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조선 후기 최고의 천재 화가라 불리는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風俗圖帖)>은 당시 백성들의 일상과 삶의 애환을 가장 생생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보물 같은 작품집입니다. 현재 보물로 지정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모두 25점의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이 풍속도첩이 한국 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는 까닭은 그림을 잘 그려서만이 아니고, 힘든 노동의 현장이나 일상의 평범한 순간도 김홍도의 붓끝에서는 유쾌하고 따뜻하게 표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화첩 가운데 ‘논갈이’는 풍속도첩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작품으로,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역동적인 노동의 현장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그림은 새봄을 맞아 소가 땅을 갈고 농사를 준비하는 장면이지만, 그런 장면을 넘어, 조선 시대 농촌의 활기찬 움직임을 잘 보여주는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이 그림의 가장 큰 특징은 화면을 가로지르는 사선 구도입니다. 두 마리의 소와 농부들이 오른쪽 아래에서 왼쪽 위로 비스듬히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는 평면적인 그림에 깊이감과 전진하는 힘을 부여합니다. 또 앞쪽에는 두 마리의 소가 끄는 '겨리쟁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3월 5일 오늘은 24절기의 셋째 '경칩(驚蟄)'입니다. 경칩은 놀란다는 ‘경(驚)’과 겨울잠 자는 벌레라는 뜻의 ‘칩(蟄)’이 어울린 말로 겨울잠 자는 벌레나 동물이 깨어나 꿈틀거린다는 뜻이지요. 만물이 움트는 이날은 예부터 젊은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은행씨앗을 선물로 주고받고 날이 어두워지면 동구 밖에 있는 수나무 암나무를 도는 사랑놀이로 정을 다졌기에 경칩을 ‘토종 연인의 날’이라고 얘기합니다. 조선시대 왕실에서는 임금이 농사의 본을 보이는 ‘적전(籍田)’을 경칩이 지난 뒤의 ‘돼지날 (해일-亥日)’에 선농제(先農祭)와 함께하도록 했으며,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불을 놓지 말라는 금령(禁令)을 내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보였습니다. 중국 고대 유가의 경전 《예기(禮記)》 「월령(月令)」에도 “이월(음력)에는 식물의 싹을 보호하고 어린 동물을 기르며 고아들을 보살펴 기른다.”라고 되어 있지요. 민간에서는 경칩에 개구리알이나 도룡뇽알을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하였으나 어린 생명을 그르치는 지나친 몸보신은 삼가야만 합니다. 또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에서 나오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은 우리 명절의 하나 정월대보름입니다. 정월대보름엔 재미있는 풍속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망월(望月)’이라 하여 떠오르는 보름달을 보며 저마다 소원을 빌었는데 올해 정월대보름 밤에는 ‘붉은달 개기월식’이 있다고 합니다. 또 대보름날 아침 일찍 일어나 견과류를 깨물며 한해 열두 달 종기나 부스럼이 나지 않도록 비손하는 ‘부럼 깨기’, 아침 일찍 일어나 사람을 보면 상대방 이름을 부를 때 상대방이 대답하면 '내 더위 사가라!'고 하는 ‘더위팔기’, 대보름날 세 집 이상의 성이 다른 사람 집의 밥을 먹어야 그해 운이 좋다고 하며, 이날은 아홉 번 먹어야 좋다고 믿었고, ‘아홉차리’라 하여 나무를 해도 아홉 짐을 했습니다. 또한 ‘개보름쇠기’라고 하여 한 해의 시작인 정초에 개가 병들지 않고 건강해지라며, 온종일 개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다가 달이 뜨면 그때야 “개 비리 씰자. 개 비리 씰자”라고 하면서 빗자루로 개의 등을 쓸어내린 뒤에 밥을 주는 풍속도 있고, “복토 훔치기”는 부잣집의 흙을 몰래 훔쳐다 자기 집의 부뚜막에 발라 복을 비손하는 것입니다. 특히 정월대보름 세시풍속으로 빼놓을 수 없는 ‘용알뜨기’는 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천안군 병천시장에서 의사(義士) 김구응이 남녀 6,400명을 소집하여 독립선언을 할 때 일본헌병이 조선인의 기수를 해치고자 했다. 조선인들은 맨손으로 이를 막느라 피가 낭자했다. 