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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또 설을 맞으며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에 바라건대
[솔바람과 송순주 29]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곧 설이다.

 

2020년 경자년 새해가 밝은지 한 달이 다 돼 가지만 실제로 12간지 60갑자를 따지는 것은 음력으로 하니 설이 지나야 경자년 쥐띠 해가 시작되는 것으로 봐야 옳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기해년 돼지띠인 셈이다. 말하자면 새해라고 하면서 2020년이 되었지만, 띠로 본 새해는 아직 오지 않은 셈이니 조금 복잡하고 불편하다. 이웃나라 일본은 일찌감치 음력을 폐지하고 모든 설을 양력으로 쇠니 그런 고민이 없다. 그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라 하여간 새해를 맞는 헷갈림은 여전히 있는 것이다.

 

 

우리가 새해를 쇠는 습관은 언제부터일까?

 

"진덕여왕(眞德女王) 5년(636) 정월 초하루에 왕이 백관(百官)의 조하(朝賀, 경축일에 신하들이 조정에 나아가 임금에게 하례하던 일)를 받았다. 새해를 축하하는 예법이 이때부터 비롯되었다."

 

고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新羅本紀)」에 기록이 되어있는 것을 보면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그 전에 고구려나 백제에서도 새해를 쇴을 것이지만 기록에 없으니 그저 신라 것을 칠 수밖에.

 

예전 조선시대에는 설날이 되면 일주일을 쉬는 것으로 되어있었다고 한다. 조상에 대한 예절을 중요시하는 사회였던 만큼 차례를 지내랴 집안 어른들에게 새해인사를 올리랴 시간이 많이 필요했을 것이다. 더구나 처갓집 등에 차례차례 인사를 올리려면 하루 이틀로서는 어려웠을 것이기에 일주일을 내리 쉬고 출근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자연 어른들끼리 사랑방에 모이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자리에서라면 시를 짓는 것이 상례였을 것이기에 새해를 맞아서도 새해를 축하하며 새해에 소원을 비는 새해축원시를 지었을 것이지만 전해오는 것은 많지 않다. 그런 가운데서 남아있는 것이 송강 정철(1536~1593)의 작품이다.

 

 

<관동별곡>, <사미인곡> 등 가사문학의 대가로 알려진 송강 정철(松江 鄭澈)은 막 시작된 당쟁의 첫 세대이며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했다. 1589년 우의정으로 발탁되어 정여립(鄭汝立)의 모반사건을 다스리게 되자 서인(西人)의 영수로서 철저하게 동인 세력을 추방해 동인들 원망의 표적이 되었다.

 

그다음 해 좌의정에 올라서는 불안한 왕실에 세자를 미리 책봉하여야 한다며 동인인 영의정 이산해(李山海)와 함께 광해군(光海君)의 책봉을 건의하기로 했는데 이산해가 빠진 것을 모르고 혼자 책봉을 건의했다가 선조의 노여움을 사서 파직돼 진주로, 강계로 유배된다. 이때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한 해 전인 1591년이다.

 

아마도 이즈음에 쓴 것으로 보이는 신년축(新年祝)이란 제목의 한시 5편이 그의 문집에 전한다;

 

新年祝新年祝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에 바라건대

所祝新年少酒杯  새해에 비는 바 술은 조금만 마시고

讀盡心經近思錄  심경(心經)과 근사록(近思錄) 모두 읽어서

許君親見聖賢來  임금께서 성현이 왔음을 친히 보았다 하시도록.

 

新年祝新年祝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에 바라건대

所祝新年有子賢  새해에 비는 바 어진 아들 있어

不向人間爭寵利  세상에 나아가 총리(寵利, 은총을 받음)를 아니 다투고

還從物外臥林泉  도리어 물(物)밖에 마음 두어 임천(林泉, 숲과 샘)에 누었으면.

 

新年祝新年祝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에 바라건대

所祝新年風俗醇  새해에 비는 바 풍속이 순후(醇厚)하여

家有愛君憂國士  집엔 임금(君) 사랑하며 나라 걱정하는 선비 있고

世無非古是今人  세상엔 옛날은 그르고 지금은 옳다는 이 없기를.

 

新年祝新年祝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에 바라건대

所祝新年諸疾除  새해에 비는 바 모든 병 없어지어

閱盡人間百八十  인간에 백 팔십을 다 지내고서

終爲仙鶴上蒼虛  끝내 선학(仙鶴)이 되어 하늘에 오르기를.

