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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편지

이광사가 쓴 천은사 편액에선 물소리 들려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4366]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조선 초기 안평체의 이용(李瑢, 안평대군), 중기 석봉체의 한호(韓濩, 석봉), 말기 추사체의 김정희와 더불어 원교체(圓嶠體)라는 독특한 필체를 이룩한 이광사(李匡師, 1705~1777)는 조선 4대 명필의 한 사람입니다. 전남 구례의 지리산 천은사 일주문에는 그 이광사가 물 흐르는 듯한 수체(水體)로 쓴 ‘智異山泉隱寺’(지리산 천은사)'라는 편액이 걸려있지요.

 

 

절 천은사는 원래 이름이 감로사(甘露寺)였는데 숙종 때 고쳐지면서 샘가의 구렁이를 잡아 죽이자 샘이 사라졌다고 해서 ‘샘이 숨었다’는 뜻의 천은사(泉隱寺)로 이름을 고쳤습니다. 그러나 그 뒤 원인 모르게 불이 자주 일어나자 마을 사람들은 절의 수기(水氣)를 지켜주는 구렁이를 죽였기 때문이라고 두려워했는데 이광사 글씨의 편액을 붙인 뒤로는 불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지금도 고요한 새벽 일주문에 귀를 기울이면 현판에서 신비롭게도 물소리가 들린다고 하니 당시 이광사의 글씨는 신비스러운 경지에 다다른 것이 분명하지요.

 

이광사는 글씨를 쓸 때 소리꾼에게 노래를 시켜 노랫가락이 맑고 씩씩한 우조(羽調)면 글씨도 우조의 분위기로 쓰고, 평조(平調)면 글씨도 평화롭고 담담한 분위기로 썼다고 합니다. 또 이광사는 국조(國祖) 단군부터 두문동에 숨어 지낸 고려 충신들의 이야기까지 30가지 일화를 30수로 읊은 ‘동국악부’(東國樂府)를 지었을 만큼 우리나라 역사에 관심이 깊었고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독특한 원교체를 완성시켰는데, 중국서체의 범주에서 벗어나 조선만의 글씨체를 완성했다는 뜻에서 ‘동국진체(東國眞體)’라고도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