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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부모님 혼인 7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효자는 어버이를 봉양할 수 있는 동안 하루하루를 아껴
[이동식의 솔바람과 송순주 71]

[우리문화신문=이동식 인문탐험가] 

 

“아버지는 나를 낳으시고, 어머니는 나를 기르셨다.

나를 다독이시고 나를 기르시며, 나를 자라게 하고

나를 키우시며, 나를 돌아보시고 나를 다시 살피시며,

출입할 땐 나를 배에 안으셨다.

이 은혜를 갚으려면 하늘처럼 망극해 한량이 없구나.​

 

父兮生我 母兮鞠我 拊我畜我 長我育我

顧我復我 出入腹我 欲報之德 昊天罔極”

 

                                             ...《시경》 〈육아(蓼莪)〉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이 올해로 혼인 70주년을 맞았다. 거꾸로 세어보면 625동란이 나던 1950년 초겨울에 혼례를 올리고 부부가 되신 것이다. 두 분이 혼인하실 당시 아버지는 집의 나이로 18세, 어머니는 한 살 위인 19세셨다. 문경 주흘산 동쪽 계곡의 너른 분지의 윗동네에 사는 할아버지와 아랫동네에 사는 외할아버지가 서로 친구분이신데 두 분이 둘째 아들과 둘째 딸을 맺어 주셔서 부부가 되고 두 분이 자녀를 3남 2녀를 낳아 그 밑에서 이제 손자 손녀 10명에 우선 증손주 8명이 태어나 자라고 있다.​

 

마침 아버지 생신이 늦가을 초겨울이라서 올해 혼인 70주년을 맞아 생신축하 겸 성대한 기념 축하연을 열어드리는 것이 자식된 도리로서 마땅하나 식구들이 모두 한데 모이다가 혹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때에 어린 증손주 들이라도 잘못되면 큰일이므로 두 분이 극구 말리셔서 아주 간소한 축하자리에 아들, 딸, 며느리와 사위들만 모여서 치르기로 했다. 잔치를 크게 열어드리지 못하는것 뿐 아니라 늙으신 부모님의 가장 큰 재미가 증손주들 크는 것을 직접 보고 격려해주는 것인데 이것마저 못하게 된 것이 가장 아쉽지만 어이하겠는가?

 

두 분의 삶은 힘듦의 연속이었다. 혼인하신 게 전쟁이 막 일어나고 몇 달 뒤이고 첫째로 누님이 태어나신 것이 그 다음해 여름, 또 내가 태어난 것이 전쟁이 막 끝났지만 어수선하기 이를 데 없는 1953년 가을이며 이 때에 아버지는 고등학생이었다가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해에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충북 옥천의 학교에서 교편을 시작하셨으니 그동안 생활이 어떠하셨겠는가? 그 많은 고생의 삶을 일일이 더듬는 것도 힘드실 것이다.

 

 

물론 우리 부모님만 그런 고생을 하신 것은 아니고 당시를 살아오신 많은 분이 다 그렇게 힘이 드셨지만 어쨌든 고생고생하셔서 다섯 자녀를 키워내신 것이다. 몇 년 전 어머니는 비가 온 길을 걷다가 넘어지셔서 다리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으셨고 그보다 먼저 아버지는 대장암을 이겨내셨는데, 그런 두 분이 지금은 큰 병은 없으면서 같이 지내신다. 커오면서 그런 과정을 겪고 지켜본 큰아들로서는 두 분의 혼인 70년이 정말로 기쁘고 복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혼인 60주년을 아주 큰 경사로 생각하고 자손들이 두 분을 성대하게 모신다. 일가친척과 마을 사람들도 다 모셔서 축원을 드린다. 회혼례라고 한다. 그런데 10년 전 60주년 때 이런저런 까닭으로 회혼례를 제대로 모시지를 못했고 이번에라도 모시려고 했지만 뜻밖에 온 세계가 고약한 질병에 휩싸이게 되어 그것도 약소하게 하지 않을 수 없는 사정이 된 것이다. 정말로 마음과 달리 어쩔 수 없는 불효가 되는 상황이다.

 

​두 분의 연세를 생각해보면 우리가 세는 방식으로 아버지 88세, 어머니 89세이니 두 분은 어쨌든 수를 하고 계신 것은 분명하다. 다행히 두 분이 건강하셔서 어디나 기시고 싶으면 걸어 다니시고 일도 하시니 자식으로서는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다. 그러나 한 해 두 해 연세를 더 할 때마다 수를 하시는 것이 좋은 만큼 앞으로 더 사실 날이 그만큼 짧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걱정과 슬픔이 밀려온다, 그야말로 《논어》 〈이인(里仁)〉에​

 

“부모의 연세를 모르고 있을 수는 없나니, 한편으로는 오래 사셔서 기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살아 계실 날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을까 두렵기 때문이다.〔父母之年 不可不知也 一則以喜 一則以懼〕”