 

新年祝新年祝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에 바라건대

所祝新年芳景遲  새해에 비는 바 꽃다운 풍경 더디 가서

入耳無非好消息  귀에 들리는 것은 좋은 소식 아님이 없고

滿前皆是美男兒  눈앞 모두들 미남아(美男兒) 되어지기를...

 

 

이러한 정철의 ‘새해축원시’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세 번째 시의 마지막 부분이다.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선비가 있기를 비는 것은 당연한 데 그다음 "옛날은 그르고 지금은 옳다는 이 없기를" 바라는 말은, 그가 정치투쟁에서 밀려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당시에도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옛것을 부정하고 새것만을 옳다고 했기에 그것이 힘들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그렇더라도 병이 없고 장수하며, 좋은 자식 낳아 잘 기르라는 축원은 요즈음이나 예나 마찬가지이다.

 

선조는 신하인 정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정철은 그 마음이 정직하고 그 행동은 올바르며 그의 혀는 곧 직언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미움을 줄 뿐이며, 직에 임하여서는 불고가사(不顧家事, 집안일을 돌보지 않음), 몸이 쇠척하도록 온 힘을 다했고, 충성과 절의는 초목이라고 할지라도 그의 이름을 다 아는 바이니 참으로 이른바 군계일학이며 전상의 맹호라, 만약 그를 벌한다면 이는 마치 주운(한-漢 나라 때 사람으로 당시 권세를 마음대로 주무르던 무리를 배척하였음)을 베는 것과 같다."

 

그러나 정철은 파직을 되풀이하였고, 끝내는 귀양살이까지 하게 된다. 이른바 서인의 거두로서 꺾일지언정 휘어질 줄 몰랐던 탓으로 타협은 고사하고 차선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는 수많은 사람에게 죄주기를 주장하였으나 옳고 그른 일은 분명하게 가린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내려진 시호가 문청(文淸)이라는 사실로 이를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좋으나 이를 지나치게 내세우고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함으로써 많은 이의 원수가 되었다. 그러나 그런 정치적인 특성은 그의 문학작품에는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음으로서 그의 가사문학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봉이 된다.

 

그는 58살로 임진왜란이 일어난 다음 해에 죽는데 마지막에 가서야 당쟁의 문제를 인식하고 이에 대한 소망을 피력한다. 그가 죽기 전에 맞은 1593년 새해 축원시가 바로 그것이다.

 

新年祝新年祝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에 바라건대

所祝新年掃犬羊  새해에 비는 바 오랑캐 쓸어내고

坐使鑾輿廻塞上  임의 수레 변방에서 오게 하시어

仰瞻黃道日重光  거듭 빛나는 황도(黃道)의 해를 우러러보기를

 

新年祝新年祝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에 바라건대

所祝新年朝著淸  새해에 비는 바 조정(朝廷)이 맑아져서

痛掃東西南北說  동서남북 붕당일랑 모두 쓸어내고

一心寅協做昇平  일심으로 공경하고 협력하여 태평성대 지어내기를.

 

新年祝新年祝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에 바라건대

所祝新年年穀豊   새해에 비는 바 새해엔 곡식이 풍성하야

白屋更無民戚戚   초가집에선 백성에게 근심일랑 다시 없고

丹墀再 聽樂肜肜  대궐에는 즈런즈런 풍악소리 다시 듣기를...

 

新年祝新年祝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에 바라건대

所祝新年邦亂平  새해에 비는 바 나라에 난리가 평정되야

湖海老臣歸故里  강호의 늙은 신하 고향으로 돌아가서

臥看梅蘂雪中期  눈 속에 매화 꽃봉을 누워서 보게 되기를.

 

新年祝新年祝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에 바라건대

所祝新年士志堅  새해에 비는 바 선비의 뜻이 굳어

夷險生死惟一視  평탄함과 험함, 죽음과 삶이 모두를 하나로 보아

是非榮辱莫周旋  시비와 영욕일랑 주선하지 마시기를.

 

이런 송강정철의 새해축원시를 오늘에 되살려보면 어떤 시가 나올 수 있을까?

아마도 이렇게 되지 않겠는가?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에 바라건대

남북, 동서 하나되어 서로 걱정 덜고

한국이 평화롭게 세계문명 주역되기를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에 바라건대

조정이 맑아지고 붕당이 없어져

한마음 힙을 합쳐 태평성대 이루기를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엔 경제가 잘 풀리어

백성에 근심걱정 다시 없기를

 

새해에 바라건대 새해에 바라건대

위정자들의 생각이 좀 더 넓어져서

영욕 위해 세상의 혼탁 그만 좀 일으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