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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영화 ‘기생충’의 '소주 한잔'과 소주 이야기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252]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차가운 소주가 술잔에 넘치면 / 손톱 밑에 낀 때가 촉촉해 / 마른하늘에 비구름 / 조금씩 밀려와 / 쓰디쓴 이 소주가 술잔에 넘치면 / 손톱 밑에 낀 때가 촉촉해 / 빨간 내 오른쪽 뺨에 / 이제야 / 비가 오네” 이 노래는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지명된 영화 ‘기생충’의 주제가 '소주 한잔' 가사입니다. 배우 최우식이 부른 '소주 한잔'은 오스카 주제가상 예비후보로 지명됐는데, 봉준호 감독은 "그 노래를 듣는 것과 안 듣는 것의 여운이 살짝 다르다. 힘든 일을 겪었지만, 뚜벅뚜벅 간다는 느낌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소주는 영화 ‘기생충’에 주제가가 될 정도로 우리 겨레에겐 친근한 술입니다.

 

 

우리나라 문헌으로 술 이야기가 최초로 등장하는 것은 고려후기 문신 이승휴가 쓴 《제왕운기(帝王韻紀) 》의 동명성왕 건국담에 나오는 술에 얽힌 설화가 처음입니다. 그러나 증류주인 안동소주는 신라시대 때부터 그 기원을 잡지요. 증류기술은 아랍지역의 연금술사들에 의해서 발명되었는데, 당시 신라는 아랍과 활발한 중계무역을 벌였고, 이때 페르시아 유리잔과 함께 증류주의 제조법이 전래하였습니다. 하지만 소주는 페르시아에서 발달한 증류법이 원(元) 나라와 만주를 거쳐 고려 후기에 들어와 전통술로 자리 잡은 것이라는 설도 있지요.

 

한국에서 소주를 말하는 이름을 보면 밑술을 증류하여 이슬처럼 받아내는 술이라고 하여 노주(露酒), 불을 이용한다고 하여 화주(火酒), 또는 한주(汗酒), 기주(氣酒), 백주(白酒)라고도 했습니다. 의서(醫書)에는 소주가 약용으로 쓰였다는 기록도 있는데 특히 《단종실록》에는 문종이 죽은 뒤 단종이 상제를 하느라고 허약해져서 대신들이 소주를 마시게 하여 기운을 차리게 하였다는 기록이 보이지요. 현재 전통주의 맥을 이어오는 소주는 안동소주ㆍ문배술ㆍ진도홍주ㆍ제주한주 등입니다.

 

 

소주는 약용으로 쓰이기도 했기 때문에 많이 마시지 않고 작은 잔에 마셨고 따라서 작은 잔을 소주잔이라고 하게 되었습니다. 안동 지역에서는 상처에 소주를 바르고 배앓이, 식욕증진, 소화불량에 소주를 썼다고 전하지요. 물론 소줏고리라는 증류기로 증류한 안동소주 등은 요즘 일반적으로 마시는 희석식 소주와는 분명히 다른 술입니다. 희석식은 고구마나 타피오카 따위의 원료를 발효시켜 정제한 주정(에틸알코올)에 물, 조미료, 향료 따위를 섞어서 35% 이하로 희석한 술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