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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시내 남쪽에 달 걸렸네요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29]

[우리문화신문=김영조 기자] 

 

蕭蕭落木聲(소소락목성)  우수수 낙엽 지는 소리에

錯認爲疎雨(착인위소우)  성근 비라고 생각했네

呼僧出門看(호승출문간)  동자승 불러 문을 나가 보게 했더니

月掛溪南樹(월괘계남수)  달이 시내 남쪽 나무에 걸려 있다고 하네

 

 

밖에서 스산한 소리가 난다. 동자승을 불러 혹시 비가 오는지 나가보라고 한다. 밖에 나갔다 들어온 동자승이 하는 말 “시내 남쪽 나무에 달 걸렸네요." 쓸쓸한 나뭇잎 지는 소리를 비가 오는 소리로 착각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동자승이 한 말은 한 편의 아름다운 시다. 나무 가지 사이로 살짝이 고개를 내미는 달, 그러니 비가 올 리가 없지.

 

이 시는 송강 정철(鄭澈, 1536-1593)의 ”산사야음(山寺夜吟)“라는 제목의 한시다. 여기서 시는 쓸쓸한 나뭇잎 지는 소리로 시작한다. 나이가 들어가는 우리네 삶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음이렷다. 나이가 들면서 나의 몸에는 점차 몇 가지 눈에 띄는 것들이 있다. 까맣던 머리는 희끗희끗 새치가 많아지고, 윤택하던 피부는 잔주름과 함께 거칠어지고, 어디 그뿐이랴. 젊었을 때와 달리 조금만 운동하면 숨이 차고 헐떡이기까지 한다. 그걸 보며 머리는 염색하고, 얼굴의 잔주름 펴 젊게 보이려 성형수술하는 사람도 있고, 여러 가지 영양제를 달고 산다. 또 조금이라도 힘이 드는 일을 외면한다. 그러나 이렇게 낙엽 지는 정경 속에서 달이 나무 사이로 얼굴을 슬며시 내미는 것을 볼 수만 있다면 그 늙어감도 인생의 훈장으로 변환될 수가 있을 것이다.

 

정철은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많은 한글 가사 작품을 남겼다. 이 작품들을 모아 엮은 책이 《송강가사》다. 《송강가사》에는 <사미인곡>, <속미인곡>, <훈민가> 등 주옥같은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조선의 선비들이 언문 곧 한글을 외면할 때 정철은 많은 한글 작품을 썼다. 이와 같은 한글 가사는 한자를 잘 모르는 백성까지 즐길 수 있었다. 이런 정철의 작품들은 당대에도 높이 평가했는데 소설 《구운몽》을 쓴 서포 김만중은 자신의 책 《서포만필》에서 “예로부터 우리나라 참된 문장은 오직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 이 세 편뿐”이라고 말했다.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