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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눈물 흘리며 침을 놓는다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1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어느 할머니 환자

 

                                     - 이 극 로

 

       젊어서 몸 생각 아니 하고

       자식 걱정 시부모 공양으로

       온종일 일만 하신 연로한 할머니 환자

 

       출산 후 제때 산후조리 못 하시고

       밭에 나가서 채소 수확하며 일하신

       이제는 꼬부라진 허리에다 아픈 무릎

       고통을 낙으로 삼고 살아오신 할머니

 

       야윈 손가락과 관절염에 거친 손바닥

       화장품도 한 번 맘껏 치장 못 하시고

       오랜 세월 살아오신 할머니 얼굴에는

       세월에 파인 주름살이 굵고 깊다

 

       아픈 부위에 침을 놓지만

       고생한 부분마다 눈물이 살아 있어서

       나도 눈물 흘리며 침을 시술한다.

 

       * 이극로(시인, 대구 성제국한의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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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8월 9일 함경북도 경흥군 웅기면 송평동(松坪洞) 신석기시대 조개무지(패총)에서 인류가 처음 사용한 것으로 짐작되는 침 폄석(貶石)이 출토되었다. 그 폄석은 다른 말로는 석침(石針)이라고도 하는데 역시 신석기시대 것이라는 골침(骨針)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중국의 가장 오래된 의서 《황제내경(黃帝內徑)》에서는 “폄석은 동방에서 유래되었다(貶石者亦東方來)”라고 기록하고 있고, 중국의 오래된 지리서 《산해경(山海經)》에도 “동방에서 먼저 돌로 만든 ‘폄석’이 생산된다.”라고 기록돼 있는 등 중국의 고서들은 침술의 발생지가 한반도임을 얘기해주고 있다. 이로 미루어 보면 우리 겨레는 오랜 옛적부터 침과 함께 살아왔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도 많은 이들은 한의사의 침술로 건강을 돌보고 있다. 그런데 사실 침을 맞는 것을 아프다는 선입견 때문에 썩 좋아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정작 침을 놓는 한의사들은 침을 놓을 때 본인의 기를 침에 쏟아야 하기에 많은 사람에게 침을 놓을 수가 없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이극로 시인(한의사)처럼 침을 놓을 때는 마음조차 담아야만 한다. 세월에 움푹 패인 주름살이 굵고 깊은 할머니 환자에게 이극로 시인은 “눈물을 흘리며 침을 시술한다.”라고 고백한다. 사실 침을 놓을 때 ’기(氣)‘도 ’기‘지만 이렇게 자신의 ’맘(心)‘을 담아낼 때 침의 효과는 극대화되는 것이리라. “아픈 부위에 침을 놓지만 고생한 부분마다 눈물이 살아 있다”라고 시인은 말한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