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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무덤을 쓰는 일본인들 늘어

[맛있는 일본이야기 592]

[우리문화신문=이윤옥 기자]  “방에 무덤을 쓴다?” 제목 자체만 보면 엽기적(?)인 느낌을 준다. 이건 대체 무슨 말인가? 방에다 무덤을 쓰는 것을 일본말로는 자택묘(自宅墓), 가묘(家墓), 택묘(宅墓)라고 한다. 물론 일본도 한국처럼 대부분은 무덤이 있어 거기에 조상을 모신다. 일본의 장례는 일왕(日王)가를 제외하고는 거의 화장(火葬) 문화이기에 한국처럼 매장(埋葬) 문화는 없다. 따라서 무덤을 오하카(お墓)라고 하여 유골단지를 땅에 묻는 형식이다.

 

어쨌거나 이러한 유골단지를 묻는 형식일지라도 무덤은 존재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무덤을 찾아가기도 여의치 않은데다가 자손들의 나이가 많다 보니 오하카마이리(墓参り, 성묘)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을 위해 시가현(滋賀県)에서 유골단지를 140년째 만들고 있는 우라베석재공업(浦部石材工業)에서는 집안에 모실 수 있는 유골함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이 유골함은 올해 4대째인 사장 우라베 히로키(浦部弘紀, 49살)씨가 5년 전에 처음 고안해낸 야심작(?)이다.

 

 

쉽게 생각하면 유골함을 방에 모시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우라베 사장이 이런 고안을 하게 된 것은 “5년 전쯤부터 조상대대로 사용하던 무덤 관리가 안 돼 아예 무덤을 폐쇄하는 곳이 늘어나자 조상의 유골함을 모실 수 없게 된 고객들이 찾아와서 하소연하는 것을 듣고 방에 모실 수 있는 택묘(宅墓)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라고 한다.

 

처음에는 집 마당 등에 유골함을 묻는 식으로 생각했으나 일본의 <묘지매장법>에서는 집 마당에 유골을 묻는 것을 금지하여 방에 모시게 되었는데 마당에 묻는 것은 안되지만, 방에 안치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택묘(宅墓)용 유골함 주문이 월 한두 건에 그쳤다. 그러나 지난해(2020) 신문과 텔레비전에 소개되자마자 주문량이 늘어난데다가 코로나19로 성묘 가는 것을 꺼리는 바람에 전국에서 주문이 늘어나 지금은 월평균 40기 정도의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유골함은 1인용부터 부부가 들어갈 수 있는 2인용까지 모두 4종류, 색상은 검정, 흰색, 빨강, 핑크 등 모두 5가지며 가격은 1인용이 7만 엔(한화 약 72만 원)이고 2인용은 14만 엔(한화 약 144만 원) 선이다. 크기는 1인용 유골함이 폭 17 × 깊이 23 × 높이 17.2센티다. 우라베 사장이 주문을 받고 유골함을 보내주면 고객들로부터 고맙다는 편지와 함께 “이런 걸 원했다”라면서 반응이 좋다고 한다.

 

그는 “무덤 모양은 변해도 죽은 이를 추모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성묘를 가고 싶어도 건강이 안 좋거나 멀어서 갈 수 없는 사람도 있지요. 그런 사람들에게는 방에 유골함을 두고 조상을 모시는 게 새로운 형태로 자리 잡길 바랍니다.”라고 말한다. 새로운 시도이기는 하지만 집안에 유골함을 두는 ‘택묘(宅墓)’가 서서히 일본 사회에 침투될 것 같다. 어찌 보면 한국도 집에서 먼 납골당 캐비닛에 유골함을 모시는 것보다 일본의 새로운 장묘인 ‘택묘(宅墓)’를 고려하는 사람도 생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