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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귀인들이 좋아하는 모란과 시골에 핀 패랭이꽃

[‘우리문화신문’과 함께 하는 시마을 34]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패랭이꽃

 

                                                                                 - 정습명

 

世愛牡丹紅 栽培滿院中 사람들 모란꽃을 좋아해 집 안 가득 심지만

誰知荒草野 亦有好花叢 시골 구석구석에는 아름다운 패랭이꽃 무더기 핀다네

色透村塘月 香傳隴樹風 꽃은 연못에 잠긴 달에 비치고, 향기는 바람결에 실려 오누나

地偏公子少 嬌態屬田翁 외진 시골 꽃 찾는 귀인들 적어, 그 자태는 늙은 농부 몫일세

 

 

 

 

위는 고려 의종 때 문신 정습명(鄭襲明, 미상 ~ 1151년)의 한시 “석죽화(石竹花, 패랭이꽃)”다. 이 시에서는 먼저 모란이 등장한다. 모란은 한자 이름으로 목단(牧丹)이라고도 하는데 예부터 한ㆍ중ㆍ일 세 나라에서는 부귀와 공명을 뜻하는 꽃이라 하여 “꽃 중의 꽃” 곧 “화중왕(花中王)”으로 불렀다. 신부의 예복인 원삼이나 활옷에 모란을 수놓았고, 선비들의 소박한 소망을 담은 책거리 그림에도 부귀와 공명을 염원하는 모란꽃이 그려졌다. 복스럽고 덕 있는 미인을 활짝 핀 모란꽃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란은 그렇게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지만, 시골 들판 구석구석 무더기로 피는 패랭이꽃을 귀인들은 좋아하지 않으며, 대신 농부들이 이 꽃을 사랑한다. 패랭이꽃은 석죽화(石竹花)ㆍ대란(大蘭)ㆍ산구맥(山瞿麥)ㆍ구맥(瞿麥)이라고도 불리는 토종 들꽃으로 낮은 지대의 건조한 곳이나 냇가 모래땅 등 척박한 땅에서 잘 자란다. 꽃을 뒤집으면 옛날에 역졸, 부보상이 쓰던 패랭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패랭이꽃이라 했다. 《인조실록》에 보면 압록강 상류 쪽 삼수진 백성이 흉년에 곡식 대신 먹을 수 있는 구황식물로 심었다고 기록이 있다.

 

모란을 좋아할지 패랭이꽃을 좋아할지는 각자의 마음이다. 다만, 부귀공명을 원하거나, 소박한 삶을 원하는 것에 따라 이후의 삶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터다. 그저 화려하진 않지만, 시골 구석구석에 피는 아름다운 패랭이꽃, 그 꽃을 가까이해보면 어떨까?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