그러자 일본헌병은 이들의 복부를 칼로 찔러 죽음에 이르게 하는지라 김구응이 일본헌병의 잔인무도함을 꾸짖자 돌연 총구를 김구응에게 돌려 그 자리에서 즉사케 했다. 김구응은 머리를 맞아 순국했으나 일본헌병은 사지(四肢)를 칼로 난도질했다. 이때 김구응의 노모 최정철 지사가 일본헌병을 향해 크게 질책하자 노모마저 찔러 죽였다.” 이는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활약한 김병조(金秉祚) 지사의 책 《한국독립운동사략(韓國獨立運動史略)》에 있는 내용입니다. 이 책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임시정부 2대 대통령이며, 역사학자인 박은식 선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韓國獨立運動之血史)》에도 아우내장터(병천시장)의 만세운동 주모자를 김구응 의사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천안 아우내장터의 만세운동 주모자를 유관순 열사로 알고 있었지만, 이 두 책 모두 천안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에 유관순 열사 이름은 나오지 않지요. 만세운동을 이끌다가 일제 경찰에 의해 순국한 김구응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이틀 뒤면 3.1만세운동 107돌이 되는 날입니다. 국권 회복을 위해 민족자존의 기치를 드높였던 선열들의 위업을 기리고 애국심을 드높이기 위해 1919년 3월 1일 낮 2시 민족대표들은 조선음식점 태화관(종로구 인사동)에 모여 독립선언을 했지요.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독립선언을 한 장소가 하필이면 요릿집이냐며 비판합니다. 정말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을 한 것이 잘못일까요? 이곳 태화관은 원래 중종이 순화공주를 위해 지어준 순화궁(順和宮) 터였는데 이완용이 별장으로 사용하던 집이었음은 물론 1905년 이완용과 이토 히로부미의 을사늑약을 몰래 논의한 곳이며, 1907년 7월 고종황제를 퇴위시킨 다음 순종을 즉위케 한 음모와 1910년 강제 병탄 조약 준비 등이 벌어졌던 곳입니다. 따라서 매국노가 나라를 팔아먹기 위한 행위가 모두 이 집에서 벌어졌음도 비판하고 있지만, 민족대표 33인의 생각은 바로 여기서 독립선언식을 거행함으로써 매국적인 모든 조약을 무효로 한다는 의지도 담겨 있었음을 지나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원래는 독립선언 장소로 탑골공원이 정해졌었는데 탑골공원에서 독립선언을 하면 사람들이 몰려들고 그러면 왜경이 기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청남(淸南, 평안남도)ㆍ청북(淸北 평안북도)의 각 고을은 곳곳이 금을 캐는데, 심하면 남의 산지(山地)를 침범하고 남의 밭두둑을 무너뜨리기까지 합니다. 일하여 먹고 사는 백성은 태반이 금혈(金穴)로 돌아갔으므로 관서의 농사가 근년에 잘되지 않는 것도 아닌 게 아니라 이 때문일 것이니, 특별히 금단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이는 《정조실록》 17권, 정조 8년(1784년) 2월 25일 기록으로 임금이 전 평안도 관찰사 이성원을 불러 관서(關西)의 폐단을 물은 데 대한 답변입니다. 이때 평안도 사람들은 금을 캐러 가 농사를 짓지 않고, 남의 밭두둑을 무너뜨리기까지 해서 문제 되었던 모양입니다. 이 말에 따라 임금은 금ㆍ은ㆍ·동광의 개발을 금지하게 됩니다. 미국도 1848년에 캘리포니아주에서 금광이 발견되면서 개척민들이 너도나도 캘리포니아로 몰려간 현상 곧 ‘골드러시’가 있었습니다. 1869년에는 미국 최초로 대륙 횡단 철도가 개통하고, 원주민들이 침략자들에게 자신들의 땅을 강탈당하고 살육된 시대입니다. 총잡이와 카우보이, 무법자 등이 이 시대의 특징으로 소설이나 영화 (서부극) 등에 많이 묘사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텔레비전에는 여러 가지 약품 광고가 나옵니다. 그 가운데 특히 동국제약은 인사돌, 마데카솔, 훼라민큐, 센시아, 치센 등 많은 약광고를 공격적으로 하는 제약회사입니다. 그런데 최근 텔레비전을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동국제약이 크림 광고를 하는데, 포장에 한글이 전혀 없고 모두 영어로 쓰인 것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지상파 텔레비전에 광고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영어가 전부인 튜브를 만들어 광고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이 크림은 영어를 모르는 사람은 사지 말라는 것인지, 아니면 영어로 포장해야 품격이 올라간다고 생각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세계에 큰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영화 ‘데몬 헌터스’에는 한국말이 튀어나오고, K-팝과 K-드라마는 물론 K-푸드, K-뷰티(화장품) 등이 인기를 끌면서 세계인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망이 폭발하고 있다는데 정작 일부 한국 기업은 한글이 아닌 영어만 좋다고 하니 참 걱정입니다. 