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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이젠 봄! 기지개를 켜보자

선조들의 건강ㆍ양생법 따라 해볼까?
[솔바람과 송순주 39]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춘분이던 지난 주말 북한산 둘레길에 가보니 많은 사람이 나들이 겸 산보 겸 나온 가운데 길옆에서 못 보던 미인들이 인사를 한다.

 

바로 진달래꽃들이 여기저기서 봉오리를 터트리면서 살포시 웃고있는 것이다. 아직 다른 관목들의 잎이 나오지 않았지만, 이 꽃들은 자신들이 화장도 제대로 하지 않고 너무 일찍 나왔다고 부끄러워하는 것 같다. 개나리도 막 노란 꽃잎이 나온다. 남쪽에 견주어 많이 늦었지만 북한산 뒤편에도 봄이 오는 것이다.

 

 

진달래나 개나리나 혹은 산수유나 모두 봄이 온 것을 본격적으로 알리는 전령임은 분명하다. 봄기운이 대지를 싱그럽게 데우고 있는 것이다. ​

 

人父乾而母坤  사람은 하늘과 땅을 부모로 삼았고

物吾與而幷生  만물은 나와 함께 나란히 태어났으니

雖一草與一木  비록 한 포기 풀 한 그루 나무일지라도

亦稟氣而生成  또한 기운을 받아 생성된 것이로세

 

覽庭中之交翠  뜰 가운데의 무성한 풀을 보고

揖濂溪之胸次  염계의 가슴속을 헤아려 보니

輸萬物於度內  만물을 내 몸속에 옮겨 놓아서

認一般之意思  자신의 의사와 같음을 알았구나 - 《동계집》 속집 제1권​

 

조선시대 숙종 때를 산 동계(東溪) 박태순(朴泰淳:1653~1704)은 새봄을 보면서 그 원리를 이렇게 설파한다. 만물도 나도 나 같은 생명체이고 같은 원리로 살아가는 존재이기에 그것을 깨닫고 기뻐하는 마음을 잘도 그려내었다.

 

伊庭中之細草  저 뜰 가운데의 작은 풀들도

亦欣欣而騈生  기뻐하며 앞다투어 돋아나네

乘和煦而抽芽  온화한 기운을 타고서 새싹을 틔우고

得雨露而敷榮  비와 이슬을 맞고서 꽃을 피우는구나​

 

始茸茸而漸茁  처음에는 잎이 돋아 점점 자라더니

終蔽除而陰陰  마침내 뜰을 덮고 무성히 우거졌지

蘸翠色於几案  안석*과 책상에는 푸른 빛이 잠기고

襲春光於書琴  책과 거문고에는 봄빛이 물들었네

 

* 안석 : 앉아서 몸을 뒤로 기대는 데 사용하는 방석

 

 

봄은 생명의 잔치이니 이를 다 함께 즐기자. 남을 죽이고 나만 혼자서 사는 욕심을 버리자. 그게 봄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우주의 원리이다. 우리 선조들은 그 원리와 마음을 읽고 그것에 따르려고 하고 있음을 이 시에서도 알 수 있다.​

 

조선왕조 22대 임금 정조는 영명한 군주로서 평생 백성을 위해 노심초사하며 공부도 엄청 많이 한 것으로 유명한데, 일찍이 옛 시를 읽다가 100살을 산 노인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100살 가까이 되는 노인 세 분이 김을 매면서 자신들이 수(壽)를 누리게 된 까닭을 묻고 답하는 장면이다. 이야기는 이렇게 간다.​​

 

“첫째 노인이 나와 대답하기를 ‘우리 집 마누라 박색이라오’, 다음 노인이 나와 대답하기를 ‘저녁 일찍 자리 들되 머리는 내놓지요’, 셋째 노인이 나와 대답하기를 ‘음식 먹기 절제하여 배 채우지 않았지요"​​

 

말하자면 한 분은 여색을 멀리함으로써 정기(精氣)를 굳힐 수 있었고, 한 분은 섭생을 잘함으로써 나이를 늘릴 수 있었으며, 또 한 분은 음식을 절제함으로써 병을 없앨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조는 이 세 노인의 말이 마음에 들어 이 말을 벽에 적어놓고 늘 쳐다보곤 했다고 한다.

 

사람이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은 모든 이의 소망이다. 봄이 되면 더욱 이러한 소망이 강해진다. 여기에는 왕후장상이든, 빈천한 시정잡배든 구별이 있을 수 없다. 정조도 그런 장수법에 당연히 관심이 있었는지, 정조가 쓴 《홍재전서(弘齋全書)》 ‘일득록(日得錄)’에는 위의 내용에 이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보인다.​​

 

“대저 마음과 호흡이 서로 의지하게 하려면 불(火)기운을 내려가게 하고 물(水)기운을 올라오게 해야 한다고 한 것은 지극히 이치에 맞는 말이다. 매양 취침하기 전에 두 발바닥의 가운데를 마주 문질러 비비면 기운이 저절로 퍼진다. 내가 밤마다 시험해 보았는데, 처음에는 힘이 드는 듯했으나 오래도록 계속했더니 신통한 효험이 있었다. 접때 듣자 하니, 반계(磻溪) 유형원(柳馨遠)의 후손인 유명위(柳明渭)도 이 방법을 쓴다고 했다.”

