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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탄소세를 거둬 국민에게 돌려주자

기후 위기의 경제학
[이상훈 교수의 환경이야기 47]

[우리문화신문=이상훈 전 수원대교수]  2015년 전 세계 195개 나라는 프랑스 파리에 모여 2100년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인 1900년보다 2도를 넘지 말아야 한다는 기후변화협약의 장기 목표에 합의했다. 파리 협약에서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에게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과했다. 기후변화는 이제 기후 위기로 불리며, 지구촌의 가장 심각한 환경문제로 대두되었다.

 

 

 

지구가 더워지면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을 상승시킬 것이다. 그러나 해수면 상승에 따르는 피해는 일반인이 일상 생활에서 실감하기 어렵다. 기후변화는 폭염과 가뭄, 홍수 같은 자연재해를 자주 일으켜 경제적인 피해를 준다고 하면 사람들은 기후위기가 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다. 사람들의 행동은 도덕이나 양심보다는 경제적인 동기에 의해서 변화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기후 위기를 경제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인류가 적은 투자를 해서,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면 경제적으로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스턴은 2006년에 낸 <기후변화 경제학에 관한 스턴 보고서>에서 매년 인류가 생산하는 국내총생산(GDP)의 1%를 온실가스 줄이기에 사용하자고 제안하였다. 이 1%는 비용이 아니라 미래 인류의 생존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가치 있는 투자가 될 것이다. 스턴은 GDP의 1%를 투자해서 얻는 경제적 편익은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 복구 비용을 훨씬 능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영국의 한 기후변화 전문 미디어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은 사우디아라비아, 오스트렐리아, 뉴질랜드와 함께 ‘기후 악당’에 뽑혔다. 왜 이런 창피를 당했을까? 한국은 2009년 처음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설정한 이래 한 번도 이를 지키지 못했다. 과거 정부는 산업계에 피해가 간다는 구실로 이산화탄소를 줄이겠다는 국제적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인은 한국의 경제 성장이 지구촌의 기후 위기를 막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후 위기가 나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매우 드물다.

 

우리나라만 기후 위기에 둔감한 것은 아니다. 미국도 2번이나 기후협약에서 탈퇴한 전력이 있다. 2001년에 취임한 부시 대통령은 1997년에 일본의 교토에서 합의한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였다. 2017년에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공언하면서 2015년의 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하였다. 다행히 바이든은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다시 가입할 것을 선거 공약으로 내걸고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기후변화는 모든 인류에게 재앙이지만 각국 정부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 먼저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꺼린다. 이러한 생각의 밑바탕에는 ‘공유지의 비극’으로 설명되는 인간의 심리가 깔려있다. “이익은 내가 취하고 손실은 모든 사람이 부담한다면 내게는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라는 생각은 어떻게 보면 매우 본능적이며 합리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 차원의 피해는 추상적이지만, 우리나라가 당면할 피해는 매우 현실적이며 구체적이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홍종호 교수가 2017년에 발표한 <기후변화 피해 비용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자연재해로 2060년까지 발생할 경제적 피해가 연간 최대 약 24조 원으로 추정되었다. 역대 최악으로 기록된 2002년 8월 태풍 루사 때의 피해액 6조원의 4배가 넘는 규모이다. 기후변화가 원인이 되어 매년 24조 원의 경제적인 피해가 발생한다고 생각해보자.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는가?

 

기후 위기에 대비하여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인이나 국가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법이나 양심보다는 경제적인 유인책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개인이나 기업은 자발적으로 친환경적인 행동을 선택할 것이다.

 

개인의 소비 행동을 예로 들어보자. 나라 밖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인정할 것이다. 일본이나 유럽의 승용차는 소형차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소형차보다 중대형이 많다. 연비가 낮은 중형차는 소형차에 견줘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그렇다면 일본 사람이나 유럽 사람들은 환경을 사랑하기 때문에 작은 차를 선호할까? 아니다. 중대형 차에는 세금이 너무 많아서 소형차를 타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에 선택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자동차세가 배기량에 따라서 누진할 뿐만 아니라 ‘자동차 중량세’가 추가되는데, 차가 무거울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게 되어 있다.

 

기업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기 위하여 제안된 세금이 탄소세(炭素稅)다. 석유나 석탄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에 비례하여 세금을 부과하면, 기업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하여 화석연료를 덜 사용할 것이다. 기업들은 화석연료 대신 대체에너지로 전환하는 데에 투자할 것이다. 탄소세는 1990년 핀란드에서 처음 도입되었는데,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에 이어서 일부 유럽 국가와 캐나다 등이 탄소세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나 중국처럼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고 수출주도형 경제에 의존하는 나라에서는 탄소세가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정치가들은 선거 때마다 표를 얻기 위하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경제를 살리겠다.’라는 공약을 발표하는데, 기업인들이 반대하는 탄소세를 지구환경을 지키자는 추상적인 명분으로 도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현 정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2월에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한 이후 탄소세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지만, 석유ㆍ철강업체의 반대, 그리고 야당의 정치적인 반대를 어떻게 설득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최근에는 기본소득과 탄소세를 결합한 기본소득탄소세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탄소세를 걷어서 기본소득으로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개념이다. 복지와 환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고, 조세 저항을 완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제안으로서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2021년 1월 7일에 군소정당인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이 ‘기본소득 탄소세법’을 발의했다. 용혜인 의원은 “온실가스 1톤당 8만 원을 과세하면 약 58조 원의 세수가 확보되며 이를 전 국민에게 매달 10만 원 정도의 탄소세 배당으로 지급할 수 있다.”라고 발표했다. 이 법안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1월 8일 즉각적으로 찬성한다는 뜻을 페이스북에 밝혔다. 기본소득탄소세는 2022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탄소세가 자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하여 화석연료 사용 업소에 부과하는 세금이라면 탄소국경세(炭素國境稅)는 외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하여 부과하는 세금이라고 볼 수 있다.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국가의 수입 상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높은 관세는 상품 수출국가에서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도록 압력을 가하는 효과를 낼 것이다. 탄소국경세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시멘트 제품부터 시작하여 철강, 석유화학 제품 등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제1위의 이산화탄소 배출 국가이다. 중국 정부는 "탄소 국경세가 기후변화에 대한 공동 조처를 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해칠 것"이라고 지적하며, 예상했던 대로 EU의 탄소 국경세에 강력한 반대 뜻을 표명했다.

 

미국은 세계 제2위로 탄소배출량이 많은 나라로서 탄소국경세를 반대하는 태도였지만 바이든이 대통령에 당선됨에 따라 환경정책이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하고 2025년까지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나 기업의 제품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하여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을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탄소국경세는 전 세계적인 무역 분쟁의 새로운 불씨가 될 것이다. 프랑스는 가장 강력히 탄소국경세 도입을 지지해왔고, 독일은 수출의존도가 높아서 탄소국경세를 반대하는 태도였지만 지금은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구온난화로 촉발된 새로운 국제 무역 환경에 적응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2050 탄소중립은 이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다”는 현실을 기업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열쇠는 궁극적으로 개인이 쥐고 있다. 나와 당신이 일상생활에서 약간 불편하지만, 친환경적인 소비를 선택할 때에, 기업은 친환경적으로 변하고 인류는 기후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