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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울고 싶으면 울어야지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43]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봄이 오기는 왔구나.

꽃들은 다 피어나고 잎들은 다 얇은 나들이옷을 입고 나온다.

그런데 사람들은 한숨이다. 울고 싶은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이상한 전염병이 몸만 아프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의 주머니까지 털어가니 몸과 마음이 다 무너지는 것인가? 사정이 딱한 분들도 점점 많아진다. 그런 분들 가운데는 울고 싶은 분들도 있다. 그런데 울지 말아야 한단다. ​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이 시인에게 울음을 주는 것은 외로움인 모양이다.

봄이 되면 사람들은 더 외로워지는 모양이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위 시의 제목은 특이하게도 <수선화에게>다. 정호승 시인의 작품이다. 수선화를 보면 노랗고 생기있고 밝은 표정인데 거기서 외로움과 눈물을 본다. 과연 시인의 감수성은 다르구나. ​

 

그런데 요즈음 울고 싶은 것은 그런 외로움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사는 게 힘이 들어서일 것이다. 외로움 때문이건 생활고 때문이건 울고 싶은 것은 남녀의 구별이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남자들은 울지 못하고 참아야 한다.​

 

사실 우리나라 남자들은 눈물에 관한 한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 남자는 태어날 때와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등 평생 3번만 울어야 한다고 배워왔다. 그러다 보니 남자들의 가슴 속에 쌓이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남자나 여자나 모두 울고 나면 심신의 상태가 좋아지는 것은 똑같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미국 피츠버그대 연구팀이 건강한 사람과 위궤양이 있는 남녀 137명을 나눠 조사했더니 건강한 사람들은 위궤양 환자보다 우는 것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필요한 경우 더 잘 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슬퍼도 울음을 참는 사람은 스트레스로 위궤양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한다. 동맥경화증 환자의 경우 울 때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보다는 소리를 내서 “엉~엉~” 우는 사람의 심장마비 발병률이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단다.​

 

그러니 남자들이라고 억지로 울음을 참으면 안 된다.

굳이 남의 이목 때문에 울지 않으면 그만큼 더 속병이 생기기 때문이다.

 

왜 이리 우리 사회가 눈물로 넘쳐날까? 온갖 흉악범죄에 천사 같은 자녀를 잃은 부모들의 피눈물, 뜻하지 않은 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눈물, 멀쩡한 아들이 군대에 갔다가 사고를 당해서 우는 부모의 눈물, 경제적 어려움을 이유로 어린 자녀를 동반하고 먼길로 가고 나서 혼자 남은 사람들의 눈물, 정치가들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고 우는 눈물... 이런 모든 눈물을 이해할 수 있는 한 가지 키워드가 있다면 역시 인간이라는 것일 게다. 그리고 그 인간들은 모두가 눈물을 갖고 있고 흘릴 줄 알기에 인간일 것이다.

 

 

우리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인간이기 때문이란다.

그것은 존재의 숙명일 것이다. 마치 물과 수련의 관계처럼....

 

 

물은 꽃의 눈물인가

꽃은 물의 눈물인가

물은 꽃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꽃은 물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새는 나뭇가지를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눈물은 인간을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한다.

 

                                                       ... 정호승 <수련>

 

그러기에 모든 인간은 눈물을 안고 산다. 눈물을 흘리는 것을 탓할 수 없다.

이미 지구 전체가 하나의 원래부터 눈물 집합소이기 때문이다.

 

네가 준 꽃다발을

외로운 지구 위에 걸어놓았다

나는 날마다 너를 만나러

꽃다발이 걸린 지구 위를

걸어서 간다

 

                                     .... 정호승 <꽃다발>​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는 표현을 잡아낸 시인의 언어감각은 절묘하다.

이 말은 나아가서는 외로운 사람들은 울어도 좋다는 뜻이 될 수 있다.

 

현실에서의 좌절로 울고 싶은 사람들에게 세상은 너무 힘들 것이다. 울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대낮도 밤처럼 느껴지리라. 그러나 낮은 낮이고 밤은 밤이다. 세상은 낮이 있으면 밤이 오고 밤이 오면 낮이 온다. 그렇게 생각을 전환하고 기왕이면 밝은 빛을 보려고 해야 눈물이 멈출 것이다. 그게 정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누군가가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희망이라는 빛으로 옆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 <내가 사랑하는 사람>

 

 

눈물을 탓하지는 말자. 외로우니까 운다고 하지 않는가? 힘들다는데 왜 아니라고 하겠는가? 외롭고 힘들면 울어야 한다. 이제 봄이 되어 수선화가 많이 피니 그 수선화 일곱 송이를 잘 묶어서 그녀이건 그남이건 누구이건 울고 싶은 사람에게 전해 주고, 이미 울고 있다면 그 눈물을 닦아주자.

울고 싶은 사람들은 울자.

울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되돌아올 수 있다.

옆에서 우는 사람들 있으면 그들을 뭐라고 하지 말고 눈물을 닦아주거나 아니면 조용히 기다려주자.

우리의 봄은 이렇게 울고 싶으면 울어도 좋은 계절이다. ​

 

 

우리들이 울 줄을 몰라, 그 눈물을 닦아줄 줄을 몰라

세상이 힘든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