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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집, 루핑집, 너와집 이야기

[시마을 나들이]

[우리문화신문=김상아 음악칼럼니스트]

 


                     

 

  

   억새지붕 집 하나있었지

   언제 쌓았는지 이끼 낀 돌담 가에

   여섯 살 신랑각시 살았지

   고무신 트럭* 몰고 장에 간 신랑 돌아오면

   각시는 고양이 시금치* 반찬에

   돌가루 밥*을 차려냈지

   앵두꽃이 눈발처럼 날리는 집이었지

 

   루핑* 집이었지

   여기저기서 쫓겨 온 철거민들이 모여

   희망을 만들어가는 곳이었지

   전등꽃이 화사히 피어나는

   발아래 마을을 바라보며

   벽돌집 짓는 꿈을 꾸곤 했지

   서울에서 가장 높은 동네였지

 

   너와집 한 채 지었지

   사시사철 개울물이 재잘대는 곳이지

   햇살 보드런 들창 가에 앉아

   늙은 서방은 시를 짓고

   색시는 옆에서 술 빚는 집이지

   둘이서 기타 치며 노래 부르면

   술 익는 내음 이팝꽃에 실려 오지

 

 

 

 

(낱말풀이)

*고무신 트럭 -고무신을 접어 트럭 모양으로 만든 것.

*고양이 시금치 - 괭이밥이라고도 불리는 새큼한 맛이 나는 풀.

*돌가루 밥 - 소꿉놀이할 때 흰색 돌을 빻아서 쌀이라 했음.

*루핑 - 콜타르를 입힌 종이. 60~70년대 철거민들은 루핑으로 비바람을 가리고 살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