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우리문화신문은 매주 한 편씩 좋은 시를 소개하여 그 고운 새김을 독자들과 나누고자한다. 우리문화신문이 소개하는 시는 어려운말로 유식한체 하는 시를 지양하고 잔잔하면서도 시인의 순수한 감성이 잘 드러나는 한편 우리말을 잘 살려 쓴 시를 중심으로 '우리문화신문과 함께하는 시마을'에 싣고자한다. (편집자말) |
매듭
- 김태영
채소 묶은 비닐봉지를
쭉 찢어버리려다가
살살 달래어 풀었다
내가 살아왔듯이.
국립고궁박물관에는 영친왕비 삼작노리개가 소장돼있다. 이 노리개는 산호(珊瑚)ㆍ공작석(孔雀石)ㆍ밀화(蜜花)에 매듭과 술을 연결하여 만든 것이다. 사실 영친왕비 이방자 여사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 의민태자 은(垠)의 비로 일제가 ‘내선일체(內鮮一體)’를 빌미로 한 정략결혼의 희생양이다. 의민태자도 이방자 여사도 아사히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자신들의 혼인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이방자 여사는 이 화려하고 예쁜 삼작노리개를 달았지만 어쩌면 이 매듭을 풀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지금 온 인류는 코로나19라는 치료제도 백신도 없는 바이러스와 극한의 투쟁을 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누리집에 등장한 코로나19 사진을 보면 순간 예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코로나19는 인류를 매듭으로 꽁꽁 얽어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흉악한 코로나19의 매듭을 풀어야만 한다.
아니 곧 풀 것이란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산다. 시인은 말한다. “채소 묶은 비닐봉지를 쭉 찢어버리려다가 살살 달래어 풀었다.”고 말이다. 자신이 살아왔듯이. 시인의 말처럼 코로나19의 매듭을 살살 달래어 풀어보자. <우리문화 평론가 김영조>
* 김태영 (시인)
실버넷 기자
한국문인협회ㆍ서울시인협회 회원
2006년 문학공간 시인상
시집 《해바라기 연가》, 《빨간 구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