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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오월은 과연 푸르구나!

싱그러운 연둣빛 기운을 받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것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45]

[우리문화신문=글, 사진 이동식 인문탐험가]  온 세상이 푸르다. 봄이 온 가장 확실한 증명은 세상이 온통 푸르게 변하는 것이다. 어디를 가도 푸르다. 공원의 산책로에도, 자동차 도로 옆 조그만 화단도, 길옆 나뭇가지도 온통 푸르다. 가까이 있는 나무들, 멀리 보이는 숲에서 연하거나 짙은 푸르름이 점점이 박혀있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저 보세요!” “제가 얼마나 싱그러운지 보이시죠?” 코로나19 사태로 게임이 중단된 골프장의 잔디들도 다 푸르름으로 되살아났다.

 

싱그럽고 푸르른 봄, 이 말을 표현하는 색깔은 연두색, 연둣빛 등 단연 연두다. 연두, 완두콩의 빛깔을 상징하는 색이름이리라. 한자로는 ‘軟豆’라고 쓰니, 연한 콩이란 뜻이리라. 식물의 푸르름을 표현하는 한자말의 도움으로 형성된 우리말의 개념을 보면 록(綠)이라는 글자가 중심이라고 하겠는데, 가장 중심이 되는 단어가 녹색(綠色)이라면 그보다 조금 연한 것은 초록(草綠)일 것이요, 그보다 더 연한 것이 연두(軟豆)일 터이다. 이 록(綠)이 더 진해지면 진녹색, 검녹색이 된다. 그러니 싱그럽다는 말, 푸르다는 말은 곧 연두색 잎과 싹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하겠다.

 

 

 

우리 말로는 그냥 ‘연두’라는 말 하나일 것 같은데 영어를 보면 yellowish green, 혹은 yellow-green으로 표시하면서도 구체적으로는 pea-green과 grass-green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색의 표현에서 보면 우리의 색인식이 다소 편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순수한 우리말로는 이런 것을 포현하는 말이 ‘푸르다’라는 단어 하나뿐이고 이 ‘푸르다’에 수식어를 붙여 살짝, 완전히, 많이, 연하게, 진하게.... 등등으로 표현하는 것이 보통이고 한자로 표현할 때 색갈로서의 청(靑)과 록(綠)을 다 ‘푸르다’로 하는 것을 보면 우리들의 색 인식은 색을 구체적으로, 따로따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색의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인식했음을 알 수 있게 한다.

 

​   산이 들이 기지개를 한다

   노랗고 연둣빛인

   병아리 주둥이서

   베시시 배꼽 열리고

   그 안 작은 팔들이 쏙쏙 나와

   천수천안의 햇살 맞는다

   주머니를 활짝 연 나무들

   햇살을 쿡쿡 쑤셔 넣는다

   잔칫집처럼

   붉고 환한 꽃등

   눈부신

   봄 자지러진다

 

                       - 이숙희, 봄잔치

 

​그렇다고 우리의 봄 인식이 그들보다도 덜 분석적이라든가 덜 세밀하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봄의 다양한 진행속도와 색의 차이, 생명의 움직임은 운율에 치중하는 한자어, 한문식보다도 우리 말이 더 편하게 묘사할 수 있는 것 같고, 그만큼 우리 시인들의 지성과 예지가 깊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네모 난 밭에 둥근 마음 심어놓아

   어느새 마음 닮은 연둣빛 새싹들이

   여기저기 고개 내밀곤 다정히 웃음으로

   말 건네준다​

 

   아, 고마와라

   생명으로만 싹 틔울줄 아는 인내로움

   시간 조금 지나

   빛 고운 빨강 초록 노오란 금빛

   고추 수박 참외 주렁히 줄지어

   함박웃음 가득 계절 초대할 텐데,

 

   고랑마다 풀들 흔들어대며

   지나가는 바람이야

   눈 흘김 어여뻐 사랑스러운 친구

   한들한들 즐거운 친구

   어찌 그리워하지 않을쏜가, 오월

   밭둑마다 짙푸르게 싱싱한 쇠뜨기며

   노오란 민들레

   서로를 나누는 기쁨이 참 재밌다

 

                            - 정윤목, 남정리 소나타1​

 

 

오월(五月)은 자연의 입장에서는 한해 가운데 가장 자랑스러워할 오월(傲月)이고 우리 인간들의 입장에서는 깨달음을 달 오월(悟月)이다. 연두와 초록의 아름다움을 깨닫는 달, 바람과 햇살의 고마움을 깨닫는 달, 옆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깨닫는 달, 그러고 나면 오월은 확실히 나의 달 오월(吾月이 된다,

 

   짝을 부르는

   산비둘기 음성이

   빌딩 숲까지 흘러들어

   설레게 하는 아침​

 

   살결을 어루만지는

   연둣빛 바람이

   자연적 심성을

   자극하고

   꽃과 풀과 향이

   아우러져

   이 땅에 펼쳐진

   이상향이여​

 

   태양을 중천에 세워

   영원히 여기에

   머물고픈

   이 아름다운 오월

 

              - 박인걸, 오월 아침

 

 

 

그래. 우리는 그 좋다는 오월로 들어섰다. 하루만 살아도 좋다는 행복감이 우리를 포근하게 감싸주는 나날이 온 것이다. 인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나라 밖에서는 완전히 주저앉은 것은 아니지만 나라 안에서는 신규 환자가 늘지 않아 진정세로 돌아섰음은 분명하다 하겠다. 그만큼 기지개를 켜고 밖으로 나와 조심스럽게, 사회적인 거리감은 지키면서 활동을 해도 괜찮을 것 같은 시간이다. 그러니 몸과 마음이 건강한 분들이라면 이 봄을 즐길 것이요, 혹 그렇지 못한 분들이라도 새봄의 기운, 싱그러운 연둣빛 기운을 받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

 

​   나무마다 축복이다

   연둣빛 익어가는 모습

   너의 가슴 나의 가슴

   그리고 온 세상이

   약간 현기증마저 이는 맑고 순결함

   그래서 코끝이 붉어 오기까지 하지만

   더없이 행복한 계절이여

   오늘 하루만 살아도 좋을 것 같은

   아름다운 날이여

 

                  - 송정숙, 오늘 하루만 살아도 좋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