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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인 진정한 까닭은?

작가 김진명이 치열하게 시도하는 과거와의 대화
《김진명의 한국사 X 파일》, 글 김진명ㆍ그림 박상철, 새움

[우리문화신문=우지원 기자]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과연 진실인가? 누군가 날조한 역사를 진실이라 믿으며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영국의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 (Edward H. Carr)가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주장했듯이, 가지각색의 역사적 사실 속 진실을 찾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의문 제기와 검증을 반복하는 대화가 필요하다.

 

여기,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과거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 현실과 허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필력,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글자 전쟁》 등의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작가 김진명이다. 그의 소설을 두고 ‘지나친 민족주의’라며 불편해하는 시각도 있으나, 빈틈없는 고증과 방대한 취재로 뒷받침되는 탄탄한 전개는 수많은 독자를 매료시키는 원천이다.

 

여기 소개하는 김진명의 책 《김진명의 한국사 X 파일, 새움》은 카카오 스토리펀딩에 ‘김진명의 대한민국 7대 미스터리’라는 제목으로 연재된 글들을 만화로 구성한 것이며, 수천 명이 넘는 독자들의 후원을 받아 출간되었다. 여기 수록된 7개의 파일을 하나씩 꺼내다 보면 여태껏 별생각 없이 지나쳤던 한국사의 갖가지 비밀과, 《몽유도원》, 《1026》, 《황태자비 납치 사건》 등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알 수 있다.

 

 

먼저, 작가의 소설 《천년의 금서》 집필동기가 된 1편 ‘대한민국 국호 한(韓)의 비밀’에서는 대한민국, 한민족, 한국인 등 한국을 상징하는 한자 ‘한나라 한(韓)’의 유래와 의미를 새로운 시각으로 풀이한다. 일반적으로 ‘한나라 한(韓)’은 춘추전국시대의 한나라를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작가는 수많은 기록을 살펴본 끝에 고조선의 국호가 ‘한(韓)’이었음을 알아냈다.

 

작가의 소설 《몽유도원》의 집필 배경을 담은 2편 ‘임나일본부 조작의 역사를 파헤친다’에는 일본이 광개토태왕비에 멋대로 ‘임나’라는 두 글자를 끼워 넣고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다, 작가가 천신만고 끝에 발견한 지워진 글자 ‘동(東)’으로 임나일본부설이 차츰 자취를 감추게 된 내막을 담았다.

 

 

3편 ‘명성황후 최후의 순간’은 일본 낭인들이 명성황후를 시해하는 현장에서 저지른 만행, 그 가운데서도 특히 참혹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 작가는 이를 주제로 《황태자비 납치사건》을 집필했으며, 일본인들이 이런 만행을 알고 사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일본 출간을 추진했으나 번역까지 마친 상태에서 일본 우익의 협박으로 좌절되었음을 밝혔다.

 

4편 ‘박정희 죽음의 진실’ 에서는 박정희가 암살된 10·26 당일의 미스터리를 추적한다.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는 박정희와 차지철을 죽인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자신의 부하들이 기다리는 중앙정보부로 가지 않고 차를 꺾어 육군본부 벙커로 가는 장면이 나온다. 작가는 이런 김재규의 갑작스러운 결정 뒤에 숨은 비밀을 밝히기 위해 무역상을 가장해 핵심 인물과 친분을 쌓은 끝에, 마침내 결정적 단서를 입수한다. 작가의 소설 《1026》의 집필동기가 되기도 한 이 단서를 바탕으로, 작가는 10·26 사태의 본질을 핵개발을 끝까지 강행하려 했던 박정희와 그것을 막으려 했던 미국과의 충돌이라고 보았다.

 

그밖에도 흔히 알려진 ‘함흥차사’의 고사를 재해석해 이성계의 비참한 말년을 추측하는 ‘함흥차사의 숨은 사연’, 한자는 한족이 만든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조상 동이족이 만든 것임을 밝히는 ‘문자의 기원을 둘러싼 역사 전쟁’과 같은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가득하다.

 

작가 김진명의 미덕은 역시, 주류적 시각에 손쉽게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질문을 던지는 통찰력, 그리고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야 마는 집념 어린 취재력이다. 곳곳에 작가의 예리한 통찰력이 번뜩이는 가운데, 만화로 그려져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쉽게 넘어가는 페이지도 이 책의 장점이다. 또한 작가가 책 막바지에 문화와 역사,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을 설파한 대목도 인상깊다.

 

“나는 우리 역사의 진정한 문제점은 과거의 기록을 상실했다는 사실에 못지않게 이 사회의 역사의식 부재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선 500년간 이웃 나라인 중국을 하늘로 보는 춘추사관, 이어진 일본의 지배와 식민사관, 그 후 군사독재를 겪으며 우리는 성숙한 문화적ㆍ내면적 의식을 크게 상실하고 현실적 가치에만 눈이 먼 채 인간을 너무나 왜소하게 보도록 길들여져 있다.

 

‘돈이 최고’라든지 ‘돈 없으면 죽는다’라는 사고로 표피적 현실에만 눈을 뜨고 있다 보니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문화와 역사는 눈앞의 물질보다 오히려 삶을 훨씬 가치 있게 하고 자신감을 북돋운다. 또한, 사물을 정확하고 본질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힘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우리는 길들여진 의식을 벗어나 자각과 이성의 눈으로 역사를 보고 현실을 보아야 한다.”

 

역사는 오늘도 새롭게 쓰이고, 과거의 인물들 역시 새롭게 태어난다. 언젠가 우리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되는 그날까지, 과거는 끊임없이 말을 걸어올 것이다. 이 대화를 잘 이끌어나가는 방법은 바로, ‘길들여진 의식을 벗어나 자각과 이성의 눈’으로, 신선한 질문을 던지고 신랄한 답변을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과거와의 대화는 한층 흥미로워질 것이며, 그 과정에서 차츰 모습을 드러내는 진실은 삶을 한층 더 풍성하게 하는 진귀한 수확이겠다.

 

《김진명의 한국사 X파일》, 글 김진명ㆍ그림 박상철, 새움, 값 11,2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