 

라는 공자의 말 그대로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두 분이 살아계실 때 효도를 열심히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점잖게 말 하시는 분들이 있다. 옛사람들이 행한 효도 가운데 가장 기본으로 해야 하는 것이 이유(怡愉, 마음이 기쁘고 즐거움)일 것이다. 어버이를 옆에서 모시면서 기쁘고 즐겁게 해 드리는 것이다. 이때 하는 것이​

 

“새벽에 어버이에게 아침 문안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올리며, 해가 뜨면 물러나 각자 일에 종사하다가, 해가 지면 저녁 문안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올린다.〔昧爽而朝 慈以旨甘 日出而退 各從其事 日入而夕 慈以旨甘〕” ....《예기》 〈내칙(內則)〉​

 

는 것이다. 그런데 변명이지만 현대라는 사회가 되어서 부모를 가까이에서라도 모시지 못해 아침 저녁으로 문안을 드리고 음식을 해올리지를 못하고 있어 옛 사람의 기준으로 보면 불효도 그런 불효가 없다. 그렇다고 자주 찾아뵙는 것도, 아침 저녁으로 문안인사를 올리는 것도 제대로 안한다. 마음이 게으른 탓이다. 그러니 자식된 마음에 늘 송구하고 죄송한 것이다.​

 

아무튼 두 분이 크게 벌리는 것을 반대하신다는 핑계로 고민을 하다가 식사로 줄여 모시는 자리에 걸개를 하나 마련했다. 걸개에는 이런 문구를 넣었다;

 

"이봉기 임계상의 아름다운 70년-

만남과 이룸을 경하드리고

더 멋진 미래를 축원합니다."

 

두 분, 자손들의 절을 받으시다.

 

 

서양에서는 혼인 60주년을 다이아몬드(금강석)혼식이라고 기리고 70주년은 백금혼식이라고 기린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60주년을 회혼연을 열어드리지만 70주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특별한 수식어 없이 두 분이 만나서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자녀를 낳고 키워서 오늘날 사회에 그래도 많은 활동을 하도록 한 그 이룸, 그리고 이제 앞으로 더 많은 시간을 멋지게 가꿔가시라는 뜻을 단촐하게 담아보았다.​

 

조선 조 중종 명종 때 문신인 농암 이현보는 말년에 고향 안동의 낙동강의 지류인 분강(汾江)으로 내려가 작은 당(건물)을 짓고 당호(堂號:집 이름)를 애일당(愛日堂)이라 지었다. 나이 90세를 넘긴 노부의 늙어감을 아쉬워하여 하루하루를 아낀다는 뜻이다. 한(漢)나라 양웅(揚雄)이

 

“이 세상에서 오래 가질 수 없는 것은 어버이를 모실 수 있는 시간이다. 따라서 효자는 어버이를 봉양할 수 있는 동안 하루하루를 아낀다.[不可得而久者 事親之謂也 孝子愛日]”

 

라는 말을 했는데 ‘애일’이란 말은 늙으신 부모의 하루하루가 참 애틋하다는 뜻이고 조선시대에는 이 말이 노부모를 위하는 마음을 대신하는 표현으로 자주 쓰여 왔다. 부친의 나이가 94세였던 1533년에 농암은 고을의 노인 9분을 초대했는데 이분들의 연세를 모두 합하면 740세, 평균 82.2세였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농암은 어린아이처럼 색동옷을 입고 춤을 춰 부친을 비롯한 노인들을 즐겁게 해 드렸단다. 그렇게는 못 했지만 두 분이 끝나고 기분이 좋은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안심한다.

 

우리가 효도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핑계 저런 핑계로 제대로 안 하고 못 해 드리다가 막상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신세라는 탄식(풍수지탄: 風樹之嘆)을 하게 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고 나도 그 가운데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떨어져 사는 아들은 평소에 맛있는 음식을 눈앞에 두고도 부모님 생각에 잘 넘어가지를 않는다.

 

옛사람들은 어버이의 마음을 흡족하게 해 드리는 것과 물질적으로 생활에 불편함이 없게 해 드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효도라고 하는데 물질이야 요즈음에는 크게 부족하지는 않겠지만 요즘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출입이 여의치 않으시니 아침저녁으로 입에 맞는 음식을 제대로 해서 드시는지 걱정이다. 자식들은 이제 더 부모 속을 썩이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제 두 분은 미수(米壽)에 구순(九旬)에, 백수(白壽)에, 백수(百壽)를 넘겨서 맹자가 말한 기이(期頤)의 복(100년의 수명을 누리면서 자손의 봉양을 받는 것)을 기어코 받으시기를 자식들은 축원한다. 두 분의 혼인 70주년을 축하드리고 건강을 잘 유지하셔서 지금보다 더 기쁘고 멋진 미래를 맞으시기를 진심으로 축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