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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기다리던 구월이지만

흐르는 강물을 보며 이기심과 집착을 버리는 공부를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61]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지치고 힘들 때

 

어제 아침이 바로 그랬다. 가을 하늘보다도 더 높은 하늘. 구름은 어디 갔는가? 하늘의 끝은 어디이고 바다의 끝은 어디인가? 그 망망한 경지를 보노라면 눈을 뜨기 힘든 것인가? 김동규가 부른 그 노래의 첫머리 그대로이다.​

 

눈을 뜨기 힘든

가을보다 높은 저 하늘이 기분 좋아

휴일 아침이면 나를 깨운 전화

오늘은 어디서 무얼 할까

 

 

 

노르웨이 출신의 음악가 secret garden이 바이올린 곡으로 연주한 것을 번안했지만 요즈음에는 마치 아주 오래된 우리 가곡처럼 느껴지는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원곡의 제목이 ‘serenade to spring', 곧 봄에 바치는 세레나데다. 이것을 10월이라는 달에 갖다 붙인 것인 만큼, 최근 몇 년간 계절이 빨라지고 있어 꼭 10월에만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면, ’9월의 어느 멋진 날에‘라고 가사를 살짝 바꾸어서 그리 죄가 될 성싶지 않다. 그것은 왜냐하면 하늘이 걷히고 가장 눈에 좋다는 파랑(blue)이 온 시야를 가득 채우는 이런 때에는

 

창밖에 앉은 바람 한 점에도 사랑은 가득한걸

널 만난 세상 더는 소원 없어

바램은 죄가 될 테니까

 

라고 한 것처럼 사랑이 가득 차는 그런 계절이기 때문이리라. 그런 날은 누구보다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받는다.​

 

먼저 강가에 나가보면 어떨까? 시인 안도현은 우리더러 9월이 되면 강가에 나가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을 가슴을 열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대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강물이 여물어 가는 소리를 듣는지요

뒤따르는 강물이 앞서가는 강물에게

가만히 등을 토닥이며 밀어주면

앞서가는 강물이 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

물결로 출렁 걸음을 옮기는 것을

그때 강둑 위로

지아비가 끌고 지어미가 미는 손수레가 머무는

인간의 마음을 향해 가는 노을​

 

그대

구월의 강가에서 생각하는지요

강물이 저희끼리만 속삭이며

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젖은 손이 닿는 곳마다

골고루 숨결을 나누어 주는 것은

그리하여

들꽃들이 피어나 가을이 아름다워지고

우리 사랑도 강물처럼 익어가는 것을

 

                                    ... 안도현, 9월이 오면

 

​9월의 강가에 가면 강물의 흐름으로 해서 사람들도 서로 의지하고 도와주며 인생을 살아가도록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다.

 

9월은 또 코스모스가 피는 철이다. 코스모스라는 것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때를 알리는,

우주의 시간을 알리는, 그런 꽃이 아니던가? 그 코스모스는 우리에게 삶의 집착을 버리라고

말해준다.​

 

코스모스는

왜 들길에서만 피는 것일까

아스팔트가

인간으로 가는 길이라면

들길은 하늘로 가는 길

코스모스 들길에서는 문득

죽은 누이를 만날 것만 같다

피는 꽃이 지는 꽃을 만나듯

9월은 그렇게

삶과 죽음이 지나치는 달

코스모스 꽃잎에서는 항상

하늘 냄새가 난다

 

                                        ... 9월, 오세영​

 

그러기에 9월은 사랑으로 가득 차는 계절이고 또 그렇게 사랑으로 채워야 할 계절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어야 할 때이다. 우리나라가 힘들고 삶의 무게가 무거운 요즈음 10월보다 더 푸른 9월의 하늘에 우리들의 슬픔과 고통을 실어보내고 우리들은 넘어지고 싶은 서로를 일으켜세우는 그 무엇이 되어야 한다. 그들 시크릿 가든이 부른 또 다른 노래 '나를 일으켜 세우세요' 의 가사처럼;​

 

When I am down and, oh my soul, so weary

내 영혼이 지치고 힘들 때

 

When troubles come and my heart burdened be

괴로움이 밀려와 내 마음을 힘들게 할 때

 

Then, I am still and wait here in the silence,

나는 여기서 조용히 당신을 기다립니다

 

Until you come and sit awhile with me

당신이 내 옆에 앉을 때까지

 

You raise me up, so I can stand on mountains

나를 일으켜 세워 밀려오는 산을 견디게 하고

 

You raise me up, to walk on stormy seas

폭풍우치는 바다도 건너갈 수 있습니다

 

I am strong, when I am on your shoulders

당신 옆에서라면 나는 강해집니다.

 

You raise me up, to more than I can be

당신이 있음으로서 나는 더 큰 내가 됩니다.

 

...Secret Garden- You Raise me up

 

9월, 가을, 원래 우리들은 집에서. 사무실에서 나가서 강가로 가서 흐르는 강물을 보며 우리들의 이기심과 집착을 버리는 공부를 하는 때이다. 코스모스를 보며 죽음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깨달음을 얻는 때이다. 그런데 지난겨울부터 우리 삶을 짓누르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가을이라고 우리를 봐주지 않으니 우리들은 이제 그동안 배우고 알았던 삶의 의미에 따른 행동보다도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이겨내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 되었다.

 

 

 

가을, 2020년에 맞는 9월부터의 가을은 예전의 낭만적인, 감성이 충만한 가을이 아니다. 하루에 몇백 명씩 확진자들이 늘어나는 상황, 우리는 이제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각개 병사처럼 가을에 서 있어야 하고 그것으로서 이웃과 이 사회에 대한 의무를 잊어서는 안 된다. ​

 

가장 많은 분이 믿고 의지하는 불교와 기독교, 카톨릭을 비롯한 모든 종교인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 지난여름 뒤엉기고 부딪쳐서 오랫동안 큰바람과 비를 뿌리던 구름들이 물러간 이때 우리는 이제 방역노력에 능동적으로 참여함으로 해서 모두에게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

 

우리는 내 옆의 사람들에게 이 질병을 혹 옮기거나 퍼트려서는 안 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이 가을, 진정 깨끗한 공기로 푸르름이 되돌아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 가을의 푸르름이 우리들의 마음을 씻고, 투명한 마음으로 더 크고 좋은 미래를 열어 가도록 해주어야 한다. 우리가 가을을 깨끗하게 맞이하고 그 가을은 우리를 더 깨끗하게 해주어야 한다. ​

 

올해 9월의 가을, 예전처럼 맑고 푸른 가을로 만들고 그 속에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이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계절이 되도록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