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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재미국악원, 교포 예술계 중심에 서다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49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김동석과 파사디나 시(市)에서 열리는 <장미꽃 축제>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이 축제는 전 세계에 TV 중계가 될 정도로 유명한 행사였고, 그의 참여가 축제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이 컸다는 점도 이야기하였다. 규모가 큰 행사일수록 연습량이 비례하는 법인데, 그 힘든 길거리 행진을 잘하기 위해서 마음고생이 많았다는 점,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라, 그가 미국에 살면서 한국의 전통문화, 한국인의 정신을 지켜가려는 충정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 등을 하였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한 바 있지만, 미국 L.A에 거주하고 있는 젊은 국악인 10여 명은 1973년 5월, <재미국악원>을 발족시켰으며 그해 9월 23일에는 <창립기념연주회>를 갖게 되었다.

 

 

당시 남가주에 거주하는 한국인 수는 1만 명 수준이었고, 특히 예술인들은 그리 많지 않았던 때였다. 대표적인 예술인 단체를 꼽는다면 남가주 <음악가 협회>, 서울대학교 총동창회 안에 <음대 동창회>, 그리고 <미술가 협회> 등이 있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새롭게 <재미국악원>이 합세하게 된 것이다. 뒤늦게 가세하긴 했으나, 3.1절 행사나, 광복절 행사와 같은 국가적 행사는 물론이고, 당시 L.A를 비롯해 인근 지역의 크고 작은 교포사회의 문화 행사라든가, 다른 민족들이 주최하는 행사에도 한국을 대표해서 <재미국악원>이라는 이름으로 초청되었다.

 

한 예로 L.A에 거주하고 있는 모든 아시아인이 모이는 <연꽃축제>라는 행사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 한인회의 간부들이나 본국 영사관들은 불참하고, 한국의 교포 단체로는 <재미국악원>이 단독으로 참석하여 한국의 전통음악과 춤을 선보였던 것이다. 행사를 끝낸 다음 날,‘연꽃 축제에 3만 명 동원’이라는 제목의 신문기사를 보면, 다소 그 씁쓸한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이 연꽃 축제”는 많은 동양인 단체가 각기 특성을 살려 참가함으로써 미국 사회 내에서 아시아인의 권위를 높이고, 우호를 증진하는 행사다. 이 자리에는 시장(市長)을 비롯하여 동양계 방송인들이나 연예인들이 대거 참석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유일하게 김동석 단장이 이끄는 <재미국악원> 팀이 참여하여 한국인들의 위상을 높여 주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한인회(韓人會)의 이사들이나, 본국 영사관에서도 참여하지 않아서 아쉬움이 크다. 교포 단체나 본국의 영사관 관계자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김동석이 이끄는 음악 무용단은 남가주 내에서 펼쳐지고 있는 많은 행사에 무보수로 참여하여 한국인의 긍지와 우리 것을 알리는데, 크게 한몫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교포들의 3.1절 행사를 마치고 난 후의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도 보인다.

 

“<재미국악원>은 우리의 고유한 음율을 미주 사회에 꽃피우기 시작하였다. 우리의 국악은 면면히 흐르는 역사를 통하여 민족의 창의성을 고취하고 있으며, 조상의 슬기로운 예지와 숨결을 담아온, 정악과 민속악을 미주 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다.”

 

이렇듯 지역 내의 다양한 행사에는 초청을 받아 우리의 음악과 춤을 보여 주면서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인정받았지만, 정작 자체적인 정기연주회는 갖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서울에서 한영숙 인간문화재의 수제자인, 무용가 김경희가 재미국악원에 합류하게 되면서 무용분과를 담당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재미국악원은 명실상부하게 음악과 춤이 함께 하는 연주단체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되었다.

 

1976년 11월 4일은 <재미국악원>의 제1회 정기연주회가 윌셔 이벨 (Wilshire Ebell) 극장에서 열리는 날이었다. 이 극장은 한인 타운 윌셔 길에 있는 극장으로 1,200석 규모의 비교적 큰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심포니 연주회, 발레공연, 팝 뮤직 콘서트, 소수민족의 커뮤니티 행사, 등이 많이 열리고 있는 다목적 극장이었다.

 

 

 

이곳에서 재미국악원은 궁중음악인 수제천을 비롯하여 대금 독주, 세악합주의 천년만세를 연주하였고, 민속음악으로도 가야금 독주와 병창, 민요합주, 풍물굿을 선보였다. 한편, 춤은 궁중무로 유명한 춘앵전, 검무를 비롯하여 민속무용으로 부채춤, 승무, 북춤, 화관무, 봄처녀 등을 무대에 올렸다.

 

제1회 정기연주회가 열리던 1976년, 이 해는 공교롭게도 미국의 독립 200주년이 되는 해기도 해서, 각계 각처에서 격려의 글을 보내주었다. 당시, 브래들리 L.A 시장은 “뜻깊은 독립 200돌을 기려 <재미국악원>이 특별히 공연을 해주어서 감사하게 생각하며, L.A 시민과 시(市)를 대표해서 즐겁고 성공적인 공연이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또한, 박상두 총영사는 “민족이 있는 곳에 그 민족의 독특한 언어와 문화가 있듯이, 오늘 여기 나성에 있는 교포들로 구성된 <재미국악원> 공연은 이런 의미에서 더욱 뜻 있는 일이라 하겠다. 재정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정부가 파견하는 문화 사절도 오기 어려운 시기에, 재미국악원이 있으므로 모든 라성 교포가 관심을 두고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다음 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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