는 영남(嶺南)에 온령(嶺)판, 반령판이니 하는 것이 있었으며, 호중(湖中)에는 내포제, 위내포제, 아래내포제니 하는 것이 있었다. 이렇게 많은 유파가 있고, 그 유파마다 그걸 배우는 이가 있어 기껏 잘해야 그 조백(早白)이나 알 뿐, 명창이 되기는 썩 어려운 것이다.”

 

현재, 충청남도의 무형문화재 종목으로 시조창이 지정되어 있는데, 각각 아래내포, 윗내포로 지역에 따라 특징적 차이가 있다는 점은 증명이 된다. <내포제 시조>를 <충청제시조>로는 통해도 <중고제시조>라 부르지는 않는다. 정리하면, 판소리 분야에서 쓰고 있는 중고제라는 용어는 시조창이나 가사창, 가곡창의 경우는 쓰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문제는 별도의 논의를 통해 정리가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시조창은 가곡을 더 쉽고 간단하게 고쳐서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도록 만든 노래이다. 고악보인 《유예지》나 《구라철사금자보》에는 서울, 경기지방의 경제(京制)시조가 실려 있는데, 각 지방으로 퍼져나가면서 지방의 환경, 풍속, 기호에 따라 토착화되었고, 지방 특유의 특징있는 시조로 발전, 확대되었다. 지방의 시조를 향제라고 부른다. 향제시조 가운데 서산 중심의 윗내포시조는 이종승-유흥복-박선웅(朴善雄)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시조창이다.

 

아래 <경제와 위내포제 시조의 속청과 말붙임의 비교>를 악보로 보면 양자의 차이점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제4~5박의 경제는 세청의 (세성(細聲), 가성(假聲)이라고도 부름) 창법이나 내포제는 세청 대신 동일음으로 처리하고 말 붙임의 자리도 다르다.

 

또한, 크게 비교가 되는 점은 종지형이다. 대부분은 仲→黃으로 4도 뚝 떨어져 강렬하게 맺어주는 형태이나, 내포제는 仲→太→黃으로 중간음 <太>를 넣어 순차 하행(下行)하는 끝마침법을 쓰고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가사 보유자였던 이양교는 《시조창보(時調唱譜)》에서“사설시조의 발원연대는 약120∼130년 전이며 사설시조창은 충남의 내포제가 먼저 생겼고, 차츰 전라도(전주중심)지방으로 퍼져서 오늘에 전승되었다고 적고 있어 주목된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