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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 철학

[정운복의 아침시평 63]

[우리문화신문=정운복 칼럼니스트] 

 

포장도로 위에 줄지어 선 은행나무가 누릇한 가을 냄새를 풍기고

마알간 주황색으로 물들어가는 감나무가 가을을 재촉합니다.

산 위에 단풍나무는 성급하게 물들어 버렸고

어디를 봐도 풍성함으로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가을은 풍성함도 좋지만, 나뭇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여름내 정들었던 잎과의 이별의 계절이기도 하고

모든 것을 비워내고 허(虛)의 세계로 돌아가는 때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부족함이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남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부족함이 시작되었는지도 모릅니다.

후진국 가난에 허덕이는 나라의 주민들보다

서구의 부유한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이 더 불행하다고 느끼는 것을

우린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부와 권력, 명예와 지위를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헤아릴 수 없는 부와, 나는 새를 떨어뜨릴 수 있는 권력

남부럽지 않은 명예와 만인지상의 지위가 행복을 담보해주지는 않습니다.

진정한 성공은 자신의 인생에서 스스로 행복을 찾을 때 찾아오는 것이지요.

 

 

제 인생에도 가을이 왔습니다.

어쩌면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등산하다 보면 가끔 뒤를 돌아보아야 멋진 풍광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듯이

멈추어 서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언젠가 한 번 잘 살기 위하여 지금 행복을 유예하고 정력을 낭비할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야 함을 느낍니다.

인생의 마지막에서 회한을 느끼는 것은 적게 가져서가 아닙니다.

세상의 속박에서 벗어나 비움을 실천하고 더불어 사는 삶이

행복에 가깝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