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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소 잃고도 외양간 고치지 않는 문화정책

[서한범 교수의 우리음악 이야기 517]

[우리문화신문=서한범 단국대 명예교수]  지난주까지 UCLA 《한국음악심포지엄》에 관한 이야기를 하였다. UCLA 한국음악과가 예산 부족으로 폐과의 위기를 맞기 시작하였다는 점, 그 위기에서 우리는 모두 12회의 학술대회와 공연을 통해 미국에 살고있는 한국인과 고국의 한국인 사이 감정을 동화(同和)하는 과정을 확인했다는 점, 마지막 제12회 심포지엄에서는 서한범, 김병혜, 김선정, 조혜영, 김동석 등의 주제 발표와 공연에서는 고향임, 박문규, 임재심, 김수연, 서광일, 곽미정, 양형렬, 박윤정과 정남훈, 박준영, 정순임, 김병혜 팀의 민요합창으로 인상적인 무대의 막을 내렸다는 점을 이야기하였다.

 

이 기회를 빌려 그동안 UCLA 한국음악과에 가야금, 단소, 북, 장고와 같은 악기를 기증해 준 고흥곤, 김동환, 김현곤 씨, 등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학술발표와 공연에 참가하는 그 자체로 UCLA 한국음악과를 돕고, 나아가 한국 전통음악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자는 나의 취지에 동의해 주고, 망설임 없이 함께 미국 땅을 여러 번 방문해 주었던 각 대학의 교, 강사 여러분과 예능보유자 여러분, 그리고 정상급 소리꾼과 연주자, 대학원생과 학부생 등 모든 참가자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 드린다.

 

약 120 여년 전이다. 1903년 1월, 102명의 노동자 이민단이 미국에 건너간 이후, 현재의 재미동포는 약 2백만 명, 그 가운데 LA지역만 해도 50만 이상의 동포가 거주하고 있다 한다. 이곳에서 한국의 전통음악을 통해 한국 알리기 운동을 활발하게 펼쳐 온 UCLA 민족음악대학의 김동석의 활동들을 찾아 이 난에서 소개해 왔다.

 

그는 언어의 소통이 자유롭고, 악기 다루는 능력을 비롯하여 노래, 춤, 등의 실기로 전통예술에 접근케 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강의는 대학뿐 아니라 미국 서부의 초ㆍ중ㆍ고교에서도 대단한 인기를 누려 왔다. 미국 교육제도는 교육청의 허가 없이 아무나 학교를 방문, 특별 예능교육을 할 수 없게 돼있는 데도 한국의 악기, 민요, 무용, 사물놀이 등의 전통 프로그램을 개발, 미국의 교육청으로부터 당당하게 그 교육적 가치를 인정받았던 것이다.

 

글쓴이는 김동석 교수의 국악사랑 운동을 일찍부터 잘 알고 있었기에 기회가 오면 미력이나마 함께 이 일을 지원하고 참여할 날을 기다려 온 것이다. 그러다가 의기가 투합되어 함께 시작한 활동이 바로 2001년부터 열기 시작한 UCLA 《한국음악심포지엄》 곧 학술과 공연행사인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UCLA는 세계적인 명문대학이다. 그래서 미국민은 물론, 세계 각국에서 유학을 온 장래의 예비 지도자들, 미국의 주류사회로 진출할 가능성이 큰 엘리트들이 모이는 대학이다. 이러한 대학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 전통음악의 높은 예술성을 알리고 아울러 한국과 미국의 상호이해를 돕는 행사는 우리가 하고자 해도 학교당국의 동의 없이는 할 수 없는 행사일 것이다.

 

다행히 한국전통음악학회는 UCLA의 초청으로 이러한 행사를 해마다 자부담하면서 해 왔다. 이 작은 사업이 동포들에게는 한국인의 긍지를 높여주는 일이 되었고, 또한 미국인에게는 한국은 “아름다운 음악과 춤을 지닌 나라”,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를 간직해 온 나라”라는 이미지를 심어왔다고 자부한다.

 

기실 이러한 기회는 되도록 많이 만들어야 하고, 이러한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일이야말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 매우 유익한 활동이란 점은 더는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일회성 공연이나 겉치레 행사만으로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전통음악의 강연, 강습, 공연을 통해서 대학과 주류사회에 진정한 한류열풍을 고조시켜야 한다.

 

 

 

그러나 UCLA의 <한국음악과>가 2004년부터 폐과 위기를 맞기 시작하면서 김동석 교수를 비롯하여 졸업생과 재학생은 물론, 한국음악을 사랑하는 교포들의 노력은 부단히 계속되었다, 당시 한국일보 LA지사의 사설은 그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다.

 

“한국음악과가 문을 닫는다면 학생들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 음악선율에 심취할 기회를 빼앗기게 되고, 우리는 주류사회를 비롯해 타 커뮤니티의 주역이 될 인재들에게 한국음악과 문화를 알릴 채널을 잃게 된다. 뿌리교육에 목말라하는 우리 2세들이 겪게 될 상실감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한국음악과를 반드시 살려야 한다는 지상명령은 여기에 있다. 문제는 돈이다. 한국음악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기금확보가 관건이다. 여기에 한국정부의 역할이 주목된다. 영사관, 문화원이 이 사안을 국가홍보차원에서 논의하길 바란다. 책정된 예산이 없다는 소극적인 자세로는 곤란하다. 세계 속에 한국을 심는 과업은 말로 그쳐서는 소용없다. 경각에 달린 한국음악과의 상황을 본국 정부에 알려 긴급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정부가 제대로 할 일, 했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이 일을 어찌하랴! 한국정부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려 하지 않았다. 이제 두고두고 그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2014년, 결국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문화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UCLA의 <한국음악과>는 부끄럽게도 문을 닫게 되었고, 김동석 교수는 정년을 맞아 후임자 없이 학교를 떠나게 된 것이다.