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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바지가 닮은 고부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15]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바지가 닮은 고부

 

                                            - 황경연

 

       아가야! 많이 이뻐졌구나

 

       직장생활 핑계대고 일 년에 고작 몇 번

       얼굴 내미는 염치없는 막내며느리

       치매 걸린 눈으로 보아도

       예쁜 구석 찾을 수가 없으셨나

 

       당신 입은 꽃무늬 몸빼 바지와

       내가 입은 먹물들인 풍덩한 바지를

       번갈아 보며 반복하는 말씀

 

       너 참 많이 이뻐졌다

       이제야 우리 식구가 된 것 같구나

 

       새우처럼 굽은 등으로 마주 누워

       고달팠던 지난날 되뇌다가

       두 손 잡고 잠들어 버린

       바지가 닮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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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며느리, 한자말로 고부 사이라 한다. 블로그를 보면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는 참으로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하단다.

 

선승으로 유명했던 춘성 스님에게 한 부인이 고부갈등이 있다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하소연했다. 이때 스님은 “거울에 똥이 비쳤다고 해서 거울이 더러워지면, 아름다운 꽃이 비쳤다고 해서 거울이 깨끗해지는가? 거울은 더러워지지도 않고 깨끗해지지도 않는다. 거울에 무거운 것이 비쳤다고 해서 거울이 무거워지고 그 무거운 것을 비추지 않는다고 해서 거울이 가벼워지는가?”라고 하셨다는 얘기가 있다. 며느리가 밉게 보였던 것을 기억하지 않으면 된다는 얘기로 어려운 얘기지만 정말 맞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 황경연 시인의 시에는 특별한 고부 사이가 등장한다. 며느리가 먹물 들인 풍덩한 바지를  입은 모습이 자신의 몸뻬바지를 입은 것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뻐 보인다. 그들은 고달팠던 지난날 되뇌다가, 아니 되뇔 새도 없었는지 모른다. 그저 두손 마주 잡고 함께 잠들어버렸을 뿐이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

 

 

황 경 연

서울문학 신인상 당선.

한국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