지난 2007년 한국에 온 중국 연변대학교 김병민 총장은 “만주족은 말에서 내리면서 이미 끝났다.”라고 말했습니다. 김 총장이 말한 ‘말’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대한매일신보> 주필은 풍채가 초라한 샌님이나 이상한 눈빛을 갖고 있었다. 세수할 때 고개를 빳빳이 든 채로 물을 찍어다 바르는 버릇 때문에 마룻바닥, 저고리 소매와 바짓가랑이가 온통 물투성이가 됐다. 누가 핀잔을 주면 ‘그러면 어때요?’라고 하였다.” 이는 소설가 이광수가 일제강점기 월간잡지 《조광》 1936년 4월 호에서 한 말입니다. 일제를 향해 고개를 숙일 수 없던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 선생의 기개를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오늘은(2월 21일) 신채호 선생이 90년 전인 1936년 감옥에서 순국한 날입니다. 선생은 사학자로서는 일제가 식민 통치를 합리화하기 위해 조작한 식민사관에 맞서서 역사의식을 갖추는 것이 곧 애국심을 키우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근대 민족주의 사학의 효시인 《독사신론(讀史新論)》과 한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 체계를 수립한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 같은 역사서들을 쓰고, 일제의 거짓 학설에 맞서 학문적인 투쟁을 펼쳤습니다. 특히 단재는 “역사는 애국심의 원천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독립운동가로도 뛰어난 활동을 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 ‘신한촌’의 형성과 국권피탈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오늘(2월 19일)은 겨울 동안 꽁꽁 얼었던 냇물이 풀리고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스물네 철마디(절기) 가운데 하나인 '우수'입니다. 한자로는 '비 우(雨)'에 '물 수(水)'자를 씁니다. 이때가 되면 추운 북쪽지방의 대동강물도 풀린다고 했지요. 아직 추위가 남아있지만, 저 멀리 산모퉁이에는 마파람(남풍:南風)이 향긋한 봄내음을 안고 달려오고 있을 겁니다. 바르고 아름다운 우리말 지킴이 <토박이말바라기>에서는 이 오랜 철마디(절기)를 조금 더 살가운 이름을 하나 더 지어 '싹비'라고 합니다. 예부터 이 싹비 때 나누는 인사에 "꽃샘잎샘에 집안이 두루 안녕하십니까?"라는 말이 있으며 "꽃샘잎샘 추위에 반늙은이(설늙은이)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도 있지요. 이 꽃샘추위를 한자말로는 꽃 피는 것을 샘하여 아양을 떤다는 뜻을 담아 화투연(花妬姸)이라고 합니다. 봄꽃이 피어나기 전 마지막 겨울 추위가 선뜻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 앙탈을 부려보기도 하지만 봄은 이제 시골집 사립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때쯤 되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물이라며 한양 상인들에게 황소 60 마리를 살 수 있는 4천 냥을 받고 대동강을 팔았
[우리문화신문=김영조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 "순(舜)임금은 옥형(玉衡)을 살펴 천체(天體)의 운행(運行)을 가지런하게 했으며, 우리 세종 대왕(世宗大王)께서는 간의대(簡儀臺)를 설치하고 흠경각(欽敬閣)과 보루각(報漏閣)을 세웠으며, 숙묘조(肅廟朝)에서는 제정각(齊政閣)을 설치하고 선기옥형(璇璣玉衡)을 안치(安置)하여 공경하는 도리를 다하였습니다. 원하건대, 전하께서는 하늘을 본받아 도(道)를 행하는 일에 깊이 유의(留意)하소서.“ 이는 《영조실록》 15권, 영조 4년(1728년) 2월 18일 기록으로 주강(경연특진관이 오시-낮 11시부터 1시에 임금을 모시고 행하던 경연)에서 선기옥형(璇璣玉衡)에 대하여 말했다는 얘기입니다. 선기옥형(璇璣玉衡)은 다른 말로 혼천의(渾天儀)ㆍ혼의(渾儀)ㆍ혼의기(渾儀器)라고 하는 것으로 천체의 운행과 그 위치를 측정하던 천문관측기를 말합니다. 기록에 나타난 바로는 이천(李蕆)ㆍ장영실(蔣英實) 등이 1433년 6월에 처음 만들었다고 하지요. 이후 1657년(효종 8)에는 최유지(崔攸之)가, 1669년(현종 10)에는 이민철(李敏哲)과 송이영(宋以穎)이 각각 만들었는데 세종 때의 것과 최유지가 만든 것은 남아 있지 않고, 고려대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