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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2013년, 12회로 막 내린 UCLA <한국음악심포지엄>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16]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에는 <한국음악심포지엄> 제10~11회 관련 이야기를 하였다. 각각 48명, 39명이 참가했다는 점, 판소리를 비롯하여 각 지방의 민요와 같은 전통의 소리들이 미국 땅에 살고있는 한국인과 고국의 한국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굵은 줄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 공연을 마치면서 우리가 여기에 온 이유와 UCLA 한국음악과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인가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이번 주에는 실제로 마지막이 되어버린 2013년도 제12회 UCLA <한국음악심포지엄> 이야기다. 제12회 학술강연은 서한범 「전통음악의 시김새 기능」 , 김병혜 「판소리 심청가의 비교연구」, 김선정 「초등학교 전통음악 교육의 현황」, 조혜영 「심상건 가야금산조의 음악적 특징」, 김동석 「미 캘리포니아주의 한국음악 교육현황」 등, 각각의 특색있는 주제들이어서 참가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나는 학술강연에서 한국음악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요소는 시김새라고 전제하면서 식음(飾音)→시금→시김으로 변화되었다는 점, 단순하게 장식음이나 잔가락, 간점이나 간음(間音) 등의 사이가락이지만, 넓게는 요성, 퇴성, 추성, 전성 등 음 진행의 다양한 표현기법과 악기들의 독특한 연주기법도 포함한다는 점, 그래서 시김새의 처리 능력은 곧 연주자의 음악적 능력이기에 적절한 시김새의 활용이 바로 우리음악을 건강하게 지켜나가는 길이라고 하였다.

 

한편, 공연의 첫 순서는 대전시 판소리 예능보유자인 고향임 명창과 그의 제자들 7명이 준비한 남도민요의 합창이었다. 언제 들어도 흥겹고 신명나는 남도민요는 ‘진도아리랑’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객석이 하나가 되어 손뼉 장단을 치고 춤을 추며 따라 부르는 모습은 그동안 그들이 우리 가락과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다는 점을 쉽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뒤를 이어 소개된 박문규의 가곡 <편락>에서는 선비들의 점잖은 일면을 확인하게 했고, 원광대 임재심 교수와 제자들이 연주한 가야금산조에서는 장단에 따라 다양한 가락이나 줄을 흔들어 가는 농현(弄絃)의 멋을 느끼게 하였다.

 

다음으로 이어진 순서는 제자 2인과 함께 무대에 나선 김수연 명창의 <흥타령>이었다. 서울에서도 그가 판소리 공연을 끝내고 나면 객석에서는 '흥타령', '흥타령'을 연호했다. 말하자면 김수연의 흥타령을 듣지 않고는 돌아가지 않겠다는 객석의 요구라 할까? 그것은 LA문화원 공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흥타령을 듣지 않고는 오늘의 무대는 별 의미가 없다는 뜻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는 수줍게 미소를 띠면서 “창(窓)밖에 국화를 심고, 국화 밑에 술을 빚어 놓으니, 술 익자, 국화 피자, 벗님 오자, 달이 돋네. 아이야 거문고 청(淸) 쳐라. 밤새도록 놀아 보리라. 아이고 데고, 허허 성화가 났네. 헤~ ” 제자들과 객석에서는 후렴을 받아준다. 다시 김수연은 소리를 몇 차례 메기로 순서를 마치었다. LA 도심의 한국 문화원 공간은 이내 초가을의 고향 땅처럼 벌써 한 가족이 되어버렸기에 조금도 어색함이 없었다.

 

김수연의 뒤를 이어 인천에서 활동하고 서광일의 설장고 독주, 곽미정의 가야금 병창, 양형렬의 대금독주 <청성곡> 등 각각의 특색있는 가락과 음색이 LA문화원 관객들을 사로잡았고, 박윤정과 젊은 소리꾼 정남훈에 의해 경기민요가 흥겹게 이어졌다. 이 순서에서도 객석의 요구가 끊이질 않았다. 경기소리를 비롯한 각 지역의 특징있는 민요야말로 이국땅에서 가장 듣고 싶어 했던 소리가 아닐까?

 

그 뒤는 서도소리의 명창 박준영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이은관의 큰 제자로 서도창극 <배뱅이굿>을 준비했는데, 시간의 제약으로 배뱅이가 죽어 <상여 나가는 대목>을 불러 많은 박수를 받았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는 순간에 정순임 판소리 명창이 거지 복색을 하고 무대에 나타났다. 바로 즉석 창극을 하기 위해 출연한 것이다. 이날 LA문화원을 뜨겁게 달구었던 절정의 무대는 춘향가 가운데 토막극으로 꾸민 <후원의 기도> 대목이었다.

 

이 대목은 이 도령이 과거에 급제한 뒤, 암행어사가 되어 남원 춘향의 집을 찾는 대목이다. 후원에서 촛불을 켜 놓고 향단이와 정성스레 빌고 있는 춘향모와 거지행세를 하고 주인을 부르는 어사와 슬프고도 해학이 넘치는 대화 내용이 청중을 울다가 웃고 만들고, 다시 웃다가 울게 만드는 즉석 연출의 토막극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어사 역에는 정순임, 월매는 김수연, 향단 역에는 고향임 명창이 각각 소리와 연기의 절정을 보여주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며, 이들은 모두 판소리 명창이면서 연기가 특출난 국립창극단 출신의 명창들이라 아마도 가능했을 것이다.

 

 

 

김병혜와 그의 제자들이 정성스럽게 꾸민 육자배기를 비롯한 남도소리로 마지막을 장식하였다. 객석의 청중들이 모두 일어나 함께 손뼉을 치며 호응을 하는 무대였다.

 

이제까지 2013년, 제12회 UCLA <한국음악심포지엄>의 마지막 공연 이야기를 하였다. 가야금과 단소, 북, 장고와 같은 악기를 준비해 준 고흥곤, 김동환, 김현곤 씨를 비롯한 많은 분에게도 이 지면을 통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무엇보다도 학술발표와 공연에 참가하는 자체로 UCLA 한국음악과를 돕고, 나아가 한국 전통음악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자는 나의 취지에 동의해 주고, 망설임 없이 함께 미국 땅을 여러 번 방문해 주었던 각 대학의 교수, 강사 여러분과 예능보유자 여러분, 그리고 정상급 소리꾼과 연주자, 대학원생과 학부생 등 모든 참가자 여러분에게 진정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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