 

이러한 건강법 가운데 특이한 것은 머리를 자주 빗으라는 것이다. 정조는 여기에 관해서도 보고 들은 바를 말해준다.​

 

“젊었을 적에 ‘매일 빗질을 하라’고 권한 사람이 있었는데, 근년에 들어서 비로소 빗질하기 시작했더니, 머리와 시력이 맑고 시원해졌으며 잠이 저절로 왔다. 섭생가(攝生家)들이 머리를 빗질하는 것은 언제나 매일 120번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데, 어떤 이는 말하기를, ‘머리 빗기를 매일 천 번씩 하면 머리칼이 세어지지 않는다’ 한다. 또 《황정경(黃庭經, 중국 위ㆍ진-魏晉) 시대의 도가들이 양생-養生과 수련의 원리를 가르치고 기술하는 데 사용했던 도교 책)》에 이르기를, ‘머리칼은 응당 많이 빗어야 한다.’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사람들 가운데 매일 빗질할 수 있는 이가 드문 것은 바로 일찍 일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대에는 이러한 머리 빗기가 불가능하지만, 머리를 자주 감아주거나 머리의 모근(毛根)부분을 손가락 끝으로 마찰해주면 같은 효과가 나지 않겠는가? 이보다 앞서 선조 때 대제학을 지낸 택당(澤堂) 이식(李植)도 옛사람들의 수련법 가운데 후손들에게 권장할 만한 것을 골라 놓았다.​

 

“우선 새벽에 일어나 몸속에 있는 탁한 공기를 내뱉고 코로 새 공기를 들이마시기를 세 번씩 한 다음 아래윗니를 서로 맞부딪기를 26번 정도 하고, 다음으로는 눈두덩을 엄지손가락으로 27번 문지르고, 엄지와 검지를 가지고 콧등을 대여섯 번 문지른다. 다음엔 귓바퀴 안팎을 몇 번 문지르고 나서 얼굴을 두 손으로 문질러 더운 기운이 나도록 한다.”​

 

이러한 이식(李植)의 건강법은 홍만종(洪萬宗·1643~1725)의 책 《순오지(旬五志)》에 실려 있다. 홍만종은 또 조식법(調息法)이라는 호흡운동법과 함께 탄진법(呑津法)을 알려주고 있다. 탄진법은 혓바닥 위에서 생기는 침을 씹어서 삼키는 것인데, 침을 혓바닥 위에 생기게 하는 방법은 혀를 구부려서 움직이기만 하면 저절로 침이 생기니 별로 어려울 것도 없고, 이 법을 한동안 계속해서 몸에 배도록 하면 그만두려야 그만둘 수 없고 또한 배가 고프거나 피로할 때에도 힘을 낼 수가 있다고 한다.​

 

특히 입안에 생기는 침은 건강한 삶을 위한 가장 중요한 보약이라고 하겠으니, 퇴계 이황 선생도 명나라 주권(朱權)이 쓴 《건강양생비결》을 다시 정리해 펴낸 《활인심방(活人心方)》에서 두 손으로 발바닥을 잡고 단정히 앉아서 입속을 혀로 잘 저어주어 침이 생기기를 기다렸다가 꿀꺽 삼키는 것을 세 번씩 아홉 번을 하면 온몸의 맥이 스스로 조화롭고 고르게 된다며 침을 많이 삼키라고 권하고 있다. ​

 

중국의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사시(四時)’라는 시에서 ‘춘수만사택(春水滿四澤)’, 곧 봄에는 사방의 연못에 물이 차고 넘친다고 표현했다. 사람 몸도 마찬가지여서 몸에 물이 돌아야 건강해진다는 것이리라.

 

 

어느새 춘분도 지났구나. 산하엔 이미 봄기운이 무르익어 얼었던 대지에는 맑은 생명수가 넘치고 있다. 이런 때에는 이불을 박차고 나가서 선조들의 건강, 양생법을 한번 해볼 일이다. 그리 힘들 것도 없어 보인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숨쉬기와 아랫니 윗니 맞부딪치기, 눈두덩이 문지르기, 귓바퀴 문지르기 등이야 무슨 힘이 들겠는가. 그리고 자주 침을 만들어 삼키고 때때로 손가락 끝으로 머리뿌리를 문질러 주면 혈액순환이 촉진돼 머리에 몰린 노폐물도 씻어지고 기운도 좋아질 터인즉 마다할 이유가 없다.​

 

혹 집안의 부모님께도 권해볼 일이다. 이런 좋은 시절엔 우선 자신과 주위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키우는 것이 올 한 해를 즐겁게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