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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명창과 호흡을 맞춘 6인의 고수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68]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유명 고수(鼓手)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소리속을 훤하게 꿰고 있으면서 넘치고 모자라는 부분까지도 헤아릴 줄 아는 능력상의 정확, 강약의 조화, 추임새 등을 제대로 구사할 수 있어야 명고수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 일고수 이명창은 과거의 이야기이고, 현재는 <일청중(一聽衆) 이고수(二鼓手) 삼명창(三名唱)>, 곧 첫째는 청중의 호응이나 태도, 둘째가 고수의 역할, 셋째가 명창으로 바뀌어 청중이 으뜸이라는 이야기를 하였다.

 

고향임 명창의 <동초제 춘향가>의 완창발표회를 이야기하는 도중, 고수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강조해 보았다.

 

다시 완창 발표회에 관한 이야기로 발표회 당일에는 평소 호흡을 맞추어 온 6인의 고수가 무대에 섰다. 그들은 박근영, 권혁대, 최광수, 박현우, 송원조, 김규형 등으로 이름만 들어도 그 유명세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고수들이었다.

 

이들은 장단의 정확성은 물론, 강약의 조화, 적절한 추임새 등으로 창자와의 호흡을 함께 하며 소리판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나갔다. 그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명창과의 호흡을 맞추어 나갈 수 있었을까?

 

해답은 간단하다. 실전(實戰)과 같은 연습시간을 수없이 함께했다는 점이다. 그 위에 고수 자신이 판소리를 직접 배워 익혔거나, 아니면 언제나 명창들의 소리를 반복적으로 듣고 또 들어서 소리 속을 훤히 꿰고 있다는 점이다.

 

완창 발표회의 성공을 함께 한 고수들의 소개와 함께 그들이 담당한 소리대목을 대략적으로 소개해 보기로 한다.

 

시작에 앞서 해설을 담당한 최동현 교수동초제 판소리는 기존의 소리와 무엇이 다르고, 어떤 특징을 지니고 있는가? 그리고 고향임 명창은 어떻게 소리와 인연을 맺었고, 완창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또 그 의의 등에 이해를 도왔다. 특히 최 교수는 동초제 판소리의 형성과정과 사설, 음악적 특징, 전승 계보와 보존현황과 같은 설명을 통해 충분한 존재 가치를 분명하게 드러내 주었다. 아울러 이번 완창을 준비해 온 고향임 명창이 걸어온 길, 대전시 예능 보유자로 폭넓게 활동하고 있는 현황을 비교적 소상하게 소개해 주었다.

 

.

해설이 끝난 다음, 고향임 명창은 첫 번째로 나선 박근영 고수와 무대로 나와 예를 갖추고 ‘초입(初入)’, 또는 ‘초앞’이라고 칭하는 시작 부분을 조심스럽게 열어나갔다.

 

첫 번째 고수로 박근영 또한, 현재 대전시 무형문화재 판소리 고법의 예능보유자로 활동하고 있는 명인으로 일찍이 전국고수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바 있는 사람이다.

 

그는 춘향가 시작 부분에서부터 이 도령이 춘향집 찾아가는 대목까지 북을 쳐 주었다. 능숙한 북 솜씨로 시종여일하게 장단을 맞추며 적절한 추임새를 곁들여 나갔다. 말 그대로 명 고수다운 면모를 보여 주었다. 그래서 다소 긴장되기도 했던 초반의 분위기를 여유있게 풀어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8시간이 넘게 소요되는 판소리 <춘향가>의 완창무대는 마치 마라톤 경주와 같다고 생각한다.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경주에서도 처음의 시작 부분은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호흡과 속도를 어떻게 조절해서 성공적으로 기록을 단축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완창 판소리 발표회의 시작 부분도 마라톤 경주와 비슷하다. 고수는 초반의 긴장된 분위기에서 소리꾼을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안내해 주고, 자신감을 확인시켜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과 함께 창자와의 호흡을 맞추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능력이야말로 고수가 갖추어야 할 조건이 아닐까 한다.

 

첫 번째 고수로 나선 박근영은 소리꾼에게 무언의 신뢰를 보내주기 시작하였다. 그것은 마치, 앞으로 진행될 8시간 이상의 길고 험한 완창의 길을 걷기 시작한 창자에게 “평소에 우리가 호흡을 맞추어 온 그대로 내가 북을 잡고 있으니 긴장하지 말고 마음껏 부르시오”라는 메시지였다. 이렇게 긴장된 분위기를 이완시켜 주는 고수의 전달이야말로 북을 정확하게 치고, 강약의 변화를 현란하게 이어가는 능력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고수의 역할이 아니겠는가!

 

 

동초제 판소리 춘향가의 시작 부분은 이전의 다른 바디와는 조금 다르게 시작한다. 이전의 동편제로 분류되는 김세종제 춘향가의 시작 부분에서는 남원이라는 고을이 남녀 사이 일색(一色, 미인)도 나고, 충렬(忠烈 충신)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지니고 있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사또의 자제 이 도령의 나이는 16살, 이목이 청수하고 행동거지가 현량(賢良)하다는 내용을 소리 아닌 아니리로 소개하고, 실제의 창(唱)은 중중모리 장단의 ‘기산 영수 별건곤’으로 시작한다.

 

이에 반해 동초제의 시작 부분은 춘향모의 태몽으로 시작하고 있어서 동초 자신이 새롭게 짜 넣었다는 점을 알게 한다.(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