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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고등어 접시를 슬그머니 밀어준 시아버지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2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간고등어

 

                               - 김경숙(안동)

 

       장날이면 어김없이

       자전거 뒷자리에

       간고등어 한 손

       묶어 오시던 당신

       며느리 사랑에

       손수 숯불 피워

       석쇠에 고등어 올려놓고

       아끼시는 대추술 꺼내 오시며

       “에미야! 밥 다 됐나?”

       가시 발라 손자 입에

       먼저 넣어 주시고

       고등어 접시

       며느리 앞으로

       슬며시 밀어주시더니,

       사흘 뒤면 당신의

       두 번째 제사입니다.

 

 

 

 

예전엔 화장지가 따로 없어서 호박잎을 따서 밑을 씻었는데 그 호박잎도 아까워서 며느리에겐 쓰지 못하게 했단다. 가시범벅인 식물을 가리키며 "너는 저걸로 닦아라."라고 해서 이름을 얻게 된 ‘며느리밑씻개’. 시어머니의 가시 돋친 구박을 다 받아내며 참고 살았을 이 땅 며느리들의 서글픈 인생살이가 느껴진다. 그런데 이 ‘며느리밑씻개’란 이름의 유래는 이윤옥 박사가 펴낸 《창씨개명된 우리 풀꽃》에 보면 일본말 "의붓자식의 밑씻개(継子の尻拭い, 마마코노시리누구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밑씻개’ 앞부분인 “의붓자식”을 한국에서 “며느리”로 바꿔 부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의붓자식”이 밉지만, 한국에서는 “며느리”가 밉다나?

 

그러나 그렇게 호된 시집살이를 시키는 시부모만 있는 것이 아니다. 퇴계 이황은 혼인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과부가 된 둘째 며느리를 재혼시켜주기 위해 며느리에게 심부름을 시키고 귀가가 늦어진다는 억지 트집을 잡아 친청으로 보냈다고 한다. 조선의 큰 유학자로서 당시의 법도를 어겨가면서까지 며느리가 개가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아니 거기까지 갈 필요도 없다. 여기 김경숙 시인은 시아버지가 장날이면 어김없이 간고등어 한 손을 사 와서는 손수 석쇠에 구워서 고등어 접시를 며느리에게 슬그머니 밀어주었단다. 그리고 사흘 뒤면 그 시아버지의 두 번째 제사라고 담담하게 속삭인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