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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한국음악 심포지엄》을 시작하다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12]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2004년, UCLA 한국음악과가 주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폐과의 위기를 맞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학과 유지를 위해서는 매년 13만 달러(약 1억 4천만 원)의 기금이 필요하다는 점, 이를 위해 졸업생 중심의 홈 콘서트 등 다양한 방법들이 모색되었으나, 본국 정부나 관련 기관의 도움 요청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 실망이 컸다는 점, 다행스러운 것은 부산 서전학원으로부터 매해 5만 달러의 기부금을 10년 동안 제공받게 되었다는 점, 한국이 문화의 대국임을 알리는 전진 기지 격의 <UCLA 한국음악학과>가 운영비를 마련하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도 부끄럽고 안타까운 일이라는 점 등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2002년부터 시작하게 된 <한국음악 심포지엄>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이 행사는 한국의 《한국전통음악학회》와 UCLA 민족음악대학의 공동주최였다. 여기서 잠시 한국전통음악학회를 소개하고 이야기를 진행해 나가기로 한다. 1999년 12월, 창립 당시의 준비위원장을 맡은 글쓴이의 말이다.

 

“1999년 12월 말 무렵이었으니 며칠이 지나면 신세기를 맞게 되는 시점이었어요. 곧 1천 년 대(代)에서 2천 년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저는 평소에 뜻을 같이하는 젊은 교수 및 제자들과 함께 국립국악원에서 국악계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방안의 하나로 《한국전통음악학회》라는 새로운 학회의 탄생을 국악계에 알리기로 했지요. 국악계에 학회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그동안 국악계가 치중해 온 국악학의 중심은 문헌중심의 사료 연구나 이론을 위한 연구로 고(古)문서나 고악보의 분석이 대세였던 것입니다.

 

국악인의 대부분이 노래를 부르고 악기를 연주하는 실기인들인데, 그들은 이러한 연구에서 제외되는 분위기였다는 것이 더욱 솔직한 시각이었습니다. 악기나 노래를 전공하고 있는 대부분의 실기인들도 그들이 전공하고 있는 음악의 실체를 주제로 삼아 연구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하게 느껴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실제적인 음악의 해석 능력이나 연주기법에 관한 연구, 또는 기능향상에 필요한 학술연구를 주 활동으로 펼쳐 나감으로 인해 국악계 여러 단체의 다양한 연구활동 분위기를 진작시켜 보자는 취지였던 것입니다.”

 

 

이 학회는 2000년 4월 7일 한남동 단국빌딩 11층 대회의장에서 <남북한 전통음악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면서 그 출발을 알렸다. 황병기의 기조발표로 ‘전통음악을 통한 남북교류의 당위성과 그 방향’이 소개되었고, 첫 주제는 이상만의 ‘서양음악의 한국적 수용’에 이어 윤명원의 남북한 음악용어의 비교연구와 민경찬의 남북한 음악교류의 현황과 미래 등의 주제들이 발표되어 참석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각 주제에 따른 전문가들의 토론도 이어져 남북한 음악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어 관심을 끈 학술모임으로 평가되었다. 이 학회는 창립기념 학술논문집과 정기 학술발표와 국제 학술회의도 기획하고 있었으며, 그밖에 소식지 발간이라든가 장학기금 및 학술 기금의 조성 등도 기획하고 있었던 것이다.

 

김동석 교수와 한국음악을 주제로 하는 학술모임의 개최와 국악연주회, 기타 미국에서의 음악교육 현장을 시찰하는 문제, 등을 포함한 합동 학술회의를 구상하게 된 시기도 이 무렵이었다.

 

이렇게 해서 2002년 1월, 《한국전통음악학회》는 글쓴이를 단장으로 하여 6명이 미국에서 열리게 된 제1회 <한국음악 심포지엄>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학술 강연에서 <한국전통성악의 미(美)적 요소>를 발표하였고, 윤명원(단국대)은 <판소리에 있어서 청(淸)의 개념>, 이현주(경북대)는 <북한의 혁명 가극 피바다에 관한 고찰> 등을 발표하여 많은 학생과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저녁 식사 뒤, 이어진 한국음악 공연에서는 서도소리 전수조교(현 전승교육사) 유지숙이 <수심가>와 <회심곡>을 열창하는가 하면, 가야금 연주자 박복희의 <침향무>, 전남대 강사 오명석의 <한갑득 류 거문고 산조> 등이 연주되어 UCLA 존파퍼(John Popper)극장을 메운 많은 청중으로부터 열띤 반응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다.

 

UCLA측에서는 김동석 교수의 <미국에서의 한국음악교육 현황>을 비롯하여 태평무의 김민정, 살푸리의 정원정, 부채춤의 김지현 등도 수준 높은 기량을 발휘하여 인상에 남는 공연을 해 주었다. 제1회 대회는 비록 조촐했으나, 그 수준이나 열의는 매우 높았던 최초의 학술 강연회이며 의미가 깊은 공연무대였다고 평가되고 있다.

 

2003년 2월 5일에는 제2회 《Korean Music Symposium》이 열렸다. 학술 강연회에는 5인의 발표가 있었으나, 공연무대는 지난해에 견줘 훨씬 많은 18명이 참가하여 다양한 종목을 선보이게 되었다. 공연내용을 간단하게 소개해 보면 다음의 자료와 같다.

 

 

 

 

문재숙 이화여대교수와 그의 제자들이 민간풍류를 연주하였고, 박영배의 단소독주, 이선경의 12가사 중 <춘면곡>독창, 김희영의 <휘몰이잡가 중 맹꽁이타령>, 예가회 회원들의 <김죽파류 가야금산조>, 경기명창 송은주의 <회심곡>, 홍종진 교수의 대금독주 <꿈>, 문재숙과 예가회원들의 찬송가 연주, 송은주의 아리랑, 국립창극단 김민아 명창의 판소리 <춘향가> 등을 선보여 지난해에 견줘 훨씬 풍성한 결과를 맺었던 것이다. (다음 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