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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잉어 띄우며 즐기는 일본의 어린이날

[맛있는 일본 이야기 548]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코로나19로 어수선한 4월도 며칠 안 남았다. 한국은 오늘(28일)로 코로나19를 이겨내기 위한 ‘전국민의 노력 100일’을 되돌아본다는 뜻에서 각 언론의 특집이 이어졌다. 하루 확진환자가 한 자릿수로 떨어진 상황이라 조심스럽지만 한시름 놓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웃나라 일본의 상황은 다르다. 하루 확진자 수가 여전히 세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도 시간은 흐른다. 곧 5월이다. 일본에서도 가능하면 외출을 줄이고 집안에서 생활하도록 하는 것이 일상화되고 보니 갑갑하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어린이가 있는 집안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한 가운데 일본에서도 5월 5일 어린이날이 다가온다. 일본의 ‘어린이날(고도모노히, 子供の日)’은 ‘어린이의 인격을 존중하고 어린이의 행복을 꾀함과 동시에 어머니에게 감사드리는 날’이라는 취지로 1948년에 제정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어린이날을 만든 나라는 터키로 1920년 4월 23일이었고 이후 1925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6월 1일을 ‘국제 어린이 날(International Children's Day)’로 삼은 이래 1954년에는 유엔에서 11월 20일을 ‘세계 어린이 날Universal Children's Day)’로 정했다. 그러나 나라마다 어린이날은 약간씩 다르며 일본은 전통적으로 지내오던 5월 5일, 단옷날을 오늘날의 어린이날로 삼고 있다. 참고로 일본은 모든 명절을 양력으로 쇠기에 단오도 양력 5월 5일이다.

 

 

어린이날을 ‘단고노셋쿠(端午の節句)’라고도 하는데 원래 이날은 남자아이들의 자람을 축하하고 건강하게 자라도록 기원하는 풍습에서 유래했다. 이날은 형형색색의 모형 잉어를 띄우는데 이를 “고이노보리(こいのぼり)”라고 한다. 예전에는 남자아이가 있는 집안에서는 긴 장대에 모형잉어를 매달아 놓았지만, 아파트 생활을 하는 현대는 아파트 베란다에 모형잉어를 장식하기도 한다. 왜 하필 모형 잉어인가?

 

중국 《후한서(後漢書)》에 보면 황하강으로 흘러드는 지류에 용(龍)이라 불리는 폭포가 있었는데 이 폭포를 향해 수많은 물고기가 뛰어오르려고 하지만 그중에서 잉어란 놈만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잉어를 입신출세의 상징으로 여겼다고 전해진다. 일본에서도 그처럼 잉어는 입신출세와 건강의 상징으로 믿어왔다. 일본의 단오풍습은 에도시대(江戶時代.1603-1868)에 무사집안에서 시작되었으며 당시 입신출세란 ‘덕천가강(도쿠가와이에야스)’ 같은 씩씩한 장수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 무렵이면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던 갑옷과 투구 등을 현관에 장식으로 걸어두고 아이들에게 은근히 조상의 위업을 본받도록 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때 쓰는 인형을 특별히 ‘5월인형’이라 부른다. 언뜻 보면 단순한 어린이날 같아 보이지만 사내아이의 건강과 입신출세를 비는 5월 5일은 현대를 살아가는 일본인들에게 새삼 전통을 뒤돌아보는 날이기도 하다.

 

참고로, 한국의 어린이날은 1919년 3ㆍ1독립만세운동을 계기로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드높이고자 1923년 방정환을 포함한 일본유학생 모임인 ‘색동회’가 주축이 되어 5월 1일을 ‘어린이날’로 정하였다. 그 뒤 1927년, 날짜를 5월 첫 일요일로 변경하였고 광복 이후에는 5월 5일을 어린이날로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