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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시간의 마음에 묻습니다

시계방의 시계들은 곧 우리 인간들의 축소판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54]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우리가 사는 동네의 중심이라고 할 연신내 네거리에 가면 마트가 있다. 마침 집안 정리에 필요한 작은 물품들이 필요한 아내를 따라서 마트에 갔다가 2층에 있는 시계가게를 보게 되었다. 시간이 일러서인지 주인은 나오지 않고 크고 작은 각종 시계가 수없이 걸려 있다. 모양은 대개가 둥근 것이지만 크기가 큰 것에서 작은 것까지, 색깔도 다양하다.

 

그런데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시계들이 같은 시간을 가리키는 것이 거의 없다는 거다. 12시를 가리키는 것들이 좀 있지만 대개는 저마다 긴 바늘, 작은 바늘 모두 제 멋대로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여기서는 시간이 서로 다른 게 아닌가?

 

 

이 시계들은 두 가지를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모든 시계들이 일정한 시간을 지키며 가야하겠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시간대로 가는 것이구나 하는 점이 첫째이고 또 시계의 크기에 따라서 시간의 의미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같은 시계의 운명을 타고 났지만 시간이 맞추어지는 시점에 따라 각자 시작을 달리하고, 시계에 따라서 아무리 정확하게 시간이 가도록 해 놓았다고 하지만 저마다 점점 차이가 벌어져 다른 시간을 가리키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계주인이 시간을 때대로 교정해주지 않으면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시계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

 

그거야 시계 자체의 문제라고 하겠는데, 시계의 크기에 따라서 시간 가는 것이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를 테면 큰 시계를 보면 시간이 묵직하게, 장중하게 가는 것 같은데 작은 시계로 갈수록 시간이 빨리 조급하게 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 느낌은 시계가 작을수록 더 하다. ​

 

이 시계방의 시계들이 곧 우리 인간들의 축소판이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

 

우리 인간들도 저 시계처럼 저마다 인간으로 해야 할 역할을 부여받고 이 세상에 나와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같은 인간이라도 태어난 해와 날과 시, 또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나 주위 환경에 따라 각자의 삶의 시간의 속도가 달라진다.

 

또 시계의 크기에 따라 시간의 값이 달라 보이듯 인간들도 자신의 걸음걸이의 폭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가 달라 보인다. 큰 걸음을 걸을수록 그 삶이 묵직하고 장중하게 보이고 작은 보폭으로 살아가면 그만큼 조급해 보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물론 그렇다고 긴 것이 좋고 짧은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어느 것이 꼭 좋다는 것이 아니라 삶의 길이나 가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구나 하는 것을 엉뚱하게 시계방의 시계들을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 스무 권 째 책 이름을 '시간의 마음'이라고 붙였는데, 그것은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다양한 변화와 표정과 의미를 시간이란 긴 시점에서 잘 보면서 살아가자는 일종의 시간성찰서라고 한다면. 진정 이 시계방에서 시간의 마음을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시간이란 것은 모든 이들에게 동등하게 주어지고 있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뿐더러, 시간은 사람들을 차별하지는 않고 있지만, 사람들은 그 차이나 차별을 느끼고 있다고 하겠다. ​

 

시간은 늘 일정하게 흐르면서 사람들에게 우주와 자연의 질서를 말없이 이야기해주고 있다. 시간이란 절대존재의 마음은 이처럼 시간이라는 존재를 잘 인식하고 이 시간을 어떻게 잘 쓰느냐는 본인에게 달렸다고 생각된다. 시간이란 존재는 분명 공평하고 차분하고 성숙된 마음인데 그걸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조급하게 작게 받아들이고 생각을 하면 그 삶이 그렇게 작아지고 조급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

 

우리 인간 개개인이 사는 날이 얼마나 될까? 예전 사람들보다 요즘 사람들이 길게 사니까 만약 100살까지 산다고 하면 우리가 사는 기간은 365일X100= 3만6천5백일이다. 이것은 가장 길게 사는 것을 전제로 할 때 그렇다는 이야기이니, 우리 같이 60을 넘어 70에 가까워지는 세대는 100살까지 산다고 하면 30년X365일= 10950일, 대충 1만 정도의 날이 남아있다.

 

짧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무한히 남아있다고 착각하고 사는 우리에게는 아쉬움을 주는 숫자이다. 우리 세대들이 날짜 가는 것을 모르다가 문득 "어허 벌써 올해의 반이 지났네" 혹은 "3분의 2가 지났네" 등등 말을 하는데 그렇게 모르게 지나다 보면 정말로 남은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때가 오리라. ​

 

회사의 젊은 후배가 먼저 저 세상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으며 다시 우리들에게 시간이란 무엇인가를 물어보게 된다. 태어날 때는 순서가 있었지만 갈 때는 태어난 순서대로가 아니라는 것은 우리가 다 아는 바이지만 때로는 그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우리들은 일상 속에서 눈 앞의 시간을 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 그러니 그 시간의 마음까지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그러나 여기서 잠시 멈추고 다시 시간에게 묻고 싶다

 

당신의 마음은 무엇인가요? 아니 당신의 마음은 우리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는 것인가요?​ 이제 우리는 젊을 때 사회에서 얼마나 출세를 했고 얼마나 활개를 쳤고 얼마나 잘 놀았고, 혹은 얼마나 고통을 받았고 얼마나 힘이 들었고 하는 것이 다 흘러가 버린 과거가 되었음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백살을 넘기는 교수님도 계시지만 남이 가진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님도 알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남아있는 날들입니다. 그날의 열쇠는 당신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남은 삶을 잘 써서 나중에 당신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나요?

 

왜냐면 당신은 위대한 교사이지 않습니까?

다만 당신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잖아요?

그래도 어떻게 남은 이 시간을 바르게 잘 쓸 수 있는지를 당신에게 묻습니다.

제발 우리에게 귀띔이라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